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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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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독일 하이델베르크에 가다

지성과 낭만이 넘쳐흐르는 젊음의 도시
독일 최초로 대학교 세워져
인구 15만 중 3만이 대학생

  • 기사입력 : 2015-07-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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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랑크푸르트에서의 둘째 날 아침 9시, 9시 30분 하이델베르크행 기차를 타기 위해 숙소를 나와 프랑크푸르트역으로 향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아침 9시였다면, 알람을 듣고 깨기를 반복한 후 지각을 하지 않으려 바지런히 움직이고 있었을 시간이었다.

    하지만 여행지에서는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알람을 끄고 있는 나를 종종 볼 수 있다. 가끔은 대견하기도 하지만, ‘반만이라도 한국에서 이럴 수만 있으면…’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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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철학자의 길’을 걸으며 바라본 옛 시가지의 전경.
    오늘 여행지는 프랑크푸르트에서 한 시간 반 거리에 있는 유서 깊은 도시, 독일 최초로 대학교가 세워져, 수많은 문인이 거쳐 간 곳.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다. 이곳의 지명을 들어보지 않은 여행객이 없을 정도로 유명세를 얻어, 도시 전체의 숙소가 꽤 비싼 편이었다. 호스텔을 구하기도, 저렴한 호텔을 구하기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프랑크푸르트에 머물면서 당일치기로 하이델베르크 여행을 계획했다. 물론 유레일패스가 있었기에, 교통비는 생각하지 않을 수 있어 맨하임 등의 하이델베르크 근교도시는 고려하지 않았다. 물론 유레일 패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숙박비뿐만 아니라 교통비 역시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내가 알고 있었던 하이델베르크는 인구 15만명의 작은 도시, 철학자 괴테가 있었던 곳, 괴테가 걸었던 ‘철학자의 길’이 있는 곳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생각하고 있었던 하이델베르크는 그야말로 정말 오래된, 정형화된, 딱딱한. 이런 수식어로밖에 형용할 수 없는 그런 여행지였다. 그럼에도 이곳을 꼭 들르고 싶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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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차로 한 시간 반을 달려 도착한 이곳에서의 첫 느낌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달랐다. 하이델베르크 역을 빠져나오니, 현대 장식물과 건축물이 있어 서서히 나의 첫인상이 바뀌어 갔다. 그리고 나중에 여행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하이델베르크는 인구 15만명의 작은 도시지만 이 중 3만명에 가까운 인구가 대학생이라고 한다. 젊은이들을 본 덕에, 처음 가지고 있었던 딱딱한 수식어들보다 지금은 젊음과 활기찬 모습들을 기억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이델베르크역에 도착하자마자 올드타운의 중심거리 후으프트(Hauptstrasse)로 향했다. 하이델베르크 역에선 약 2㎞ 떨어진 곳으로, 트램을 타고서도 도착을 할 수 있는 곳이지만 아침 따뜻한 햇볕을 느끼며 걸어가기를 20분. 좌우로 고풍스러운 건물들과 상점, 레스토랑이 즐비한 이곳은 도시 중심의 마르크트 광장(Marktplaztz)에서 비스마르크 광장까지 이어진 거리이다. 11시가 갓 넘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후으프트 거리였다. 이 거리를 걷다 보면 하이델베르크에서 가장 유명한 교회, ‘Church of Holy Sprit’을 볼 수 있다. 이 건물은 1544년 완공돼 마르크트 광장 한가운데 우뚝 솟아, 하이델베르크의 높은 곳에 오르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물이다.

    마르크트 광장 근처, 후으프트 거리 끝자락에 고풍스럽고 웅장한 건물이 있기에 이 건물은 무슨 건물인가 유심히 보니 ‘HOTEL RITTER’라 적혀 있다. 그 당시에는 고급 호텔이겠거니 하고 지나쳤지만, 이후에 찾아보니 1590년대에 지어진 건물로 시청사로 사용되다 현재는 호텔로 운영하는 곳이라고 했다. 건물의 꼭대기 쪽에는 집과 가정을 보호해달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는데, 프랑스의 위그노 박해를 피해 이곳으로 온 상인의 의뢰를 통해 지어진 건물로, 박해를 받아온 사람들이 살아왔기에 그런 것 같다. 이 건물은 하이델베르크를 배경으로 한 ‘황태자의 첫사랑(1954)’이라는 뮤지컬 영화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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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야외 테라스에 앉아 먹었던 슈니첼과 맥주.
    광장 근처까지 걸어오니 살짝 허기가 진다. 점심을 먹기엔 이른 시간이지만, 아침에 간단히 기차에서 먹었던 샌드위치가 다 소화된 기분이다. 모두들 광장 근처의 파라솔 밑에 햇빛을 피하며 맛있는 음식과 간단히 맥주를 하고 있는 모습이기에, 나도 별 고민 없이 가장 친절할 것 같은 웨이터를 찾아 자리 안내를 받았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슈니첼과 맥주를 주문하고서, 행인들을 구경하며 혼자만의 여유를 만끽했다. 슈니첼은 오스트리아, 독일의 대표 음식으로 고기를 흔히 아는 포크커틀릿이라고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맛의 큰 차이는 잘 모르겠다. 아마, 차이가 있다면 그것은 여행 온 기분 탓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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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델베르크 성벽. 지난 시간을 말해주는 듯하다.

    식사를 마치고 하이델베르크 성까지는 코른마크트 광장 부근에서 푸니쿨라(Funicular)를 타고 올라가면 아주 편하게 올라갈 수 있지만, 걸어가도 그리 멀지 않으니 산책처럼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도 좋을 것 같다. 하이델베르크의 자랑이자 상징인 이곳은 1400년대에 지어지기 시작해 16~17세기를 지나, 지금과 같은 외형을 갖추게 됐다. 30년 전쟁, 프랑스 군대의 공격, 그리고 자연재해까지…. 거듭된 보수로 곳곳에 남아있는 성벽의 상처는 그 지난 시간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하이델베르크에서 내려다본 올드타운의 전경은 마치 초록빛 나무들과 유유히 흐르는 네커강, 오렌지빛 가득한 지붕의 건물들이 조화를 이뤄 마치 미술관에서 보는 듯한 풍경화를 그려놓은 것 같았다. 이러한 옛 시가지와 자연이 잘 어우러진 모습이, 하이델베르크를 세계 각국의 여행객들이 찾는 낭만의 도시로 만들어 주는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하이델베르크 성을 오면 모든 관광객들이 가는 곳이 한 곳 있는데, 성의 지하에는 자그마치 22만ℓ나 되는 와인을 저장할 수 있는 와인통이 있어, 모든 이들의 눈길을 끈다. 1591년에 제작된 것이지만 세계에서 가장 큰 와인통이, 이곳 하이델베르크 성에 있다. 그리고 하이델베르크에는 가장 유명한 것이 있는데, 하이델베르크를 가로지르는 네커 강, 그 강을 가로지르는 칼 테오도르 다리 건너편에 있는 철학자의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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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이델베르크를 가기로 하고 ‘하이델베르크’를 생각하면 항상 떠오르는 단어, 철학자의 길. 하이델베르크에 오면 이곳을 꼭 걸어 보고 싶었다. 이름만 들어도 알 듯한 철학자 괴테, 헤겔 같은 이들이 이 길을 걸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는 말을 들어서다.

    이 길을 걸어보니 왜 그들이 깊은 사색에 빠졌는지에 대해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감히 철학을 논할 수는 없지만 나무 그늘 밑 돌담으로 둘러싸인 곳을 걷자니 괜스레 생각이 많아지는 기분이다. 더욱이 가파른 산책길을 지나고 나면 강과 주황빛으로 꾸며져 있는 옛 시가의 전경에 젖어들었다.

    하루 남짓, 바지런히 걸었던 젊은 날의 내가 기억한 하이델베르크의 기억이다. 골목 하나하나, 고풍스러운 건물 하나하나를 모두 기억하지는 못하겠지만, 다시 독일을 가게 된다면 꼭 이 길들을 다시 걷고 싶다.

    ★ 여행 TIP

    △하이델베르크의 숙소는 다른 도시보다 비싸기 때문에 예산이 한정돼 있다면 프랑크푸르트 등 근교에서 묵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유레일 패스가 유효하다면, 독일의 고속철 ICE를 포함한 모든 독일 내의 철도를 추가비용 없이 이용이 가능하니, 독일에서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 기차를 이용한 이동이 많다면 당연히 준비해야 할 필수 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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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현
    △ 1988년 창원 출생
    △연세대 원주캠퍼스 정보통계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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