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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반복되는 재난대응 실패와 질적 사고의 전환- 김성은(덕진종합건설(주) 대표이사)

  • 기사입력 : 2015-07-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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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호흡기증후군(MERS)이 진정세로 접어든 모양새다. 불행 중 다행이다. 재난 통제는 역시 골든타임이 중요함을 새삼 실감한다. 당장 경제 분야에 미칠 여파를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는 이미 수출 둔화세로 압박을 받고 있다. 엔저(低)의 공습으로 자동차 등 주력 수출품목의 수익성과 시장점유율이 큰 타격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을 강력 시사하고 있다. 하나같이 우리 경제에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대형 난제들이 즐비한 상황에서, 메르스는 한국경제를 막다른 길로 내모는 트리거(촉매)가 될 수 있다.

    이 엄중한 현실에서 우리는 더 이상 과거의 잘못을 반복할 여유가 없다. 구태를 청산하고 재난대응 체계를 바로세우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먼저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피상적으로 조직과 사람 문제로만 볼 것이 아니라 내면적이고 구조적인 문제의 근원으로 접근해야 한다. 이는 질(質)적 문제로의 인식전환을 필요로 한다. 국민들은 정부의 재난대응 체계에 대한 총체적 측면에서 질적으로 불만족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즉 조직이 문제가 아니라 그 조직의 ‘질’이 문제다. 또한, 사람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의 ‘질’이 문제이며, 장비가 문제가 아니라 장비의 ‘질’이 문제가 된다는 의미다. 산업현장에서는 품질을 조직경영의 기본으로 삼고 있다. 상품의 질뿐 아니라 경영의 질을 중시하는 패러다임이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 공공행정에 품질경영의 개념을 도입해 정착단계로 나아가고 있다.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다양한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 최선의 국민만족을 지향하는 행정서비스를 추구한다. 더불어 날로 높아지는 국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행정품질 개선활동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그들이 재난에 대응하는 일사불란한 모습을 언제까지 부러운 시선으로 바라만 보고 있을 것인가. 우리에게는 그런 질적 역량을 기대할 수 없는 것일까.

    품질 전문가들은 질을 결정하는 요인이 기술, 시스템, 사람 등 크게 세 가지라고 주장한다. 기술적 관점에서 보면 건물붕괴사고를 막으려면 건설기술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스템의 관점에서 보면, 기술 그 자체보다는 기술을 활용하고 사람의 행동을 조정하는 시스템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즉 건물 시공의 품질을 높이려면 건설관리 시스템과 건설업의 하청제도와 감리 제도 등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결국 품질은 사람이 만든다. 인적자원의 질적 향상이 기술과 시스템의 질적 향상으로 이어진다. 국가적 재난에 대응하는 공공행정도 예외일 수 없다.

    빌 게이츠는 과거 서아프리카에서 창궐한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가 진정된 이후, 핵폭탄보다 무서운 다음 전염병의 출현에 대비해야 한다고 역설해 국제사회의 큰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이번만은 우리 당국자들이 뼈아픈 교훈을 얻게 되기를 기대한다. 비록 소는 잃었지만 외양간이라도 고쳐야 하지 않겠는가.

    국가경제의 냉엄하고 절박한 상황에서 식량과 군대를 버리더라도 백성의 믿음을 포기할 수 없다는 논어 구절을 반추하며 우리 경제도 다시 부활의 날개를 펼 수 있도록 우리는 오늘 다시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

    김성은 (덕진종합건설(주)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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