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롱] 막내고양이 심바 (16) 심바 병원 가던 날
- 기사입력 : 2015-07-07 13:2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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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며칠 전 주말이었다. 아침에 심바 어무니께서 심바와 병원을 다녀오라는 특명을 내리셨다. '심바 혹시 메르스 걸리면 어쩌려고…' 안 가려고 대꾸하다가 한 대 맞을 뻔한 심바누나는 오후에 심바의 진료수첩을 챙기고 집을 나섰다.
이 집에는 왜 들어가라는 거죠?
넉넉하게 큰 심바 이동장(반려묘를 넣어다닐 수 있게 만든 가방)을 들고 출동. 이때까지 심바 엄마만 갔지 내가 데려가는 건 처음이다. 마침 점심을 함께 먹었던 친구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심바 나와볼래? 여기는 말이지, 그러니까…
그런데 심바 녀석이 심상치 않았다. 앙칼진 소리가 들린다 싶었더니 이윽고 하악질(고양이들이 화가 났을 때 내는 소리)을 해댄다. 어두운 이동장 안에서 나올 생각을 않아서 쓰다듬어주려 했더니 송곳니를 드러내며 손을 물려고 했다.
의사선생님이고 뭐고 저리가요! 나 가만히 안놔두면…(으르렁)
"심바가 이곳에 대한 기억이 안 좋은 거예요. 여기가 병원인 걸 아는 거죠. 그걸 이해해야 해요. 다음에는 나올 때 이동장에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향을 갖고 있는 '캔닙' 같은 걸 뿌려서 나오면 안정되고 좋을 거예요." 의사선생님께서 친절히 심바의 행동에 대해 설명해주시고는, 캔닙을 꺼내 심바에게 향을 맡게 하려는데 화난 심바가 앞발로 병을 쳐버려 캔닙이 반통가량 쏟아져버렸다. ('아이고, 죄송해라.' 심바 네 덕에 누나 고개를 못 들겠다)
가만히 두랬잖아! (하악)
심바어머니께 심바의 행동을 알려드렸더니 중성화 수술을 한 이후로 병원에 오면 이렇게 사나워졌다고 하셨다. 여기서 자신이 아팠다는 걸 똑똑히 기억하는 거다.
아까는 무서워서 그랬다니까요…지금 생각하니까 조금 부끄럽네….
"심바, 오늘 수고했어. 집에 가서 맛있는 간식 줄게!"?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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