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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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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누구를 위한 의원들인가?- 명형대(문학평론가)

  • 기사입력 : 2015-07-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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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38년 채만식은 소설 『태평천하』에서 탐욕에 가득 찬 졸부 윤두섭을 내세워 그를 한껏 풍자하고 있다. 돈으로 ‘직원’이라는 벼슬을 산 윤직원은 그 아들들도 군수와 경찰서장으로 출세시켜 권력을 쥐고자 하여 빈축을 사게 한다. 그것이 이기적 탐욕이기 때문이다.

    우리들은 모두가 집안에 한 명쯤의 의사나 판검사나 재력을 갖춘 이가 있기를 욕망한다. 부와 권력을 갖추고자 하는 것에 대한 욕망을 아무도 비난할 수는 없다.

    이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타인을 지배하거나 군림하기보다, 다른 이들로부터 지배당하지 않고, 위기나 부당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한 자기방어적 욕망으로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것이 쉬 이뤄질 수 있는 일이 아님은 누구나 잘 안다. 그냥 늘 꿈꾸며 사는 것이다.

    통일주체대의원으로서 국회의원이 됐던 문인 한 사람이 의원직을 다 마친 다음, 이 자리야말로 한 번만 더 누려보고 싶은 자리라고 실토한 적이 있다. 부와 권력의 맛을 본 탓이리라. 다소간의 해명이 있기는 했어도 ‘국회의원의 200가지 특혜’가 질시와 선망으로 비판받아 당연한 것으로 논란이 됐고 지금도 여전히 논란이 되는 것을 안다. 그래서 그들 스스로가 ‘특권 내려놓기’를 연기(演技)하며 연기(延期)하고 있다.

    작금에 의회주의 민주주의가 논란에 휩싸이고 있음에도 국민들이 국회의원의 순기능보다 특권 시비와 같은 역기능에 감정이 쏠리고 있다. 막말로 도대체 국회의원이란 것이 ‘누구를 위한 것인가’를 묻고 또 되묻고 싶은 심경이기 때문이다.

    정쟁이란 것이 의회주의의 당연한 과정으로, 그나마 진보와 보수의 대결마저도 국가 발전을 위한 신념으로 보였던 그 모든 활동들이, 이제 2016년의 총선을 앞둔 시점에서 허위와 과장과 위선과 재선을 위한 전략의 숨겨진 욕망임이 드러나고 있다. 슬그머니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세비며 활동비를 올리는 입법활동은 차치하더라도 노동법이라든지 국회법 등 각종 입법활동, 세월호 사건, 천안함 사건, 4대강 건설 등을 대하는 태도가 국가 발전을 위한 진정성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오로지 차기 정권에 다시 발을 들여 놓기 위한 포퓰리즘이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서민들처럼 그들도 의원직이 끝나면 막막해 먹고살 길을 찾기가 어려워서일까, 아니면 정말 정치인으로서의 진정한 소신 때문에 총선에 연연하는 것일까.

    의원들을 바라보는 우리들의 시선은 아무래도 그들의 행태가 더 오래 권세를 누리기 위한 개인적 욕망으로밖에는 보이지 않는다. 뇌물이 횡행하고 부정부패도 신물이 난다.

    이따금씩 정치적 사건이 뒤틀리면 정치인들이 행하는 묘소 참배가 또 우리들로 하여금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것은 그들의 그 침통한 얼굴 표정 뒤의 계책 때문이다. 정치인들처럼 우리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통제도 없이 함부로 말하는 집단도 많지 않다.

    언론 인터뷰에서 내보내는 조폭 수준의 막말이 그들은 정말 그들이 좋아하는 ‘국민’들이 통쾌하게 생각한다고 착각하는 것은 아닐까. 교사들이 초중등학교 10여 년의 과정을 통해 함양시킨 청소년들의 인성을, 정치가들은 하루아침에 풍비박산으로 만든다. 정치인으로서의 신념이나 국가 이념도 대의보다 오로지 개인의 욕망에 더 기울어 있음을, 우리는 총선 전해인 2015년 다시 보게 된다.

    그런데 어찌 우리 국민들이 낸 세금은 그들의 특혜를 200여 가지나 주어야 한단 말인가. 우리는 이 문제를 되짚으며 다시 한 번 더 직시해야 한다.

    우리들 지방자치단체에도 이 같은 탐욕이 의원들의 흉중에 또아리를 틀어 꿈틀거리고 있다. 직능 중심의 지자체 의원 자질 논의가 사라진 지 오래고, 언제부터인가 비서를 두고 싶고 보좌진도 두고 싶은 거다. 또 그들이 받는 의정활동비도 올리고 싶은 거다. 면피될 수 있는 어떤 마땅한 빌미만 있으면 대기해 둔 10가지 20가지 특혜가 슬그머니 합법화될 게다.

    명형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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