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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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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2) 우후송산(雨後送傘)- 비 오고 난 뒤 우산을 보낸다.

때가 지난 뒤에 도와주면 아무 필요가 없다

  • 기사입력 : 2015-07-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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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나라에서는 여름철이면 비가 자주 온다. 비 올 때 가장 필요한 것이 우산이다. 요즈음은 일기예보가 비교적 정확하기 때문에 미리 우산을 준비할 수 있지만, 그래도 사람의 심리가 집을 나설 때 당장 비가 내리지 않으면, “설마 비가 오겠나?” 하는 생각에 우산을 갖고 가기를 귀찮아한다.

    우산을 갖지 않고 어디를 갔다가 갑자기 비를 만났을 때, 뜻밖에 누가 우산을 주면 그것처럼 반가운 것이 없다. 옛날하고 달라서 요즈음은 누구나 휴대폰, 신용카드 등등을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기 때문에 잘못 비를 맞으면 낭패를 당하기 십상이다.

    그런데도 그렇게 고맙게 쓴 우산도 날이 개기만 하면 놓고 가기 쉽다. “자기 필요할 때는 고맙게 쓰다가 필요 없으면 버리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되지”라고 다짐하면서도 필자도 그동안 잊고 두고 온 우산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우산의 역사는 아주 오래됐다. 기록에 의하면 지금부터 4000년 전, 하(夏)나라 때부터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천으로 만들었다가 2000년 전 후한(後漢) 말기 종이가 발명되자 종이 우산이 발명됐다. 종이에다 오동나무 기름을 먹여 방수의 효과를 더한 것이었다.

    서양에서는 우산이 메소포타미아 고대 도시 아카드의 사르곤 왕이 거둔 승전을 기념하는 기원전 2400년경의 승전비에서 발견됐다. ‘우산’이라는 영어 단어 ‘엄브렐러(umbrella)’는 ‘그늘’을 뜻하는 라틴어 ‘움브라(umbra)’에서 비롯된 것이다.

    접는 우산이 나옴으로 해서 휴대하기 아주 편리해졌는데, 접는 우산은 실제로 중국의 기술자 노염약(老炎若)이라는 사람이 1930년대에 이미 발명했으나, 생산해 줄 회사를 찾지 못해 세상에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다가 1969년에 이르러 미국인 브레드포드 필립스(Bradford Phillips)란 사람이 발명특허를 얻어 대량으로 생산됐다.

    필자가 어릴 때는 대부분 비닐 우산이었는데, 몇 번 쓰지 않아 망가지게 됐고, 특히 바람에 취약하였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도시에서 전학 온 어떤 여학생이 비오는 날 꽃이 그려진 베 우산에 장화를 신고 온 모습을 보고 모두가 두고두고 부러워한 적이 있었다.

    구조나 기능은 같아도 낮에 햇볕을 가리는 데 쓰면 양산(陽傘)이라 하고, 옛날 임금이나 귀한 사람들이 행차할 때 햇볕을 가리는 큰 것을 일산(日傘)이라고 했다. 결혼할 때 신랑 신부에게 우산을 씌우고 가는 풍속도 있고, 태국 같은 데서는 장례식 때도 우산을 쓴다.

    요즈음은 다양한 문양을 넣어 장식용으로 쓰기도 하고, 심지어는 시위할 때 최루탄을 막는 용도로 쓰기도 한다.

    우산은 비가 많이 오는 중국 광동성(廣東省) 절강성(浙江省) 복건성(福建省) 등지에서 가장 많이 생산하는데, 매년 미국에 수출하는 우산만으로도 3300억원씩 외화를 벌어들인다고 한다.

    모든 물건이 필요로 하는 시기가 있는데, 비가 올 때 우산이 필요하지 비가 온 뒤에는 우산은 귀찮은 존재가 된다. 남에게 도움을 주거나 정보를 제공할 때도 가장 적절한 시기가 중요하다.

    * 雨 : 비 우. * 後 : 뒤 후.

    * 送 : 보낼 송. * 傘 : 우산 산.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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