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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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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늘- 김기만

  • 기사입력 : 2015-07-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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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뜨거워야 그늘이 생긴다

    한낮의 나무들 푸른 잎사귀

    햇살 쏘이며 반짝반짝 춤춘다

    눈 찌푸리던 내가 부끄럽다

    누군가의 그늘에서 땀을 말리며

    나는 시원하게 웃었을 것이다

    누군가의 눈물 위에 누워

    휘파람도 불었을 것이다

    삶의 무게로 힘들 때

    그만큼 가벼워지는 것들

    시소에 앉아 힘줄 때

    반대편에서 만났을

    아이들 눈 속의 커다란 하늘

    삶이란 그런 것이다

    잠시나마 누군가에게

    지게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늘이 될 수 있다는 것


    ☞ 그늘에 대한 화자의 모색이 특별합니다. 그늘을 만드는 주체는 나뭇잎들인데요, 그것들이 생성해내는 그늘은 햇살을 쏘이며 반짝반짝 춤추며 일군 것이라는 거네요.

    즉 햇빛을 받아들여서 이룬 결과물이 그늘이라는 것이지요. 고통을 거절하거나 회피하는 것이 아니라 정면으로 맞닥뜨리고 고통에 다루어져서 비로소 일구어낸 것이 내면의 그늘이며 그러한 그늘은 다른 사람을 위해 쓰임 받는다는 것이네요.

    땡볕 같은 인생길에서 타인에게 그늘이 되어주는 것은 의미가 깊습니다.

    왜 자신을 위해 쓰이지 않느냐고요? 이미 자신에게는 땡볕이 ‘땡볕’이 아닌데요?! 이미 그늘인 자신에게 시원한 그늘이 무슨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런 사람은 시소의 반대편에 탄 아이를 하늘 높이 띄워 올려주는 진정한 ‘어른’으로 섬길 수도 있고 존재만으로도 상대방의 마음의 짐을 덜어줄 수 있는 지게 같은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라고 화자는 가만히 말하고 있는데요. 우리 같은 못난이가 평생을 늘 그렇게 살 수야 있겠습니까. 그래서 또한, 화자는 이렇게 제안합니다. “잠시나마 누군가에게/ 지게가 될 수 있다는 것/그늘이 될 수 있다는 것.” 조예린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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