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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고운맘 되다 (16) 딸의 첫-말들

  • 기사입력 : 2015-07-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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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후 19개월이 된 딸은 최근 제법 많은 말을 따라 한다.

    '빠빠'를 시작으로'엄마', '응응' 만 할 줄 알던 아기의 입에서 '할매, 바지, 응가' 등 매일 새로운 말이 튀어나올 때마다 남편과 나는 자동으로 입을 벌리고 물개 박수를 친다. 조그만 입술로 제법 힘 있게 뱉어내는 딸의 말들은 매우 부정확하지만, 10개 중 7개 정도는 감으로 맞출 수준은 된다.

    이상한 말이지만, 딸의 입에서 나온 단어는 모두 예쁘다. 매일 셀 수 없는 단어를 사용해 말을 하고 기사를 쓰면서도 한 번도 이런 생각을 한 적은 없었다. 딸의 목소리와 높낮이에 따라 그 단어가 새로운 생명체로 변하는 기분이랄까.

    이런 증세는 특히 딸아이가 '첫' 단어를 이야기할 때 더욱 심각한데, 내가 알던 '수박'은 딸의 혀를 통해 사랑스러운 '슈~박'이 되고, '장미'는 앙증맞은 '짱~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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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모든 단어가 예쁘진 않다. 시어머님 앞에서 갑작스럽게 '임마'라고 해 이마에 식은땀이 나게 하거나, '싫어요'란 말로 웃픈(아...꽤 슬펐다) 순간을 만들기도 한다.

    아무튼 요즘은 딸의 입에서 생산(?)되는 단어들을 즐기는 것만큼 재미있는 일이 없다. 그러나 이런 증세가 길게 가진 않을 것임을 난 안다. 첫 딸의 '첫'에 대한 경이로움은 지난 19개월 끊임없이 이어졌는데, 시간이 지나면 낯섦이 익숙함으로 변하고, 감정도 역시 무뎌짐을 이미 수차례 겼었기 때문이다.

    딸이 말을 곧잘 하기 시작하면, 질문이 너무 많아 답해주기가 힘들다며 육아일기로 투덜거리고 있지 않을까.

    아마도 그래서 일 것이다. 그동안의 육아 일기를 본 이들의 대다수 반응이 "힘들었겠다"인 이유 말이다.

    19개월간 딸이 준 즐거움이 상당한데, 왜 힘들게만 글을 썼을까. 아마도 기쁨에 내성이 생기면서 일상이 돼버렸기에 특별한 순간으로 기록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그런 반응을 들을 때마다 딸에게 내심 미안하고 불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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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뭐, 그렇다고 "난 행복해" 노래를 부를 생각은 없다. 부모라면 쓰이지 않은 행복의 행간을 읽을 수 있을 테고, 공감의 위로란 아픈 순간에 더 필요하다고 생각하니깐.

    다만 "육아란 정말 힘든 것이네요"라고 했던 미혼의 후배에겐 한 번쯤 이야기 하고 싶다. 아기를 키운다는 건 그렇다고 표현하기가 조심스러울 정도로 깊은 행복이라고. 힘들다는 투정은 행복에 대한 무한한 자신감이 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네가 엄마가 된다면 꼭 함께 맥주를 마시며 아이의 헌담을 늘어놔 보자고. 육아에서의 행복과 힘듦은 표현만 다를 뿐, 그게 그거라는 말도 안 되는 논리에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말이다.

    조고운 기자 lucky@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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