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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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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집중과 선택의 빈자리- 장효영(남해대학 관광과 교수)

  • 기사입력 : 2015-07-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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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름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본격적인 무더위 철이 되었다. 모든 게 성가시고 짜증날 수 있지만 그래도 열기를 식혀 줄 문명의 이기들이 있어 한결 다행이다. 초가을에 불어오는 냉기 섞인 산들바람에 비견할 수 없지만 호흡이 힘들 정도로 다급한 더위를 피하는 데는 그래도 에어컨이 최고 아닌가 싶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에 차디찬 그러면서도 달착지근한 팥빙수는 듣기만 해도 열기를 물리치기에 충분할 것 같다.

    금년에 들어 유달리 팥빙수가 인기 유행상품으로 등장하게 되어 누구나가 먹지 않으면 안 될 마스트 해브(must have)가 되었다. 그렇기에 이제는 상품이 다양해져서 팥빙수에 팥을 찾아보기 힘든 경우도 많다. 천차만별의 빙수가격은 금가루를 얹은 황제빙수에서부터 실용적인 시장통 빙수 등 2500원에서 10만원에 이르기까지 한다. 높은 가격대는 듣기만 해도 오히려 더위를 유발할 수준이거나 아니면 먹지 않아도 등골이 오싹해질 수 있다. 우리 주변의 브랜드 커피숍의 경우는 1만원대 팥빙수가 보편적이지만 더위를 이길 장사가 없는 터라 속절없이 애용하게 된다.

    그런데 이런 폭염의 날씨에도 손발이 얼음처럼 차가워지는 사람도 있다. 일명 수족냉증이라 불리는 것이다. 여름철 더위 속에 대개의 사람들이 손발에 불이 날 정도이지만 손발에 냉기가 흐른다는 것은 언뜻 듣기에 부러움을 살 수도 있을 것 같다. 정작 이러한 증상을 가진 이들은 고역일 뿐만 아니라 가능하다면 고쳐야 할 신체상의 애로가 아닐 수 없다.

    현대과학이 발달하면서 조그마한 신체적인 불편에도 병원을 찾는다. 메르스와 같은 바이러스성 질병의 경우는 마땅히 병원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안 될 뿐만 아니라 개인의 건강상의 문제를 넘어서 주변의 생명마저도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유행하던 세균성 질병을 치유하기 위해 한방병원을 우리는 찾지 않는다. 한의사의 치유 기술은 차치하고서라도 일반 병원에 간다. 그럼에도 들추어진 병리현상이 아닌 몸의 전체적 구조에서 기인되는 경우라는 자가 진단으로 한방병원을 찾는 걸 보면 동서(東西)의 의술적인 측면에서 인간 몸의 치유방안에 상보적 역할이 분명히 있음을 느끼게 한다.

    한방전문의는 이러한 수족냉증의 원인으로 위의 기능을 지적한다. 위의 기능이 강하지 못한 이들의 경우 차가운 냉기의 여름 과일과 심지어 얼음이 들어간 빙수 종류가 위(胃)에서 처리되기 위해서 몸의 열기를 위로 집중시킨다는 것이다. 몸의 전체적인 기력과 기능이 강하지 못한 이들에게는 혈액순환이 원만하지 못해 심장과는 떨어져 있는 손과 발에는 한여름철조차도 냉기가 흐르게 된다. 위에서 몸의 열기를 집중해서 사용하니 변방의 손과 발에는 차가운 냉기가 흐른다. 몸과 사회가 어쩌면 이 작은 현상에서 유사하게 작용하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온갖 열기를 산업발전에 질주하고 있다. 모든 에너지를 선택된 곳에 모아서 집중적으로 강화하려고 한다. 국가경제에는 공업중심의 국제 경쟁력 강화에, 문화적으로는 타올랐던 한류의 불길을 더욱 거세게, 정치적으로는 노선정리에, 교육에는 일류에 집중한다. 사회가 균형을 잃으면서 가정의 파괴로 이어지고 차가운 냉기로 부르르 뜨는 손발 차가운 사람들은 알 수 없는 범죄로 세상에 항변한다.

    찬 것으로 더위를 피하려는 순간적인 대책보다 마음을 다스려 몸 전체가 안정될 수 있게 국가가 돕는 것이 세상살이의 힘겨운 열기를 피하는 방법일 것이다. 금전적인 복지보다는 마음에서 시름하나 덜어내도록 사랑의 복지가 절실하다. 손발 차가워지는 게 노년의 병만이 아니라 젊은 청춘에게도 보편화된 소외병일 수 있다.

    장효영 (남해대학 관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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