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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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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의회 내 성추행에 돈봉투까지 건넨 기초의원

  • 기사입력 : 2015-07-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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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내 한 기초의회 의회 회의실에서 개탄스런 일이 발생했다. 상임위원장 A의원이 의회사무국 소속 여직원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추행장소가 의회 내라는 것도 그렇거니와 뒷말이 날 것을 우려해 돈봉투까지 건넸다고 하니 명색이 상임위원장이 맞는지 의심스럽다. 피해자를 대충 위로하면 넘어갈 수 있으리라고 봤다면 평소 ‘갑질’에 절어 있었을 것이다. 물론 지금으로선 섣불리 단정할 순 없다. 정확한 내막은 앞으로 조사를 해봐야 한다. 하지만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만으로도 해당 지역민들의 얼굴에 먹칠을 했다. 의원 사회 또한 도매금으로 매도돼 도덕성이 땅에 떨어질 것은 물어 보나 마나 한 일이다.

    사안을 재구성해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지난 23일 오후 5시께 의회 회의실에서 A의원은 여직원과 단둘이 있는 틈을 타 손을 잡고 앞에서 껴안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만원이 든 돈봉투를 제공한 것에 대해서는 ‘기분을 풀라는 의미’였다고 한다. A의원의 해명이 가관이다. “여직원이 딸같이 여겨지고 에어컨을 켜놓아 손이 차갑다고 해 손을 잡아줬다”고 하니 지나가는 소가 웃을 일이다. 성추행은 형법상 ‘강제추행죄’에 해당된다. 더욱이 시민의 대표들이 모여 시정을 논하는 의회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것은 결코 가볍게 넘길 사안이 아니다. 갑을 관계를 악용한 대표적인 권력형 성범죄다.

    그런데도 해당 기초의회는 28일 오전 의장단 회의를 소집했지만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물론 A의원의 전화기가 꺼져 있고 동료의원조차 연락이 닿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긴 하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우선일 수 있다. 그렇더라도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 지나치게 소극적인 인상을 준다. 많은 의원들은 지금 이 시간에도 지역민들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해당 의회는 자신들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적극 나서 엄단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기초의회 의원이 여직원과 성추행에 연루된 사건은 드문 일이다. 만에 하나 동료의원 감싸기 행태를 보인다면 큰코다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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