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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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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4) 투고지화(投膏止火)- 기름을 끼얹으면서 불을 끄려고 한다

  • 기사입력 : 2015-08-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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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의원은 국민의 대표로 국사를 의결하고 국정을 감독하는 신성한 자리로 민주주의의 꽃이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만큼 많은 사람들로부터 욕을 들어먹고 비웃음을 사는 자리도 드물 것이다. 그러나 욕을 들어먹고 비웃음을 많이 산다는 것은 또 그만큼 모든 국민들이 많은 관심을 가지는 선망의 대상이 되는 자리라는 것을 증명한다.

    사람들이 입으로는 국회의원을 욕하지만 국회의원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다. 국회의원이 되고 싶은 사람은 많은데 자리는 한정돼 있으니 국회의원 되기가 싶지 않다. 국회의원 되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하는 것은 시·군의원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사람이 가장 잘 알 것이다.

    사실 국회의원은 너무나 바쁘고 힘든 자리다. 다른 회의는 대부분 뜻이나 목적이 같은 사람들끼리 모여서 하는데, 국회의원들은 무슨 일을 논의할 때 노선을 달리하는 여당과 야당이 같이 논의해야 하니 근본적으로 순조로울 수가 없다. 그래서 상대 당의 합의를 얻어내야 의안을 처리할 수 있다. 각 당마다 다 주장이 다르니 매일 협상이고 투쟁이다. 합의가 안 되면 변칙적인 통과를 하는데, 그러면 또 언론이나 국민들의 비난이 쏟아진다.

    연일 국회에 국회의원을 찾아가는 사람이 줄을 잇는다. 그러나 국회의원을 도와주겠다고 찾아가는 사람은 없고, 국회의원에게 부탁하러 가는 사람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것도 정상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다가 안 되어서, 국회의원의 힘을 빌려 좀 비정상적으로 해결하려는 부탁이다.

    국회의원은 임기 4년인데, 다음 공천을 얻기 위해서는 국회의원으로서의 본분인 국회활동을 잘 해야 하지만, 또 당의 공천을 얻기 위해서는 당대표를 비롯한 당 간부들과 관계가 좋아야 하고,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서는 지역구 주민들과 관계도 좋아야 하고 인지도도 높여야 한다.

    국회의원의 세비가 많다고 이구동성으로 비난을 하지만, 국회의원들의 활동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그러나 언론이나 국민들의 감시가 있기 때문에 세비를 올리기가 쉽지 않다. 그러다 보니 활동자금이 부족해 부정한 돈을 얻어 쓰다가 조사를 받거나 구속까지 되는 의원도 없지 않다.

    아무튼 욕을 많이 먹고 있는 자리인데, 요즈음 새정치민주연합에서 국회의원 숫자를 대폭 늘리자는 주장을 내놓아 더욱 국민들의 비난을 듣고 있다.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 야당의 제안이지만, 그렇게 하는 것은 야당에 유리하게 하려는 속셈이라고 한다.

    우리나라 국회의원 숫자는 세계 평균으로 볼 때 적은 편은 아니다. 가뜩이나 욕을 들어먹고 있는 국회의원인데, 야당에서 또 국회의원 숫자를 늘리자는 제안을 해서 국민들의 비난을 더 가중시키고 있다. 이야말로 불을 꺼야 할 판국에 기름을 계속 끼얹는 격이다.

    * 投 : 던질 투. * 膏 : 기름 고.

    * 止 : 그칠 지. * 火 : 불 화.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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