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경남시론] 받아먹었다?- 김재수(영화감독)

  • 기사입력 : 2015-08-05 07:00:00
  •   
  • 메인이미지

    ‘예술인복지재단 창작준비 지원 사업을 시작합니다.(자세한 내용 홈페이지 참조 www .kawf.kr)’

    반가운 문자를 예술인복지재단으로부터 받았다. ‘창작준비금 지원’ 사업은 예술인들이 생활고로 인해 예술창작활동을 중단하는 상황에 이르지 않도록 보호하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예술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국민세금으로 지원하는 제도다. 창작준비금 지원은 신청 예술인의 예술 활동, 소득, 건강보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선정된 예술인 약 3150명에게 1인당 300만원의 창작준비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의욕은 있으나 현실의 벽 때문에 창작행위를 할 수 없는 예술인들에게 갈라진 논에 단비만큼 순기능을 할 것임에는 분명하다.

    2014년에는 ‘예술인 긴급복지지원’ 명목으로 81억원이 편성돼 상반기에 생계형 예술인들에게 복지지원을 명분으로 지급한 바 있는데 이른바 최고은법이라는 ‘예술인복지법’ 국회 통과가 그 시작이다.

    최고은이 누구인가. 그녀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고 현장에서 단편영화와 시나리오를 만들고 쓰며 의욕적으로 영화인의 삶을 살았던 촉망받던 예술가였다. 그런데 그녀가 “쌀과 김치 좀 달라”는 몇 자를 남기고 아사했다. 그녀 뒤를 이어 정아율(배우/2012). 김수진(배우/2013), 우봉식(배우/2014) 등이 연이어 생활고로 생긴 우울증으로 생을 마감했다. 생활이 힘든 예술인들의 삶의 내면을 복지재단에서는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110억원이 편성되었는데 기획재정부의 승인이 나지 않아 한 푼도 집행되지 못하고 있었다. 급기야 지난 6월 중순 연극배우 김운하(본명/김창규)가 고시원에서 닷새 지난 주검으로 발견됐고, 배우 판영진이 연이어 생활고로 생을 마감하고서야 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부랴부랴 위에서 언급한 창작준비금 지원 명목으로 생계형 예술인들에게 지원한다는 것이다.

    서류를 복잡하게 갖춰야 하는 것도 번거롭지만 예술인들을 선착순으로 목표인원을 채워 돈을 준다는 것이다. 선착순으로 목표인원을 모집하기 때문에 필연코 한꺼번에 서버에 몰릴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 단위로 동시 접속이 이뤄지기 때문에 접수가 불가능하게 되는 터무니없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가난한 예술인들한테 정부에서 국민 세금으로 재정지원을 해 주는 것도 방법일지는 모르나 꼭 이런 형식의 지원이 능사는 아닐 듯싶은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

    예술인의 삶은 스스로 개척하는 삶이다. 누가 시킨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누가 말린다고 안 하는(못하는) 것도 아니다. 천부적인 재능과 끼, 그리고 무한 노력으로 무엇인가를 성취하고 무엇인가를 세상 밖으로 던져 자신과 더불어 타자와 공유하는 삶. 특히 공연예술인 연극이나 복합장르인 영화예술에 종사하는 예술인들의 삶은 그만큼 더 자신에게 치열할 수밖에 없고, 외부환경도 녹록치 않기 때문에 중도포기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음악·미술·문학 등 타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 땅에서 오로지 예술행위로써 밥을 먹는 예술가가 몇 명이나 되겠는가. 차제에 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보다 근본적인 예술인복지지원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범국가적으로 문화예술계에 지원되는 각종 지원금을 통괄하고 여기저기 찔끔 나눠주기식의 지원책에서 탈피해 선택과 집중으로 예술인과 예술행위에 지속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받아먹었다?’고 내게 말한 어느 연극배우의 푸념 대신 ‘안 받아 먹어도 행복한’ 예술인들의 삶의 질 개선에 보다 심도 깊은 접근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재수 (영화감독)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