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5일 (목)
전체메뉴

[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발칸반도의 중심, 세르비아 베오그라드

하얀 요새에 남은 전쟁의 상처, 평온하게 덮어주는 붉은 노을

  • 기사입력 : 2015-08-05 22:00:00
  •   
  • 메인이미지
    베오그라드의 칼레메그단 요새에서 바라본 노을. 왼편으로 빅토르 동상이 우뚝 서 있다.
    유럽의 남동부, 발칸반도 중앙에 위치한 나라 세르비아.

    ‘발칸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세르비아. 1박2일, 아니 20시간을 머무르며 10시간 남짓 스치듯 지나갔던 곳이기에 짧은 기억이 더욱 강렬하게 남아 있다. 어느 나라를 국경으로 접하고 있는지 그 위치조차 생각나지 않았던 나라, 세르비아.

    루마니아, 불가리아, 보스니아와 크로아티아 등의 여러 국가를 국경으로 접하고 있는 세르비아는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유고연방의 해체로 심각한 전쟁을 겪었던 나라였다는 사실만 어렴풋이 기억날 뿐이었다.

    간략히 설명을 하자면 세르비아, 크로아티아, 슬로베니아 등의 6개 공화국으로 이뤄진 ‘유고슬라비아 사회주의 연방공화국(유고연방)’이 1980년대 말 사회주의 체제가 붕괴되며 서서히 해체 수순을 밟게 됐다. 이에, 1991년부터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마케도니아에 등 유고연방에 속해 있던 국가들이 하나둘 독립을 선언했고 독립을 저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쟁을 일으켰다. 현재까지는 2008년 코소보까지 독립을 선언한 상태이지만, 세르비아는 아직도 인정을 않고 있기에, 분쟁의 소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한다.

    2014년 여름, 이스탄불에서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를 우선 예매하고 그 일정에 맞춰 세부 일정을 정하고 있을 때였다.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이스탄불로 이동을 위한 항공편을 찾고 있을 때, 자그레브-이스탄불 항공권의 절반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었던 베오그라드-이스탄불 항공권. 단지 저렴한 항공권으로 여행경비를 절약해보자는 생각으로 하루 남짓의 베오그라드 방문이 이뤄질 수 있었다.

    국경을 넘어 도착한 ‘하얀 도시’라는 뜻의 베오그라드는 잿빛 하늘이 뒤덮고 있었지만, 이내 걷혀 우리에게 최고의 노을을 선물해줬다. 발칸의 화약고라는 별명이 무색할 만큼 사람들도 친절했다. 더욱이 물가도 저렴해, 그토록 마시고 싶었던 콜라를 덥석 집어 계산하던 내 모습이 기억난다.

    미리 예약한 호스텔을 찾기 위해 비탈진 언덕길을 걷기를 한참, 마침내 구시가 근처에 위치한 호스텔에 무사히 입성할 수 있었다.

    메인이미지
    칼레메그단 요새로 가는 길.


    그곳의 장난기 가득한 스태프가 우리들이 하루 동안 묵을 방으로 안내를 해주며, 스태프 한 명 한 명을 다 소개해줬다. 그리고는 오늘의 저녁 식사 준비는 자기가 담당한다며 세르비아 전통 수프를 준비하니 함께 먹자고 제안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어떻게 “No(아니오)”를 할 수 있을까? 친구와 흔쾌히 “Yes(네)”를 말하고서, 지도 한 장을 받아들고 칼레메그단 요새로 곧장 향했다.

    베오그라드에 갔던 이유가 단순했듯, 칼레메그단 요새에 가고 싶었던 이유도 지극히 단순했다. 베오그라드의 여행 정보를 찾던 중 우연히 보게 된 ‘KBS 걸어서 세계속으로, 베오그라드편’에 소개됐던 칼레메그단 요새에서의 노을을 보기 위해서였다. 여행 중 가장 단순한 이유로 여행지를 정하고 가게 됐던 유일한 곳. 어떠한 목적 없이 오게 됐지만, 그 이상으로 감동과 정취를 느낄 수 있었던 곳이었다.

    요새 한가운데에는 나체로 검을 들고 있는 빅토르 동상이 있는데, 이는 예전에 시내에 있던 것을 이곳으로 옮겼다고 한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동상이 부담스러워서일까’ 하고 추측했는데 돌아와 찾아보니 내 생각이 맞았다. 이렇듯 여행은 너무 복잡하고 어려운 것이 아님을 짧은 2일의 여행 동안 새삼 느끼게 됐다.

    메인이미지


    외세의 침략을 막기 위해 지어졌던 이 요새는, 지금은 시민과 여행객들을 위한 공원으로 이용되는 듯했다. 곳곳에 잘 가꿔진 수목들과, 저녁 노을을 바라보며 앉을 수 있는 벤치들, 일과 여행에 지친 사람들이 잠깐의 휴식과 위안을 얻기에는 부족함 없는 칼레메그단 요새. 이렇게 평화로운 모습과 반대로, 군사 박물관 그리고 1차 세계대전 때 사용됐던 각종 대포와 전차들이 전시돼 있는데, 이 무기들을 보니 되레 ‘평화’라는 의미가 부각되는 것 같았다. 다만, 여러 유럽국가를 거쳐 온 도나우강과 시바강이 만나는 이곳에서의 노을을 카메라에 다 담지 못한 아쉬움만이 가득하다.

    베오그라드의 올드타운은 그렇게 크지 않아 올드타운에 위치한 숙소에서 요새까지는 걸어서 30분 남짓 걸렸던 것 같다. 구시가와 칼레매그단을 잇는 크네즈 미하일로 거리를 걸으면서 잠시나마 이곳의 분위기와 정취를 느낄 수 있었다. 자유로이 악기를 연주하는 거리의 악사들, 붓과 물감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젊은 화가들, 부모님 손을 잡고서 길을 걷는 꼬맹이들. 전쟁의 아픔을 겪었던 곳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평온하고 조용해 보였다. 자동차가 없는 보행자의 거리에서 이들 속에 섞여 마음껏 여유를 즐겼고, 이곳에서의 여행을 기념하기 위한 마음에 드는 배지도 구할 수 있었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여행했던 곳을 기념하기 위해, 그 나라의 국기가 새겨져 있는 배지를 모으고 있다. 누군가는 마그넷을, 누군가는 엽서를 모으듯이. 이렇듯 하나씩 모아 먼 훗날 한쪽 벽면에 장식을 해놓으려 한다. ‘아, 이런 곳도 있었지’ 하고 회상할 수 있도록.

    그 외에도 나토(NATO)군의 공습을 받은 건물, 성사바 정교회, 세르비아 왕궁 등이 있는데, 이들 중 단연 놓치지 말아야 할 곳은 나토 공습을 받은 건물이다. 내전을 겪었던 베오그라드는 이 건물의 모습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는데, 이는 전쟁의 슬픔을 잊지 않기 위한 노력이라고 했다. 우리나라도 지난 역사에 분단의 아픔이 있었듯, 전쟁은 일으키지도 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다.

    짧았던 하루 남짓의 여행을 하고서 여행기를 쓰자니 쉽지는 않았지만, 좋은 기억을 다른 이들과 함께 공유하고 싶었기에 걱정을 하며 선택을 할 수 있었던 이번 여행지.

    단순한 이유 때문에 시작하게 됐던 단 하루의 단순했던 여행.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오그라드만이 가지고 있는 정취와 전쟁의 아픔 등을 고루 알 수 있었던 짧은 시간. 전쟁의 기억으로만 얼룩져 있을 것이라는 나의 편견을 깨기에 충분했던 시간이었고, 조금 더 머무를 수 없어 아쉬움을 가지고 떠나게 됐던 베오그라드.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발칸 반도의 국가들만 여행을 할 수 있는 그런 기회가 다시 올 수 있기를 마음속으로 간절히 바라 본다.


    ◆여행 팁

    △세르비아는 ‘디나르(Dinar)’를 사용하기 때문에, ATM에서 현지화를 출금하거나 환전소에서 현지화로 환전을 해 사용을 하면 된다. 곳에 따라 유로(Euro)로 결제를 할 수는 있지만, 거스름돈은 현지통화로 거슬러 준다.

    △EU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육로로 이동 시, 택스리펀(면세 환급)을 받기 힘들 수 있으니 미리 확인할 것.

    aa.jpg

    △김동현
    △ 1988년 창원 출생
    △연세대 원주캠퍼스 정보통계학과 졸업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