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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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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5) 인면수심(人面獸心)- 사람의 얼굴을 하고 짐승 같은 마음을 가졌다

  • 기사입력 : 2015-08-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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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맹자(孟子)는 ‘사람의 본성은 착하다(性善)’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나쁜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은 어째서인가?

    사람이 태어나서 그냥 살기만 하면 착하게 되는 것이 아니다. ‘사람의 본성은 착하다’는 말은, 누구나 본래 착할 수 있는 싹을 타고났다는 뜻이다. 이 싹을 잘 보살펴 성장시켜야 착한 사람이 되는 것이다. 식물에는 잡초가 있어 생장을 막듯이, ‘착한 싹’이 정상적으로 자라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는 많다. 자신의 생리적 욕구, 좋지 못한 환경, 유혹하는 친구, 명예와 이익을 추구하는 마음 등등.

    이런 방해요소를 극복하고 자신의 착한 본성을 잘 키워나가는 것을 ‘수양(修養)’이라고 한다. 그러나 사람이 착하게 되거나 착한 것을 지키기는 어렵고 재미가 없고, 나쁘게 되는 것은 쉽고 쾌락도 느낀다. 한 번 착한 사람이 되었다고 죽을 때까지 자동적으로 착한 사람으로 살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착한 사람에게도 매일매일 나쁘게 되라는 여러 가지 요소가 계속 유혹을 하고 있다. 그래서 사람은 죽는 순간까지도 수양하는 노력을 늦추어서는 안 된다.

    옛날 공부는 ‘사람 되는 것(做人)’이 목표였지만, 오늘날의 공부는 ‘지식을 습득해서 출세하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자신의 인격함양을 위해서 노력하지 않으면, 박사고 교수고 간에 아무리 학식이 많아도 인격이 갖춰지지 않는다.

    흔히 박사고 교수이면 도매금으로 ‘인격이 훌륭하겠지’라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심하게 말하면, 박사나 교수는 그냥 대학 나와서 직장생활하는 사람보다 5~6년 더 대학원에 다녀서 박사학위 따고 대학이라는 직장 구한 사람들이니, 꼭 인격이 더 나을 것이 없다.

    부지런하고 책임감 강하고 자신의 연구에 보람을 느끼고, 겸손하고 남을 배려하는 저절로 존경심이 일어나게 만드는 교수도 있지만, 대단한 학문적 업적도 없으면서 권위를 내세우고 학생에게 왕처럼 군림하는 교수도 있다.

    최근에 모 교수가 제자에게 대소변을 먹이고 때리고 모욕을 주고 금전적으로 부담을 지우는 등 사람으로서 할 수 없는 짓을 한 일이 있었다. 심지어 그 제자가 자살까지 시도했다 하니, 얼마나 괴롭혔는지 상상할 수 있다.

    “그 지경이 되도록 제자는 왜 말 한마디 하지 않았나?” 반문할지 모르지만, 대학원생의 사정은 교수에게 반항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 그 제자가 장차 교수가 될 생각이 있거나 그 분야에서 종사하려면, 그 교수가 학계에 나쁘게 이야기해 버리면, 교수는커녕 그 분야에서 매장당해 장차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참고 지내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소문이 안 나서 그렇지, 다른 대학에도 그런 처지의 제자가 한둘이 아닐 것이다.

    정말 얼굴만 사람이지, 짐승보다도 못한 인간들이 곳곳에 있다. 이 원인은 지식만 앞세우는 교육 때문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 人 : 사람 인. * 面 : 얼굴 면.

    * 獸 : 짐승 수. * 心 : 마음 심.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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