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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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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 일촉즉발(一觸卽發)- 한 번 닿기만 하면 곧 폭발한다

  • 기사입력 : 2015-08-2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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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8월 21일 북경(北京)에서 한국 유학생과 식사를 같이하는데 그 학생이 “어제 휴전선에서 남북간 포격전이 있었다”고 전해줬다. 북한에서 “22일 오후 5시까지 우리측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행동을 개시하겠다”는 위협적 발언을 했다고 한다.

    어떤 정도의 상황인지 매우 궁금하던 차에, 마침 이날 밤 중국국제방송 채널의 ‘오늘의 관심사(今日關注)’라는 프로에서 30분에 걸쳐 남북의 긴장관계 현황과 전망에 대해서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문가 두 사람이 나와서 의견을 개진했다.

    그 긴장의 정도를 짐작하기 어려워 집에 전화를 했더니 “휴전선에서 포격전이 있었지만 큰일은 없다”고 했다.

    긴장된 마음으로 22일 밤 11시 넘어 귀가해서 급히 텔레비전을 켜보니 김관진 청와대안보실장과 북한의 대표가 판문점에서 장시간 회담을 하고 있었다. 예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상황이었지만, 일단 한숨은 놓았다.

    그러나 10시간 이상 계속된 회담은 합의 없이 새벽 4시 내일로 미루고 정회했다.

    23일도 합의 없이 다시 만나기로 하고 정회했다. 우리는 지뢰 도발과 포격에 대한 사과를 먼저 하라고 하고 북한은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라는 주장을 하여 상호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고 있다.

    회담 중인데도 북한은 잠수함 50척을 출동시키고, 휴전선 일대에 포병 전력을 평소보다 두 배로 증가시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는 대한민국에 전쟁공포를 조성하여 회담을 유리한 데로 끌고 가려는 속셈이 있다. 그 밖에도 전시상황을 만들어 김정은 체제를 확고히 하려는 데 있다. 나라가 어지러울 때 다른 나라와 전쟁을 벌이면 나라 안에서 국민들이 단결하는 심리가 있는 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김정은은 아무런 실력도 없이 단순히 세습체제를 물려받아 최고 통치권자가 되었으므로 내심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위엄을 내세우기 위해서 고위층을 무자비하게 숙청하여 자신의 지위를 확고히 하려고 하고, 대한민국과 전쟁상황을 만들어 걸출한 지도자의 인상을 북한 백성들에게 심어주고, 나아가 대한민국을 혼란시키고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에서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그러나 전쟁을 하려면 먼저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 북한은 국지적인 도발은 할 수 있어도 전쟁은 할 수가 없다. 전쟁을 지속할 힘이 없기 때문이다. 또 중국이나 소련이 북한의 전쟁을 위해 도와줄 이유가 없다.

    자칫하면 바로 터질 것 같은 대단한 위기 같지만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위기상황에서 대한민국 국민들이 더욱 안온하게 평소와 다름없이 생활하고, 국민들이 한목소리를 내는 것이 김정은에게 심리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길이다.

    * 一 : 한 일. * 觸 : 닿을 촉.

    * 卽 : 곧 즉. * 發 : 필 발.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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