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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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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정민주 기자의 야구야그 (2) 낫아웃

1이닝에 삼진이 4개라고요?

  • 기사입력 : 2015-09-04 14:0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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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경기 기록을 보다가 흠칫. 1이닝에 삼진이 4개라고?

    아무리 야구를 모르지만, 한 이닝당 삼진을 3개 당하면 그 회 공격이 끝난다는 것쯤은 알고 있죠!
     
    그런데 4월 14일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3회초. 손시헌, 박민우 선수가 삼진을 당해 2아웃 상황. NC의 신성 김성욱 선수가 2사 2스트라이크 2볼 상황에서 헛스윙을 해 삼진을 당하고 1루를 향해 뛰어갑니다.
    어떻게 된 일일까요. 포수가 공을 제대로 포구하지 못해 뒤로 빠뜨렸기 때문입니다.

    낫아웃의 정식명칭은 스트라이크 낫아웃(strike out not out).

    투수가 두 번째 스트라이크 이후에 던진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으나 포수가 이 공을 잡지 못한 경우(또는 잡기 전에 공이 그라운드에 닿은 경우)에 발생하는데요.

    이때 타자는 아직 아웃이 되지 않은 상태이므로 1루까지 뛸 수 있고, 포수는 놓친 공을 잡아 타자를 태그하거나 타자가 1루에 도달하기 전에 1루수에게 공을 보내야 아웃으로 인정됩니다. 말 그대로 스트라이크(삼진)를 당했지만 아웃이 아니라는 겁니다. 김성욱 선수는 스윙을 했지만 낫아웃은 타자의 스윙 여부와는 무관합니다.
     
    그 이닝은 결국 이호준 선수가 아웃당하면서 끝났는데요. 3회에만 삼진이 4개가 나온 흔치 않은 장면이었습니다.
     
    1이닝 4삼진이 아주 드문 일은 아닙니다. 1998년 현대 유니콘스의 대형신인 김수경 선수가 1이닝 4삼진을 잡은 적이 있고요. 2014년 7월 26일 LA다저스와 샌프란시스코자이언츠의 경기에서 LA다저스 선발 잭그래인키 선수가 낫아웃으로 1이닝 동안 삼진 4개를 잡은 기록도 있습니다.
     
    여기서 문제! 1사 상황 주자가 1루에 있는 경우, 타자는 2스트라이크 이후 헛스윙했고 포수는 공을 받지 못했습니다. 낫아웃 상황일까요? 이런 경우 타자는 1루에 세이프가 되더라도 삼진아웃인데요.
     
    이유는 1사에 주자가 1루에 있는 이런 경우 타자는 낫아웃이 아닌 삼진아웃으로 처리하기 때문입니다. 낫아웃은 노아웃이나 원아웃에서 1루에 주자가 없을 때만 성립되고, 2아웃일 때는 주자 유무와 상관없이 성립됩니다.
    1루에 주자가 있을 때 낫아웃이 성립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포수가 고의로 공을 놓쳐 더블플레이(병살) 상황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김성욱 선수처럼 빠른 선수만 낫아웃으로 출루할 수 있느냐고요? 대장공룡 이호준 선수도 낫아웃으로 출루한 적이 있습니다. 2014년 5월 3일 NC다이노스와 삼성라이온즈와의 경기 4회초 2사에 주자 1, 2루 상황.  


    이호준 선수가 2스트라이크 3볼에서 헛스윙을 했는데 그 공이 삼성 이흥련 포수 뒤로 크게 바운드가 됐고 뒤늦게 상황을 알아챈 이호준 선수가 부리나케 1루로 뛰어 세이프됐습니다.
     
    프로에서는 낫아웃이 흔하지 않지만 사회인 야구에서는 상당히 빈번하게 발생하는데요. 포수들이 공을 포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잦기 때문입니다.
     
    낫아웃은 기록지에선 삼진으로 표기되고 집계되지만 실제 아웃카운트에는 반영되지 않기 때문에 1이닝에 4삼진이란 희귀한 기록이 나올 수 있는 거죠.

    출범 33년째인 KBO 리그(프로야구 1군)에서 지금까지 총 6명의 투수가 한 이닝 4삼진을 잡았는데요. 프로야구 역대 한 이닝 최다 탈삼진 4개는 1998년 4월 13일 대구 롯데전에서 삼성 파라가 9회에 처음 기록했고, 현대 김수경은 1998년 6월 19일 인천 삼성전 7회에서 삼성 곽채진은 1998년 7월 27일 대구 한화전 5회에서 각각 기록했습니다. 또 LG 김민기는 1999년 5월17일 잠실 두산전 7회에 똑같은 진기록을 세웠고 최근에는 2013년 9월 30일, KIA 김진우가 마산 NC전 8회에 기록했고 이번 롯데 왼손 투수 레일리가 6번째 진기록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낫아웃의 '역사'는 삼진보다 오래됐다는데요. 타자와 포수 사이가 지금보다 더 멀었던 1850년대에는 헛스윙을 포함해 스트라이크 3개가 선언되면 타자는 1루로 뛰고 투구를 잡은 포수가 타자를 태그하거나 공을 1루로 던져 아웃시켜야 했는데요.

    그러나 타석과 포수의 위치가 점점 가까워지면서 타자가 1루로 진루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1879년 포수가 노바운드로 잡아낸 3번째 스트라이크는 자동으로 아웃이 되는 '삼진'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낫아웃으로 3루까지 진루한 기록도 있는데요. 2011년 5월 27일 한화와 두산의 경기 9회에서 한화 오선진 선수가 두산 마무리 투수 정재훈 선수의 포크볼에 헛스윙을 했는데요. 이 공이 홈플레이트를 맞고 뒷그물로 튕겨 나가 낫아웃 상황이 됐습니다.

    2루에 있던 한화 추승우 선수가 홈을 향해 질주해 득점을 했고 이로써 9-10으로 두산이 앞서던 경기가 10-10이 됐습니다. 낫아웃이 행운을 불러온 걸까요. 이후 한화는 강동우 선수의 중전 안타로 11-10을 만들며 역전승을 거뒀습니다.
     
    영원한 삼성맨 양준혁 전 삼성라이온즈 선수를 어떻게 기억하십니까?
    양신? 레전드? 만세타법? 노총각?
     
    전 1루를 향해 가장 열심히 뛰었던 선수로 기억합니다. 그것이 양준혁 선수가 3할 타율을 기록할 수 있었던 이유였겠죠. 우스갯소리로 양준혁 선수를 보고 '배트를 거꾸로 잡고 쳐도 3할'은 친다고 합니다. 1993년에 데뷔해 은퇴한 2010년까지 2002년, 2005년, 2008년, 2010년 시즌을 제외하고는 모두 3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했기 때문이죠.
     
    삼진을 당했더라도 허망하게 몸을 포수에게 살포시 내어 주는 선수보다, 아웃될 줄 알더라도 1루를 향해 전력질주하는 선수들이 많아지길 바랍니다. 매 타석 소중히 여기며 전력질주 당한 뒤 아웃되는 선수를 향해 팬들은 틀림없이 격려를 쏟아부을 테니까요.
     
    처서가 지났다지만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늦여름 더위가 기승입니다. 이 더위에서도 최선을 다해 경기하는 야구선수들이 있기에 팬들은 더욱 즐겁습니다.
     
    낫아웃 간단 정리!
     
    2 스트라이크 상황에서 타자의 스윙 여부와 관계없이 포수가 투구한 공을 잡지 못했을 때
    1. 주자가 없는 상황→ 1루에 세이프되면 낫아웃으로 진루.
    2. 무사, 1아웃 상황→ 주자가 1루에 있으면 삼진아웃.
    3. 2아웃→ 1루 세이프되면 낫아웃으로 진루.
    수비수들은 낫아웃 상황에서 공을 잡고 타자를 태그하거나 1루에 공을 던져 아웃시켜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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