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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남선녀, 그들이 김달진문학제에서 인증샷 찍은 이유는?

[기자수첩] 문학행사 인증샷

  • 기사입력 : 2015-09-0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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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토요일 창원시 진해문화센터 1층 공연장. 도내 가장 큰 문학제 가운데 하나인 김달진문학제가 열려 450석이 모자랄 정도로 가득 찼다. 창원김달진문학상 등 수상이 끝나고 수상자들이 기념촬영을 할 때, 기이한 장면이 펼쳐졌다.

    관람석에 앉아있던 많은 사람들이 무대 반대편 쪽으로 일제히 고개를 돌리고 사진을 찍기 시작한 것이다.

    사연이 궁금해 옆 학생에게 물으니 마산지역 모 대학교의 비평 관련 교양수업 수강생에게 김달진 문학제에 다녀오라는 과제가 주어졌단다. 문학제 행사 하나를 보고 나서 보고서를 쓴 뒤, 표지에 ‘인증샷(사진)’을 첨부해야 하는 것. 대학시절, 강제성을 띤 과제지만 전시나 공연을 보면서 알지 못했던 재미와 감동을 느낄 수 있기에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하지만 학생이 아닌 창원시민 한 사람으로서 생각하니 달랐다. 학생들이 주 참석자였던 것은 상금을 포함해 1억원의 예산을 쓰는 행사에 일반인들이 거의 오지 않았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접한 인간문화재인 명창 축하공연과 시상식마저도 김달진 선생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거나 문학과 관련해 시민들이 즐길 수 있는 것과는 거리가 있었다.

    앞서 열린 문학심포지엄도 전공자와 문인을 위한 것이지 시민들이 다가갈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더욱이 이 행사에 참여한 학생들의 학교가 김달진문학제를 주최하는 이성모 김달진문학관 관장이 재직하는 곳이라는 점은 문학제의 ‘성황리 개최’를 위해 학생들을 동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한다. 한 시인은 “몇 년 전만 해도 시민들이 많이 참여했던 행사였는데 이제 학생들이 점수 받으러 오는 곳이 됐다”고 탄식했다.

    김달진문학제는 ‘봄에는 군항제 가을에는 김달진문학제’를 슬로건으로 삼았다. 김달진문학제가 대표적인 축제가 돼 시민들로부터 사랑받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그러나 찾아주길 기대하기 전에 먼저 김달진 선생의 시세계를 알릴 수 있고, 시민들이 문학을 즐길 수 있는 알맞은 콘텐츠를 만들어냈는지 묻고 싶다.

    공연과 전시가 가능한 장르에 비해 문학은 문학제가 아니면 시민들과의 접점이 적은 만큼 내년에는 학생들과 시민들이 더 나은 인증샷을 찍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슬기 (문화체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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