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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나 아름답게 늙어가나?- 최환호(경남대 초빙교수)

  • 기사입력 : 2015-09-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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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 우습다/ 내가 57세라니/ 나는 아직 아이처럼 팔랑거릴 수 있고/ 소녀처럼 포르르포르르 할 수 있는데/ 진짜 할머니 맹키로 흐르르흐르르 해야 한다니(최승자. ‘참 우습다’).’ 당신, 청춘이고 싶어? ‘모진 세월이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리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박완서. ‘옛날의 그 집’)’고 화답할 것인가.

    나이 듦의 품격이 절로 길러질까. 시장 무지렁이부터 사회 지도층까지 나이를 허투루 먹는 사람들이 차고 넘친다.

    국정감사자료(2014년)에 의하면 71세 이상 노인 성범죄가 2년 새 60% 증가했으며, 강간 및 강제추행이 전체 노인 성범죄의 96.5%까지 급증했다. 롯데가의 이전투구에서 보듯 OECD 역사상 유독 한국의 재벌들은 가히 세계적 노추(老醜) 증상이랄까, 골육상쟁의 경영권 분쟁사랄까, 그간 염치없고 추잡한 꼴값을 가지가지 떨지 않았던가. “손가락 끝으로 가슴 한 번 찌른 것이 성추행이냐”는 박희태 전 국회의장, 수감 순간까지 대한민국 법치를 모독한 한명숙 전 총리의 처신 등등. 하긴 공자의 ‘정명(正名)’도 모르는 주제에 무슨….

    하버드대 성인발달연구소에서 12년간 50명의 중년을 심층 추적한 보고서 ‘서드 에이지, 마흔 이후 30년’에 따르면 인간의 생애는 학습을 통해 1차 성장이 이뤄지는 10대~20대 초반을 퍼스트 에이지(First Age), 일과 가정의 정착 단계인 20∼30대를 세컨드 에이지(Second Age), 깊은 2차 성장을 통해 삶을 재편성하는 40∼70대 중반까지를 서드 에이지(Third Age), 성공적 노화를 추구하는 70대 중반 이후를 포스 에이지(Forth Age)로 나눈다.

    특히 중년과 노년 사이의 긴 여정, 그 30년(서드 에이지)을 주목해야 하리. 마크 프리드먼은 이 시기를 ‘앙코르 단계’라고 명명하면서 “70세 시대(20세기)의 낡은 인생지도를 버리고 100세 시대(21세기)의 남은 인생을 재구성해보자”고 권한다. 앙코르 단계야말로 변화한 시대에 진정한 인생의 절정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빅 시프트’). 즉, 이 단계는 우리가 살아온 시간, 우리에게 남은 시간, 다음 세대를 위한 시간이 극적으로 교차하는 시기이기에 아름답게 늙어가기 위한 새로운 기회이자 고유한 자산이며, 중요한 동력이 된다는 거다.

    미국에서 18세 이상의 성인 남녀 2000명에게 성형수술과 노화에 대해 설문조사를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이에 맞는 외모가 아름답게 느껴지며, 겉모습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이 더 중요하다고 밝혔다. ‘무릇 그 외면을 중히 여기면 내면은 허물어지는 법이라(장자).’

    내면의 아름다움은 성형불가하기에 단 한 번에, 단 하루 만에 만들어질 수 없다.

    겉이 아닌 속, 가장 인간답게 사는 구도의 절정, 그 간구가 빚은 결정체인즉. 최근 영국의 선데이 타임스가 “더 이상 여성의 아름다움에는 나이가 문제되지 않는다”며 영화 ‘더 퀸’에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자 헬렌 미렌(62), 제인 폰다(78) 등을 소개했다.

    당신도 아름답게 늙어 가고 싶은가? 에세이스트 마이클 폴리에 의하면 고독(solitude)과 정적 (stillness), 그리고 침묵(silence)에 친숙해지라고 권한다. ‘3S’ 속에서 부귀공명 오욕칠정에서 벗어나 ‘나는 누구이며, 어떻게 늙어갈 것인가’를 ‘절실하게 묻고 구체적으로 생각(切問而近思)’한 사람들은 다르다.

    무엇이 자신의 참 모습인지, 무엇이 성숙미(成熟美)인지를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처연하리만큼 노추(老醜)를 드러낼 것이냐, 절정의 원숙미(圓熟美)를 보일 것이냐, 오직 당신에게 달렸다. 하긴 아무나 아름답게 늙어가나?

    최환호 (경남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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