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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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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생존기] 도영진(1) 오싹한 경찰서의 질문남

  • 기사입력 : 2015-09-09 10: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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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작하면서: 경남신문 신입기자들이 좌충우돌 수습과정을 솔직하고 재미있게 중계합니다. 주인공은 지난 7월 경남신문 47기로 입사한 수습 듀오, 도영진·김재경 기자인데요, 이 열혈 청춘들의 편집국 생존기는 주1회에 걸쳐 전합니다.>
     

    올해 나이 스물아홉. 늦은 나이에 '언시(언론고시) 바닥'에 뛰어들었고, 늦은만큼 마음도 초조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언론사의 벽은 높았고, 불합격 문자도 쌓여만 갔다. 그럴 수록 더 절실해졌다. 그 와중에 2년 연애의 종지부도 찍었다.(차였다) 차디찬 소주로 실연의 아픔도 하루짜리 단기속성으로 끝냈다.

    낯선 서울생활은 외롭고 때로는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나이 앞자리가 '3'으로 곧 바뀐다는게 더 무서웠다. 시간과 돈과 잠을 아껴가며 견디고 참았다. 몸무게가 딱 10kg 빠졌을 때, 불합격 문자 대신 합격 전화를 받았다. 그렇게 경남신문 '수습기자'가 됐다.(그 날 소주의 맛은 참 좋았는데 어떻게 말로 표현할 방법이 없네~)
     
    "월요일 오전 아홉 시까지 총무국으로 출근해라." "네 감사합니다!!!!"
     
    첫 출근을 하고 일주일간의 사내연수를 받은 뒤 사회부 수습기간이 다가왔다. 드디어 진짜가 나타났다! 강력계 형사들의 포스, 후드를 뒤집어쓴 피의자와 그를 찍는 방송카메라, 그리고 어리둥절한 나. 한 여름인데도 처음 간 경찰서는 오싹했다. 이제 여기에 익숙해져야 할 텐데…. 자신감보다는 두려움이 앞선 게 사실이다.
     
    기자가 되기 전, 기자는 글발이 좋아야 한다는 '좋은 기자'에 대한 환상이 있었다. 기자가 된 후, 수습기간을 거치며 글을 잘쓰기 이전에 '질문을 잘해야' 좋은 기자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이를테면 아침 '마와리'를 돌 때, '어제 별일 없었어요.'라고 말하며 귀찮아하는 형사팀장의 말을 더 끌어내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해야 한다.
     
    '폭행죄로 입건됐네요.(네) 사건 발생이 몇 시였어요?(어제 다섯시예.) 어디를 몇 대 때렸답니까?(몇 대 때렸다 카더라? 김형사 몇 대 때렸다 카더노? 아, 얼굴에 두 대.) 주먹으로요?(어데예. 손바닥으로.) 여주인은 맞기만 했어요?(맞고 바로 신고했다카데요.) 그 가게에서 술 마시고 술에 취해놓고선 술 더 안 준다고 때린겁니까?(그 자리에서 실컷 마셔놓고는 때렸다카더라고예.) 서상동에 무슨 식당입니까? 진단은 요?' 등등…. 수첩 빼곡히 시시콜콜한 것들을 메모한 후 선배한테 또박또박 보고하고 나면 하루의 절반은 지나간 기분이다.
     
    질문을 잘하는 것이 비단 사건의 전후사정을 잘 묻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깨닫고 있다. 결국 기사란 사람에 대한 이야기이고, 기자는 사람의 이야기를 또 다른 사람에게 전달하는 사람이다. 이 본분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기자는 발생하는 모든 일을 잘 묻고 잘 전달해야만 한다. 그 연습을 지금 열심히 하고 있다.
     
    기자가 되기 전 다음과 같은 다짐들을 하곤 했다.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안을 주는 기자가 되자. 현장에 있는 기자가 되자. 사람들이 모르는 이면을 들춰보는 기자가 되자. 그리고 사람을 아끼는 기자가 되자.
    기자가 된 후 이런 다짐을 하곤 한다. 그러기 위해서 물어보는 것을 귀찮아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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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게 그러니까 얼마라고요?'
    - '한 병에 3800원!'
    - '이런 도둑놈들!'
    - '그러니까 우리가 잡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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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찰서에서 있었던 수사과 브리핑 현장. 모 기자 선배가 자꾸 질문을 하셨다.
    - '수습아~ 일로 와봐라. 이 사건 야마(핵심)가 뭐꼬? 리드는 우째 뽑을래?'
    - '저 그게 음...'
    - '야 이건 딱 봐도 만병통치약, 알고 봤더니 세균떵어리 아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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