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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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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북한의 약점- 민태식(내외법무법인 변호사)

  • 기사입력 : 2015-09-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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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대전 당시 일본은 비록 진주만기습을 감행하기는 했어도 미국과 전면전을 벌일 생각은 없었고 미 해군이 서태평양으로 오는 것을 막아내고 협상을 통해 이미 점령한 동남아에 대한 기득권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였다. 전쟁 초기에 보여준 일본 해군의 우세한 항공모함 전력을 고려하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불과 6개월 뒤 일본 해군은 미드웨이에서 참패하고 최정예 항공모함 함대를 전부 잃음으로써 수세로 몰리게 되었는데, 일본 해군이 미드웨이를 공격목표로 정하게 된 데에는 숨은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미드웨이 해전이 일어나기 2개월 전쯤 미군은 진주만기습의 치욕을 조금이라도 갚고 일본 국민들에게 전쟁을 느끼게 해주기 위해 항공모함 호넷호로 하여금 최대한 일본 가까이 접근해서 폭격기를 날려 보내 도쿄 등 일본의 주요 도시를 폭격한 일이 있었다. 폭격으로 인한 피해는 거의 없었고 일본 국민들도 미군의 공습이라고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미군으로서도 전혀 예상 못한 것이었는데 일본 군부는 다르게 반응했다. 일본의 장군들은 신격화된 천황의 충복으로서 미군의 폭격이 천황의 옥체에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소스라치게 놀랐고, 일본과 가장 가까운 미드웨이 섬을 그대로 방치해 두는 것은 천황의 안녕에 무관심하다는 뜻이 되므로 미드웨이 섬을 점령하자는 작전계획을 채택했다.

    미드웨이해전 당시에도 일본 해군의 전력이 전반적으로 우세하긴 했지만, 진주만기습 때와는 달리 기습의 이점이 없었고, 전투 당시 일본군은 미드웨이 섬과 바다에 떠있는 미 항공모함 양쪽을 모두 신경 쓰다 보니 순간적인 착오와 실수로 결국 끌고간 항공모함을 전부 잃고 말았다. 미드웨이 섬을 공격한 이유가 전략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천황의 옥체를 보존해야 한다는 경직된 생각에 기인했던 것이니 만큼 좋은 결과가 나올 수가 없었을 것이다.

    휴전선 지뢰폭발에 대한 대응으로 우리가 대북 심리전방송을 시작하자 북한이 보인 반응을 보면 도쿄에 폭탄이 몇 개 떨어지자 일본 군부가 보인 태도와 유사한 면이 있다. 북한에서 소위 ‘최고존엄’을 모독하는 것은 ‘1호 범죄’로 처벌되고 그런 상황을 방치하는 것도 큰 죄가 된다고 한다. 즉 북한 군인들로서는 확성기에서 김정은을 비난하는 방송이 나오는 상황을 참을 수 없기도 하겠거니와, 또한 참지 않는다는 것을 주위에 보여야 하는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대남 심리전방송을 듣고 우리 군인들이 보이는 반응과 우리 방송을 들은 북한 군인들의 반응이 같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대북 심리전방송에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기는 했지만, 그것이 북한체제 붕괴 가능성 때문이라든지 군인이나 주민들이 동요할 수 있기 때문이고 대북방송이 북한의 약점인 것 같다고 설명하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렵다.

    현재는 이산가족 상봉이 추진되고 여러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하는 회담을 하자는 등 남북관계가 약간 나아지긴 했지만, 핵문제가 전혀 해결 기미가 없고 북미관계나 남북 내부의 정치상황에 따라서는 앞으로 다시 긴장관계가 조성될 가능성이 많은데, 그러면 우리는 또 대북방송을 하고 다급해진 북한이 저자세로 나올 것이라고 예상하는 것은 너무 안이한 태도라고 생각된다. 전문가가 아니니 북한이 어떻게 나올지 알 수 없지만 이번처럼 똑같이 진행되지는 않을 것 같다.

    그나저나 대북 심리전방송에 대해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한 것은 대북방송이 약점인 것처럼 보이도록 북한이 일부러 그런 것이라는 의견도 있고, 한판 붙어야 한다 또는 참아야 한다는 등 양극단의 말을 듣노라면 참 어지럽고 답답하다.

    민태식 (내외법무법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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