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8일 (목)
전체메뉴

[열린포럼] 진정한 ‘딴청계’ 대장은 어디에- 고증식(시인)

  • 기사입력 : 2015-09-15 07:00:00
  •   
  • 메인이미지

    요즘 국회를 무대로 펼쳐지는 드라마 한 편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이 드라마는 실제 국회의원 보좌관 출신의 작가가 집필해 더욱 생생한 현장감을 보여준다는 평을 받고 있다. 처음에는 해고자 복직투쟁 중이던 주인공이 온갖 오해를 무릅쓰고 여당 비례대표 국회의원으로 영입되면서 겪게 되는 정치 초보의 좌충우돌 국회적응기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무식하다 싶을 만큼 순수하고 단호한 그의 의정활동을 보면서 ‘그래, 정치란 저래야 되는 거야’ 하는 마음을 담은 지지를 보내게 됐다.

    주인공은 자신이 소속된 여당과도 노선을 달리하여 스스로를 ‘국민진상’이라 칭하며 당내 일인 계파인 ‘딴청계’를 만들고, 모든 사안 결정 시 자신과 상의할 것을 주문한다. 본디 ‘딴청’이란 ‘어떤 일을 하는 데 그 일과 전혀 관계없는 일을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서는 청와대를 중심으로 ‘친청’과 ‘반청’으로 나뉘어 있는 계파에서 벗어나 기존의 정치 질서에 반하는, 오로지 국민을 섬기는 새로운 정치를 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신선한 이름이다.

    하지만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는 ‘딴청’의 모습들은 어떤가. 국민을 위하는 정치 실현을 위해 구태 정치 질서와 엇박자를 내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 반대의 모습으로 불통만 부추기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얼마 전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주장하는 여당 대표의 국회교섭단체 연설로 정치권과 학계의 갈등이 가열되고 있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학생들에게 부정적인 역사를 가르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라는 것이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이유라고 한다. 이에 맞서 한쪽에서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국민의식을 국가가 길들이고 통제하겠다는 것’이라 비판하면서 저지 운동을 선언하고 있다. 겉으로는 균형 잡힌 시각의 중립적인 교과서를 만들겠다고 하지만, 이미 서울대 교수 34명을 비롯한 진보·중도 성향의 학자와 교수들이 국정교과서 편찬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니 결국 보수 성향의 집필진만으로 교과서가 구성될 게 뻔하다. 그는 또 ‘좌파의 부정적 역사관 때문에 패배와 굴욕의 역사로 변질됐다’고 주장하지만, 긍정의 역사뿐 아니라 부끄러운 역사도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을 그는 간과하고 있는 것 같다. 역사란 한 민족의 지나온 족적인데, 그것을 포장하고 미화시켜 긍정적인 것만 담아낸다거나 관점의 다양성을 배제한다면 그게 과연 올바른 교과서가 될 것인가. 설령 아프고 부끄러운 역사라도 다음 세대에 다시는 그런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역사교육의 의의일 것이다.

    얼마 전 가까운 곳의 한 지자체장도 국민 정서에 반하는 ‘딴청’을 부려 빈축을 산 일이 있다. 그는 도민의 정서를 거스른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이제는 골프가 국민적 스포츠가 됐다’, ‘공무원들도 떳떳하게 골프를 칠 수 있어야 한다’는 등의 말을 앞세워 공무원 골프대회를 강행했다. 이날 행사의 상금 600만원은 도비에서 지출하고, 참가 공무원들의 골프장 이용료 25만원은 각자 부담했다고 한다. 한 번 골프를 치는 데 드는 최소한의 비용이 1인당 25만원이라는 얘기인데 공무원이 골프 치는 일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이 운동이 어떻게 ‘등산이나 축구’와 같은 국민적 스포츠가 될 수 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정치든 행정이든 국민이 그 중심에 있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상대가 정부이든, 이념이 다른 정당이든, 작게는 계파이든 간에 홀로 꿋꿋하게 ‘딴청’을 부릴 때는 그 시선의 끝에 있는 국민을 바라보아야 한다. 아쉽게도 우리는 아직 ‘국민진상’이라는 별명을 붙일 만한 그런 정치인을 만나보지 못했다. 드라마에서 보던 유쾌통쾌상쾌한 ‘딴청계’의 대장은 지금 어디 있는가.

    고증식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