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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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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과 떠나는 세계여행] 영국 런던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달콤한 거리
앤틱·소품·꽃 가게 들어선 포토벨리 거리에선 마켓 나들이 재미 솔솔
영국박물관 ·내셔널 갤러리 공짜로 즐길 수도 있어

  • 기사입력 : 2015-09-1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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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런던 템스강변에 위치한 런던아이. 런던 시내를 다양한 방향에서 관람할 수 있다. 영화 ‘이프온리’에서처럼 사랑하는 이와 타면 더 감동적일 듯.
    누구나 한 번쯤은 영화 같은 사랑을 꿈꾸고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인연을 만나기를 상상한다. 파리 퐁뇌프 다리 위에선 영화 ‘퐁뇌프의 연인들’ 줄리엣 비노시처럼 불꽃놀이를 하며 미친 듯이 춤을 추고 싶었고, 로마에서는 영화 ‘로마의 휴일’ 오드리 햅번이 되어 그레고리 펙 같은 멋진 남자와 오토바이를 타고 로마 시내를 달려보고 싶었다. 그리고 이곳 런던 포토벨로 마켓에서는 ‘노팅힐’ 영화처럼 골목을 막 돌아설 때 휴 그랜트 같은 남자가 나의 옷에 오렌지 주스를 쏟아주기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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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토벨로 거리는 영화 ‘노팅힐’에서와 똑같이 생기와 활력이 넘치는 딱 바로 그 런던이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느낌이랄까? 3㎞ 정도 이어지는 포토벨로 로드에는 다양한 가게와 노점이 즐비했다. 아이쇼핑만 하기에는 아쉬울 정도로 예쁘고 신기한 것들이 가득했다. 채소가게, 꽃가게, 앤틱가게, 골동품에 핸드메이드 소품들까지 정말 없는 게 없는 시장이었다. 거리 노점상에서 샌드위치와 커피를 사들고 마켓을 거닐며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니 꼭 런던너(Londoner)가 된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는 시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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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활력이 넘치는 포토벨로 거리.


    영화 ‘노팅힐’ 촬영 장소인 휴 그랜트의 집을 자연스럽게 발견하고 싶었는데 시장을 몇 바퀴나 돌아도 보이지가 않았다. 오래된 영화이기는 해도 정말 유명한 영화인데 어쩜 이렇게도 눈앞에 나타나지 않는 거지 싶어, 운명적인 대면은 포기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노팅힐 영화의 휴 그랜트 집이 어디냐고 물었더니 돌아오는 대답은 죄다 모른다는 것이었다. ‘설마 그럴 리가? 아니 런던 사람들이 모르면 누가 알아?’ 그 이후로 몇 번을 더 물었지만 다들 모른다고만 했다. 그렇게 또다시 몇 바퀴를 돌고 또 돌다가 지쳐 포기하고 검은 대문 앞에 멍하니 주저앉아 있는데 한 외국인이 비켜 달라고 하는 것이었다. 여기 사는 분인가 해서 미안하다 말하고 비켜드렸는데 그 검은 대문 앞에서 사진을 찍는 것이었다. 찾고 찾다 지쳐서 주저앉은 그 검정 대문이 바로 영화 속 휴 그랜트의 집. 알고 보니 너무 많은 관광객들 때문에 집주인이 파란 대문을 검정으로 바꾼 것이었다. 로맨틱하지는 않지만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이 나에게 일어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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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템스강 타워브리지.


    런던 여행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것들이 몇 가지 있는데 첫 번째가 바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있는 버킹엄 궁전이다. 버킹엄 궁전을 찾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근위병 교대식 때문인데 일찍 도착했음에도 어마어마한 인파에 놀랐고 한여름의 무더운 날씨에도 털모자를 쓰고 위엄 돋는 걸음걸음에 또 놀랐다. 멋진 빨간 제복을 입고 제법 진지하게 구호에 맞춰 총도 돌리고 퍼포먼스를 하는데 얼굴보다 큰 털모자 때문에 근위병들의 모습이 살짝 귀여웠다. 하지만 표정은 진지 근엄 그 자체.

    근위병 교대식을 관람한 후 템스강 쪽으로 걷다 보면 세인트제임스 공원을 지나가게 되는데 여유롭게 일광욕을 즐기는 시민들이 부러워 그들 틈에 살포시 끼어 예쁘장하게 생긴 의자에 앉았더니 어디선가 갑자기 관리인이 나타나 1파운드(우리 돈 1800원)를 요구했다. 잔디에 앉는 것은 무료지만 의자는 유료라는 사실. 역시 유럽이다. 하긴 화장실도 유료이고 식당에서 물도 유료인데 공짜일 수가 있나?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배신감이 든다. 하지만 이렇게 다 돈을 지불해야 하는 유럽에서 유일하게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 있는 나라가 런던인데 바로 미술관·박물관 입장료가 공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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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킹엄 궁전 근위병 교대식.


    영국박물관은 런던에서는 빼놓을 수 없는 박물관으로 예전에는 대영박물관이라고 불렀다. 700만 점이 넘는 소장품을 전시 중인데 하루 만에 전 세계 위대한 문명의 역사와 문화를 경험할 수 있다. 인간 역사의 모든 유물이 있다고 보면 된다. 그러나 이집트관도 그리스관도 로마관도 나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했다. 과거 제국주의의 살아 있는 증거물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유럽 여행 중 영국박물관을 먼저 갔더라면 어마어마한 유물 앞에 감탄사를 늘어놓았을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나는 영국박물관을 제일 마지막에 찾았다. 여행 중에 수많은 박물관을 가보고 역사의 현장에 서 보기도 했지만 내가 얻은 나만의 깨달음은 모든 것은 원래 자리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찜찜한 기분을 달래기 위해 내셔널 갤러리에서 내가 좋아하는 고흐의 해바라기를 감상했다. 고흐뿐만 아니라 모네, 르누아르, 세잔 등 국립미술관에는 르네상스 초기부터 19세기 말까지 탄생한 서유럽 회화의 걸작들을 볼 수 있다. 영국박물관보다는 현대작품이 많아서 미술관·박물관에 몸서리 치는 여행자일지라도 가볍게 관람할 수 있는 곳이다. 내셔널 갤러리 역시 무료 입장이 가능하다. 트라팔가 광장 계단에 앉아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고흐의 해바라기를 볼 수 있는 런던시민이 부러웠다. 웨스트엔드에서 엊그제 본 오페라의 유령 뮤지컬을 떠올리며 영화 한 편 보듯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뮤지컬을 볼 수 있는 런던시민이 부러워졌다. 뮤지컬만으로도 한 달은 거뜬히 살 수 있을 것만 같았던 런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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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계탑 빅벤. 15분마다 종소리가 울린다.


    매일 아침마다 템스강을 산책했고 하루의 마무리도 템스강 산책이었다. 매일매일 하루에 두 번씩 봐도 질리지 않던 템스강을 따라 쾅쾅 박혀 있던, 여기가 런던임을 알려주던 랜드마크들. 국회 의사당 웨스트민스터, 시계탑 빅벤, 러블리한 런던아이, 생폴 대성당, 그리고 템스강 다리 중에 가장 유명한 타워브리지. 런던을 여행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발길을 따라 걷는 것이고 두 번째는 빨간 이층 버스를 타고 창밖으로 런던 시내를 보는 것이다. 매시간 달라지는 타워브리지와 빅벤, 런던아이를 바라보는 일은 내게 너무나 벅찬 순간이었으며 런던에서 누리는 작은 행복이었다. 영화 같은 풍경 속 런던 여행은 한 편의 영화처럼 달콤함 그 이상이었다.


    ★여행 TIP

    - 런던 여행 시 보고 가면 좋을 영화 : 노팅힐, 이프 온니, 해리포터, 박물관이 살아 있다

    - 근위병 교대식 : 4~7월은 오전 11시 30분, 그 외 시즌은 격일 오전 11시 30분

    -영화 노팅힐 촬영장소 : 포토벨로 로드를 내려가다 좌회전. westbourne park road 280. 필자가 갔을 때는 대문이 검은색이었지만 지금은 다시 파란색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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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미정

    △ 1980년 창원 출생

    △합성동 트레블 카페 '소금사막'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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