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6일 (금)
전체메뉴

무릎 꿇는다는 것- 김일태

  • 기사입력 : 2015-09-17 07:00:00
  •   
  • 메인이미지


    밭고랑에 둥글게 허리를 말아

    평생을 무릎걸음으로 호미질 하던 어머니

    몸 세워 건성건성 일하는 내게 이르셨지

    사람이 무릎을 세우면

    땅이 호미 날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힘만 더 든다고

    시름시름 얘기 나누면서

    맨살로 궁굴어야 한다고



    가을바람에 무릎 꿇고 허리를 낮춘 쇠비름 노란 꽃

    그 꽃 한 송이를

    온몸으로 꽉 끌어안고 있다 대지가

    ☞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지라는 말이 아니다. 겸손하게 굴라는 말이 아니다. 겸손은 때로 얼마나 교묘한 오만을 감춘 자기 방어 기제인가?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소통하라는 말이다. 소통의 다른 이름은 사랑이다. 흙을 사랑하는 어머니의 노크 앞에 땅은 기꺼이 빗장을 연다. 깊숙이 호미 날을 받아들인다. 평생을 흙에서 궁군 무릎걸음의 길. 어머니가 흙이 된 이치는 지당하다. 살아생전 흙이었던 어머니의 맨살!

    바람이 분다. 무서리 한 차례 맞고 인생의 가을날에 이르러서야 무릎 꿇는다는 것의 의미가 비로소 깨달아진다. 가을바람에 무릎 꿇고 허리를 낮춘 노란 쇠비름꽃 같은 아들 하나를 이제는 대지가 된 어머니가 온몸을 열어 꽉! 끌어안고 계신다. 조예린 시인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