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601) 교횡패도(驕橫覇경남도)- 교만하고 멋대로 부국강병의 길을 가다

  • 기사입력 : 2015-09-22 07:00:00
  •   

  • 맹자(孟子)는 정치 형태를 왕도정치(王道政治)와 패도정치(覇道政治) 두 가지로 크게 나누었다.

    왕도정치란 왕 등 지도자들이 학문덕을 갖춘 훌륭한 인물이 되어 인의예지(仁義禮智)를 통해 자율적으로 백성들을 교화(敎化)시켜 이상적인 정치를 하는 통치체제이다.

    반면 패도정치는 인의예지로는 나라를 다스릴 수 없다고 보고, 무력(武力)이나 권모술수(權謀術數)로, 부국강병(富國强兵)을 꾀하는 통치체제를 말한다.

    왕도정치는 백성을 위하는 정치를 하지만, 패도정치는 백성들을 착취하고 이웃 나라와 늘 전쟁을 한다.

    공자(孔子), 맹자가 왕도정치를 표방해 각 제후(諸侯) 나라를 두루 다니면서 임금들을 만나 유세를 했지만 그 당시 임금들은 ‘현실을 모르는 이상적인 생각’이라고 간주해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결과 각 제후 나라끼리 계속 전쟁을 하다가 마침내 기원전 221년에 진시황(秦始皇)이 천하를 통일했다.

    진시황은 자기의 진나라는 영원히 갈 것이라고 생각했다. 너무 오래 가면 제왕의 칭호를 지어낼 수 없을까 염려하여 자기는 진나라 시황(始皇·시조황제)이라 일컫고, 그다음부터는 2세, 3세, 4세로 일컬어 100세, 1000세로 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통일한 지 14년 3세 만에 망해 버렸다.

    백성들을 억압하여 꼼작 못하게 하고 군대를 증강하면 영원히 나라가 지속될 줄 알았는데 금방 망해 버렸다. 역사적으로 봐도 백성을 억압하고 군비를 증강하는 나라는 오래가지 못한다. 백성들이 마음 속으로 지도자를 따르고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의 사례로는 소련이 미국과의 지나친 군사력 경쟁으로 와해되는 사태를 목도했다.

    그런데도 역대 통치자들은 왕도정치는 안중에 없고 패도정치에만 치중하고 있다. 지난 9월 3일 중국이 승전 70주년 기념식을 열고 대대적으로 열병식을 펼쳐 전 세계에 힘을 과시했다. 보유한 전투기 1500여 대 가운데서 최신예 전투기 200대를 출동시킬 정도의 대규모였다. 국제사회에서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에 중국이 경제력을 바탕으로 힘을 자랑하는 것이고, 중국의 비위를 건드리는 일본에 겁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다.

    일본 역시 안보관계 법안을 개정해 언제든지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바뀌었다.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 뒤에서 일본을 지지하니 일본이 더욱 힘이 나는 것이다.

    세계의 강대국들이 모두 패도정치를 지향하고 있다. 여건만 받쳐준다면 우선 패도정치가 쉽고 통쾌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처럼 자본주의를 추구하는 시대에 왕도정치는 더욱 어렵다.

    그러나 패도정치를 지양하고 왕도정치의 좋은 점을 가미한 정치가 장기적으로 국민의 생활이나 국가의 장래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驕 : 교만할 교. * 橫 : 가로 횡, 멋대로할 횡. * 覇 : 으뜸 패. * 道 : 길 도.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강지현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