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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日 안보법제는 미군 대신 자위대 역할 확대- 이종판(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위원)

  • 기사입력 : 2015-09-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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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총리에 대한 한국인들의 평판이 좋지 않지만 일본 친구의 이야기는 “때리면 때릴수록, 자극이 강할수록 단단해지는 아베”라고 하니, 우리가 아베의 장기집권을 도와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이다. 아니나 다를까, 지난 8일 아베 총리는 투표 없이 집권당인 자민당 총재 연임을 확정지었다. 3선의 자민당 총재가 된 아베가 2018년 9월까지 장기집권하게 되는 것은 요시다 수상 이후 처음 있는 일로서, 전후(戰後) 70년을 맞이하여 맥아더가 만든 평화헌법을 개정하여 새로운 일본을 건설하겠다는 자민당의 단합의지의 과시이기도 하다. 이 시점에서 19일 새벽, 기습으로 참의원을 통과한 안보법제가 지닌 의도를 찾아보고 우리의 안보에 어떤 영향이 있는지 평가가 필요하다.

    먼저, 평화헌법 등 패전체제를 매듭짓는 새로운 체제로 출발신호를 올린 것이다. 평화헌법의 상징조항인 제9조를 도려내려고 획책하고 있으나 저항이 거세자, 하위법제를 정비하여 평화헌법을 형해화하고 있다. 헌법에서 무력과 교전권을 인정하지 않지만 말이 자위대이지 최첨단으로 무장된 일본의 군대다. 이렇게 헌법에 의해서 속박된 자위대를 보통국가처럼 군사적으로 활동하는 데 장애요소를 제거했다. 이른바 애벌레가 나방이 되어 날아가고 허물만 남은 꼴이 오늘의 헌법 9조라고 생각해도 좋다.

    다음으로, 미국과 일본의 아시아 전략에서 역할배분이 조정되고 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일본을 아시아의 피봇(pivot·중심축)으로 여기고 미일동맹을 강화하고 있으나 이는 곧 최근 격감하는 미국의 군사비에 비례하여 미국의 역할 감소는 일본의 역할 확대가 요구되고 있다. 이와 같이 일본 군사력의 증가로 역내 안보 딜레마가 중압될 것이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중국 독주를 막고 대북 위협에 대한 한미일 공조에도 기여할 것이다. 최근의 미군의 재조정(re-balance), 역할분담에서 역할전환, 군사비 삭감 등 내부 사정에다 떠오르는 중국, 핵 장난꾼 북한, 한중의 밀월 등 동향으로 보아 일본의 역할 확대는 불 보듯 뻔하다.

    이러한 가운데 미국이 그리는 전통적인 안보 설계는 무엇일까? 태평양전쟁 이후 대서양과 태평양을 미국 중심으로 좌청룡(일본)-우백호(영국)로 하여, 독수리(미국)의 양 날개(일본과 영국)를 펼치듯이 양양(兩洋)전략으로 패권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일본의 활동영역을 세계적으로 넓혔다. 동지나해를 비롯한 중국 주변해역의 분쟁에 대비하여 일본-필리핀-베트남으로 벨트를 이루고 서태평양으로의 중국 진출을 막기 위하여 기존의 ANZUS에다 일본(J)이 주도하여 JANZUS를 갖추기 위해 호주와 일본이 자주 접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본의 군사규제가 풀림으로써 한반도 유사시를 상정한 가능한 행동을 염출해보자. 한반도 유사시의 일본은 주변사태로서 유엔군을 비롯한 참전국 활동지역, 전쟁지속을 위한 종심을 제공하는 등 지정학적으로 중요하다. 미일동맹은 한미동맹의 전방활동을 지원할 것이나 미군의 아시아 지상전 기피증으로 인하여 일본자위대를 앞세운 미국지원도 예상된다. 일본 국내외의 여론은 자위대 활동에 주목할 것이다. 다양한 사례를 궁리하여 한일시너지를 창출해야 할 것이다.

    위와 같이 일본의 안보법제 완비는 미국이 재정비하는 동안에 일본의 역할 확대를 미일동맹의 강화-집단적자위권을 인정하여 미국의 작전을 같이할 수 있어 자위대의 활동은 지구적이라고 할 수 있다. 동북아의 역학구도 재편에 따른 한국의 시뮬레이션이 충분히 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동지나해에서 중일전쟁이 일어나 미국이 참전하면서 우리의 참전을 요구한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등이다.

    이종판 (한양대 아태지역연구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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