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24일 (수)
전체메뉴

[수습기자 생존기] 김재경 (3) 경남신문 수습이 서울에서 뭐하니?

  • 기사입력 : 2015-09-22 15:49:56
  •   
  • '잠깐! 지금 몇 시예요? 한 10분 남았나요? 딱 하나만 더 할게요' 톤이 한껏 높아진 목소리로 강의는 점점 빨라졌다. 5분, 2분, 1분…. 단 1분도 허투루 낭비되지 않았다. 한 주간 이어졌던 강의 중 흔한 모습이었다.
     
    수습기자 교육은 미디어 환경 변화와 저널리스트의 자세,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취재, 인권 보도와 언론 윤리, 언론중재제도, 저널리즘 글쓰기, 사건·사고 취재 보도 윤리와 트라우마 이해, 탐사 저널리즘의 이해와 사례 탐구 등으로 구성됐다. 이 중 몇몇 강의는 뒤통수를 맞은 것처럼 강렬했다. 강의가 끝나면 겨우 숨을 쉬고 박수를 쳤다.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자리에서 쉽게 일어나지 못했다. 여운으로 한참 동안 먹먹했다.
     
    선배 기자로 그들이 먼저 직면했던 현실은 앞으로 우리가 겪어야 할 현실이란 것을 잘 알기에. 또 그들이 말하는 책임감과 의무, 윤리는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이기에 더욱 소중히 다가왔다. 강의실을 가득 채우는 박수 소리와 탄성은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었음을 쉽게 알 수 있었다.
     
    갓 언론사에 입문한 우리는 20년 차, 30년 차가 넘는 대선배 또는 이 분야의 전문가에게 강의를 들었다. 짧게는 2시간, 길게는 4시간 동안 진행된 특별강의를 듣는 것은, 넓게는 그들의 인생을 통째로 얻는 것과 같았다. 지식과 노하우는 덤이었다. 수습기자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었고 행운이었다.
     
    14일 오전 한국언론진흥재단 교육센터에서 2주간 진행되는 수습기자 기본교육이 시작됐다. 경남신문, 인천일보, 강원도민일보, 전북일보, YTN, 한국언론진흥재단 총 24명의 동기와 함께했다. 출퇴근이 어려운 경남신문, 강원도민일보, 전북일보 기자들에겐 교육센터 근처에 숙소가 배정됐다.
     
    앞서 서울행 기차에 오르며 교육이 끝난 오후엔 서울에 머무는 친구들을 만나 수다도 떨고 술도 한잔하려 했다. 단 하루 만에 생각을 고쳐먹었다. 하루의 교육이 모두 끝나면 정말 진이 다 빠졌기 때문이다. 지친 몸을 이끌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은 과감히 포기했다. 교육센터에서 도보 2분 거리에 숙소가 있다는 것은 참말로 다행이었다. 길 잃을 걱정이 없다는 게 제일 좋았다.
     
    숙소에 지내는 동기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자연히 많았다. 비슷한 나이와 입사 시기, 수습이라는 많은 공통점으로 친해지는 데 어려움은 없었다.

    메인이미지
    솔직했던 밤,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다.
    하루는 강원도민일보 이준석 기자와 저녁을 먹고 청계천을 따라 걸었다.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그러면서 놀라운 경험을 했다. 우리는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자랐지만, 현재 너무 비슷한 고민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다. 좋은 기사를 쓰는 좋은 기자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었다.
     
    짐작컨데 지금 서울에서 함께 교육을 받고 있는 모든 수습기자의 비슷하지 않을까. 2015년 9월의 밤, 서울 청계천에서의 마음을 잊지 않기위해 글과 사진으로 남겨본다. 김재경 기자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김재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