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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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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생존기] 도영진 (4) 국과수 부검을 보다

  • 기사입력 : 2015-10-05 15:4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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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서울에서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수습기자 교육을 마치고 내려와 다시 수습의 일상으로 돌아왔다. 교육을 다녀오기 전과 다녀온 후 분명히 무엇인가 달라져 있음을 느낀다. 기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좋은 기자가 되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지와 같은 생각도 많이 한 시간이었다.

    교육이 끝나기 하루 전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참관했다. 일반인들이라면 평생 한 번도 볼 일이 없을, 볼 일이 없기를 바라야 할 경험이었다. 그날, 그 시각의 경험이 나에게 많은 화두를 던졌다. '나는 어떤 기자가 될 것인가'를 수없이 되물은 순간이었다.

    국과수 부검실에 들어갔다. 부검이 끝난 사체는 나가고 부검이 시작될 사체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을 때였다. 어떤 사체가 들어올까. 어떤 이유로 죽어서 이곳까지 와야 했을까. 부검하는 장면을 두 눈으로 똑바로 볼 수 있을까. 모두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함께 지켜보던 수습기자들 모두가 숙연해졌다. 한편으론 '이 정도도 못 보면 취재현장에서 벌어지는 더 잔인한 장면들은 어떻게 보겠어?'라는 생각을 하며 국과수 법의관에게 부검 진행 절차를 들었다.
     
    메인이미지

    #2
    부검할 사체가 들어왔다.

    '아..'

    짧은 탄식이 여기저기서 새어 나왔다. 고개를 들지 못한 채 자리를 일어서는 수습기자도 있었다. 어떤 생각도, 어떤 말도 그 순간엔 떠오르지 않았다. 우리가 본 사체는 키가 채 두 뼘도 되지 않아 보이는 아기였다. 쉽지 않은 듯 부검의들도 장고를 거듭했다.

    세상의 빛도 보지 못했을 저 아기는 왜 이곳까지 와 차가운 철제 베드에 누워있어야만 했을까. 부검까지 맡겨야만 했을 저 아기의 부모는 얼마나 흐느끼고 몸부림치며 목을 놓아 통곡했을까. 100분의 1도 미치지 못하겠지만 부모의 마음이 어떨지 헤아려 보려 했다.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내 눈앞에 벌어지고 있는 순간을 마주하기가 힘에 겨웠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날, 그 시각, 아기의 부검 장면을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난 앞으로 어떤 기자가 되어갈까. '경찰은 영아의 정확한 사인을 규명하기 위해 부검을 의뢰할 방침이다.'라는 한 문장을 쓰며 별 감정을 느끼지 않는 기자가 되어가진 않을까? 수없이 많이 접할 사건사고를 기사로 써내야 한다는 생각으로만 대하진 않을까.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내가 왜 기자가 되려고 하는지를 잊고 살아가는 가슴 뛰지 않는 삶을 살아가는 기자가 되어가진 않을까? 그러지 말자 다짐했다.

     
    #3
    기자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좋은 기자가 되기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느껴가고 있다. 자신감보다 부담감이 앞서는 게 사실이다. 쉽지 않은 길일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은 잊지 말자 다짐했다. 삶을 대하는 얼이 절실한 기자가 되자고, 감각하고 지각하며 교감할 줄 아는 기자가 되자고, 초심을 잃지 않는 기자가 되자고. 도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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