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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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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김삼선(金三線)은 달리고 싶다- 김경(시인)

  • 기사입력 : 2015-10-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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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개발의 영역은 도저한 휴머니즘과는 거리가 멀었다. 최대한의 효용성으로 구별되는 기준은 차라리 비정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개발의 논리가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근대화의 상징이던 철도가 이제는 관광과 문화를 상징하는 낭만의 아이콘이 되고 통행의 편리함을 도모하기 위한 다리도 축제의 콘텐츠가 되고 있다. 시대와 환경, 절묘한 정치적 공학에 의해 개발의 논리도 진화하는 것일까?

    최근 남부내륙고속철도가 지역의 뜨거운 관심사가 되고 있다. 이 사업은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으로 170.9㎞를 잇는 김천~성주~고령~합천~의령~진주~고성~통영~거제를 잇는 대화합 프로젝트이다. 특히 지리산과 덕유산, 그리고 한려해상국립공원을 연결하는 최대 규모의 관광권 조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며 총 사업비는 5조8000억원이다.

    수도권에 비해 낙후된 영남내륙권을 묶어 전 국토의 균형발전을 꾀하고자 하는데 어느 국민이 반기지 않을 턱이 있겠는가. 다만 비용대비 편익(B/C) 타령만 늘어놓으며 미적거리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더구나 남부내륙고속 철도망에서 소외된 지역은 상대적 박탈감과 피해를 우려하며 지역 경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를테면 남부내륙철도 노선이 사천·삼천포항을 경유지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점점 사회적으로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사천·삼천포 지역민들이 남부내륙철도의 지역 경유를 집단적으로 요구하는 배경은 여러 가지가 있다. 이는 무엇보다도‘진삼선(진주~사천~삼천포)’의 폐지와 김천과 삼천포를 연결하려던 ‘김삼선(김천~삼천포)’ 무산에 대한 애착과 아쉬움일 것이다. 1966년 당시 박정희 대통령이 참석해 김삼선(金三線)이란 사업명으로 기공식까지 가진 주요 국책사업이 무산된 것을 차제에 부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진삼선(晋三線)은 진주의 개양역과 삼천포시(현 사천시)를 잇던 철도이다. 1953년 5월 25일에 사천 비행장의 군사 수송력을 철도와 연계하려는 목적으로, 개양~사천(10.5㎞) 구간이 사천선(泗川線)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개통되고, 1965년 12월 7일 삼천포까지 연장해 진삼선(총연장 18.5㎞)으로 개칭했다. 지역 발전과 물류의 거점이 됐던 진삼선은 김천~개양역 구간을 개통하지 못한 채 1982년 영업을 중지한 뒤 결국 1990년 1월 20일 폐지됐다.

    삼천포항은 해상 직항으로 일본 후쿠오카와 가장 가깝다. 남부내륙철도가 사천·삼천포항으로 경유하게 되면, 일본~사천·삼천포항, 김천~대전~수도권을 거쳐 남북철도와 TSR(시베리아횡단철도)를 연결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할 것이다. 또한 2만t급 대형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삼천포 신항만이 조성돼 있어 물류와 산업, 관광을 융합한 국제항으로의 발전도 전망된다.

    사천·남해·하동 지역구의 여상규 국회의원은 “남부내륙철도의 사천·삼천포 경유 예비타당성 결과가 경제성이 낮게 나온 것은 대통령 공약과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사천 항공우주클러스터 조성사업과 한려해상 케이블카 등 삼천포항 연계, 남해안 관광활성화 사업의 잠재적 수요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많은 주장이 그렇듯이 어떤 주장에도 반드시 빛과 그림자가 있기 마련이다. 한쪽이 100퍼센트 그릇되거나 옳은 주장을 하기는 쉽지 않다. 허나, 수려한 한려해상과 남해안 관광벨트의 중심지인 사천시가 남부내륙철도의 경유지로 포함돼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는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남부내륙고속철도는 동북아 교역을 위한 국제항과 우리나라 최첨단 항공산업이 자리 잡고 있는 사천·삼천포항을 반드시 경유해야 한다. 그런 까닭으로 그리운 김삼선, 김삼선은 달리고 싶다.

    김 경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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