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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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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예.담] (14) 가요 ‘황포돛대’의 배경지 진해 영길만

돛배는 세월따라 흘러갔어도, 노래는 추억따라 흘러나온다

  • 기사입력 : 2015-10-0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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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황포돛대 -
    마지막 석양 빛을 기폭에 걸고
    흘러가는 저 배는 어데로 가느냐
    해풍아 비바람아 불지를 마라
    파도소리 구슬프면
    이 마음도 구슬퍼
    아~ 어데로 가는 배냐
    어데로 가는 배냐
    황포돛대야.
     
    순풍에 돛을 달고 황혼 바람에
    떠나가는 저 사공 고향이 어데냐
    사공아 말해다오 떠나는 뱃길
    갈매기야 울지 마라
    이 마음이 서럽다
    아~ 어데로 가는 배냐
    어데로 가는 배냐
    황포돛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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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60년대 인기를 끈 가요 ‘황포돛대’의 배경지인 창원시 진해구 웅동 영길만 해안로에 ‘황포돛대 노래비’가 서 있다.

    펄럭이는 흰 돛을 매단 배는 바다 위를 미끄러지듯 나아갑니다. 바람에 몸을 맡긴 돛단배는 파도의 저항에도 아랑곳없습니다.

    바람이 잦아들 때면 어부는 힘차게 노를 저어 거센 파도를 헤쳐 나갑니다. 어부의 얼굴과 손 마디마디에는 삶의 무게를 느낄 수 있는 굵은 선들이 깊이 파여 있습니다. 선창가에 선 아낙네는 손을 높이 흔들며 남편의 무사 귀환을 기원합니다.

    아낙네는 해질 무렵이면 노을에 붉게 물든 흰 돛단배가 귀항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행복에 젖기도 합니다.

    예전 어촌에서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을 그려보았습니다.

    동력이 제대로 없었던 1970년대 이전 어촌에서는 흰 돛을 매단 배를 이용해 어민들이 먼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이처럼 돛단배는 어민들의 가장 소중한 재산이었고 삶의 전부였습니다.

    바다만 보면, ‘돛단배’라는 말이 나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가 바로 국민가수 이미자가 부른 ‘황포돛대’입니다.

    1963년 이용일씨가 고향 ‘웅동 영길만’의 바다풍경이 그리워 만든 국민가요 ‘황포돛대’는 노랫말에서 고향을 그리는 애절한 마음이 묻어납니다.

    옛 진해시 대장동 출신인 이용일씨는 1963년 12월 경기도 연천의 포부대 근무 당시 하얀 눈이 내리는 밤 어릴 적 고향 바다인 영길만을 떠올리며 흘러가는 배에 애절한 마음을 담아 황포돛대 노랫말을 지었다고 합니다.

    이후 1964년 작곡가 백영호씨가 곡을 붙이고 국민가수 이미자가 노래를 부르면서 국민애창곡으로 널리 불렸다고 하는데요. 이런 사연이 담긴 국민가요 황포돛대의 배경이 된 창원시 진해구 웅동 영길만을 찾아 길을 떠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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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어철을 맞아 어민들이 영길마을 앞 선착장에서 걷어올린 그물을 손보고 있다.


    가는 길은 아름답습니다. 바다를 끼고 돌아가는 해안도로가 일품입니다. 진해구 행암동에서 남양동 영길만까지 20여㎞ 구간은 진해만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특히 가요 ‘황포돛대’의 배경이 된 진해구 남양동 영길만과 남문동 사도마을까지 이어진 해안도로는 유독 눈에 띕니다.

    남양동과 남문동의 중간에 세워진 흰돌메공원에 서면 저 멀리 바다 한가운데를 가로지르는 거가대교와 가덕도, 인근 수도, 연도마을까지 한눈에 들어옵니다. 와성만과 웅동만, 그리고 이순신 장군이 왜군의 주력부대를 격멸한 안골만을 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바다를 메우는 매립 공사로 아쉬움이 있지만 대신 컨테이너부두, 웅동배후단지 등이 들어서 변화하는 진해만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진해구 남문동 사도마을 앞을 지나 흰돌메공원 쉼터에서 잠시 숨을 고른 후 다시 해안길을 따라 조금만 내려서면 가요 ‘황포돛대’ 노래비가 바다를 배경으로 우뚝 솟은 영길만에 이릅니다.

    2003년 영길만 해안로에 세워진 ‘황포돛대 노래비’는 2개의 화강석 기둥으로 석양에 붉게 물든 영길만의 서쪽 하늘과 산, 바다 위에 돛단배가 떠 있는 모습을 모티프로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기둥에는 해와 갈매기, 바다물결이 새겨져 있고 아래에는 돛단배 한 척이 놓여져 있습니다. 노을에 붉게 물든 돛단배가 갈매기를 거느리고 물결을 헤치며 영길만 포구로 돌아오는 모습이 상상만으로도 느껴지는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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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길만 해안로에 세워진 ‘황포돛대 노래비’. 2개의 화강석 기둥에는 해와 갈매기, 바다물결이 새겨져 있고 아래에는 돛단배 한 척이 놓여 있다.


    노래비 아래에는 이곳을 찾은 관람객들이 가요 ‘황포돛대’를 들을 수 있도록 음향장치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발 모양 아래의 단추를 누르면 애잔한 음률을 타고 노래가 흘러나옵니다.

    ‘마지막 석양 빛을 기폭에 걸고/ 흘러가는 저 배는 어데로 가느냐… 갈매기야 울지 마라 이 마음이 서럽다/ 아~ 어데로 가는 배냐 어데로 가는 배냐/ 황포돛대야’.

    조용히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노라니 달리던 차량이 잠시 멈춰서 들리는 노랫가락에 맞춰 노래를 부릅니다. 50대 중반의 노부는 노래가 익숙한 듯 제법 멋을 부려가며 흥얼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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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로 옆 노거수인 팽나무는 세월의 흔적을 말해주듯 거대한 몸통을 자랑합니다. 부부의 연을 맺은 나무인 양 두 나무가 하나로 뭉쳐 허리를 휘감았습니다. 울창한 나뭇잎은 나그네들에게 시원한 그늘을 제공합니다.

    해안로를 따라 이어진 데크로드를 따라가 봅니다. 뭍 안으로 깊숙이 들어간 영길만은 어머니의 품속같이 아늑하게 우리를 감싸 안아 줍니다. 잔잔한 파도 위를 오가는 배들은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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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를 끼고 돌아가는 해안도로는 진해만의 풍경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영길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노랗게 익은 감이 주렁주렁 매달린 감나무집이 가을의 풍성함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영길마을 앞 선착장에서는 어민들이 걷어 올린 그물을 손질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전어잡이 철이 지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가을별미 ‘전어’를 찾기에 어민들의 손길은 바쁘기만 합니다.

    영길마을 주민 강동수(60)씨는 “지금은 매립공사로 어자원이 고갈됐지만 어릴 적 영길만은 고기로 넘쳐 났다. 배를 타고 조금만 나가도 철 따라 고기를 충분히 먹고 내다 팔 만큼 고기가 많았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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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길만 해안로 옆에 있는 흰돌메공원에선 저 멀리 거가대교와 가덕도, 인근 수도, 연도마을이 한눈에 들어온다.


    물 빠진 갯벌 위에 덩그러니 앉은 배들을 보며 자꾸만 줄어가는 어자원의 현실을 안타까워해 보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늘어선 횟집 수족관에는 다양한 종류의 고기들이 숨을 쉬고 있지만 이마저도 갈수록 줄어들겠지요.

    바람이 불어옵니다. 영길만에 붉은색이 점점 더해지며 온 산과 바다가 붉게 물들어 갑니다. 저녁노을이 아름다운 것은 자연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겠지요. 아름다운 영길만을 눈 속에 아로새기며 아쉬운 발길을 돌립니다. 황포돛대와 영길만, 갈매기와 저녁노을이 어우러진 풍경을 마음속에 그리며….

    글·사진= 이준희 기자 jh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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