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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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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30대 반강제 전원생활 (4) 나는 소쿠리가 무섭다

  • 기사입력 : 2015-10-11 18:5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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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원생활을 하면서 무서운 것이 생겼다.

    그것은 바로 '소쿠리'.

    이게 무슨 말인가 싶을 것이다.

    우리 가족은 전원생활을 하면서 도심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호사(?)를 누리고 있다.

    시골마을 이웃의 후한 인심이다. 물론 이웃을 잘 만나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도시에 살고 있을 때, 특히 아파트에 살면서 이웃의 정을 느낀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나만 그럴까?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하지만 전원생활을 하면서 '이웃사촌'이란 말을 몸소 실감하고 있다.

    에피소드를 하나 들려주자면 이곳에 이사를 와서 첫번째 주말을 보내게 되었는데 빨래를 하고 외출을 나간 적이 있다.

    그런데 돌아오니 빨래가 모두 사라져 깜짝 놀랐는데, 옆집 할머니가 소나기가 와서 잠시 걷어 보관해 준 일이 있었다.

    처음에는 그냥 "고맙구나"라고 생각했는데 이후에도 이것저것 챙겨주는 일이 일상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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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여름, 아들에게 주라며 옆집 할머니가 자두나무에서 딴 자두를 한 소쿠리 가져다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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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찰옥수수와 감자가 먹어보니 맛있다며 한 소쿠리 가져다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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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옆집 할머니 과수원에 약을 안친 감이 있는데 보기보다 맛있다며 단감을 한 소쿠리 가져다 주셨다.


    이쯤되면 왜 소쿠리가 무서운지 눈치를 채셨으리라.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하는게 세상의 이치 아닌가. Give and Take.

    매번 한 소쿠리 가득 이것저것 가져다 주시는데, 우리는 그럴때마다 고민이다.

    무엇으로 저 소쿠리를 채워드려야 할까? ㅠㅠ

    할머니는 아무것도 필요없다고 하시지만 사람 마음이 어디 그런가.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선물로 받은 맥주를 몇병 드리기도 하고, 아내가 반찬을 하면 조금 가져다 주기도 하고.

    간혹 어떤 물품을 구해달라고 하면 퇴근길에 구해주는 정도?

    어쨌든 오늘도 저 소쿠리가 무섭다. ㅎㅎㅎ

    이민영 기자 (방송인터넷부)

    mylee77@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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