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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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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생존기] 도영진 (5) 후배의 고백

  • 기사입력 : 2015-10-12 16:3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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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3개월의 수습 기간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어리둥절하며 보낸 날들과 어떻게 하루가 흘러갔는지 모를 정도로 정신없었던 날들이 지나가고, 선배들을 그림차처럼 따라다니며 하나라도 놓치지 않으려고 수첩에 빼곡히 선배들이 한 말을 메모하던 날들도 켜켜이 쌓여 간다.

    ‘수습’ 두 글자를 떼기에 여전히 너무나 부족하기만 한데 시간은 무한정 기다려 주지 않고 있다. 곧 내 이름을 건 기사가 나올 테고, 나와야만 한다. 어디 가서든 ‘니 밥값은 꼭 해라’는 엄마의 말이 뼛속 깊이 파고든다. 다른 방법이 뭐 있으랴. 열심히 할 수밖에.

    엄마가 누누이 강조하는 내 ‘밥값’을 위해 실은 수습 기간 동안 수많은 선배의 도움을 받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선배들이 내 일처럼 기꺼이 도움을 주신다.(밥과 술도 많이 사주시는 건 안 비밀~!) 기자로서 부족하지 않게끔, 또 기자이기 이전에 올바른 사람으로 살아갈 수 있게끔 말이다.

    처음엔 잘 몰랐지만 시간이 점점 지나며 선배들이 가진 마성의 매력을 확인하기도 한다. 우리가 현장교육을 꼼꼼하게 받을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부장님은 ‘꽃중년’이란 별명을 갖고 계신다. 훈훈한 외모와 달리 평소에 좀처럼 수습들에게 말을 잘 걸지 않으시고 무뚝뚝하시다. 그러던 어느 날. 현장교육을 마치고 회사에 들어가야 할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 늦을 것 같다는 보고를 안 드린 날이 있었다.

    동기가 전화를 걸어 ‘부장님이 왜 안 들어오냐고 찾으신다’고 전했다. 동기 목소리도 다급했다. 아뿔싸! 큰일 났네... 잔뜩 긴장하고 부리나케 회사로 들어왔다.

    부장님: 연락도 없이 왜 이렇게 늦었어?(정색)

    나: 죄송합니다. (쭈뼛쭈뼛) 앞으로 보고 철저히 하겠습니다.

    부장님: 오다가 무슨 일 있나 걱정했잖아~~~^^

    하시고는 여태껏 한 번도 본 적 없던 아빠 미소를 지으며 환하게 웃으시는 게 아닌가! 그 때 그 안도감과 함께 느낀 정이란! 어린 시절 동네 친구와 크게 치고받고 싸우고 집에 들어간 날. 혼날 줄 알고 잔뜩 긴장한 채로 문앞에 서 있는데 ‘다친 곳은 없냐’고 물어보시던 아빠의 다정함을 그 날 느꼈다.

    마성의 매력을 논할 때 우리 사건팀 캡도 빼놓을 수 없다. 말수 적고 무뚝뚝하기로는 부장님 못지않으신데, 몇 마디 되지 않는 말 속에 수습기자들에 대한 기대와 관심, 애정이 다 녹아들어 가 있다는 걸 우리는 느낀다. 캡을 따라다니며 교육을 받기로 예정돼 있던 어느 날. 모 선배의 취재를 돕기 위해 다음날 캡에게 가지 못한다는 보고를 카톡으로 드렸는데, 몇 시간이 지나도 답장이 오지 않아 조금 불안했다.

    ‘왜 안 읽으시지? 내가 보고를 잘못했나?’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때 카톡이 왔다! ‘칫!’ 열두 시가 한참 지난 시간이었다. 무슨 의미일까 한참을 고민하고 답장을 보냈다.(답장 내용은 비밀~!) 캡을 알아갈수록 사람들을 이끄는 힘이 있다는 걸 느끼고 있다. 그건 아마도 후배들을 아끼고 배려하는 선배만의 방식이 마음으로 다 전달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부장님과 캡 뿐만 아니라 마성의 매력을 지닌 선배들이 편집국에는 시쳇말로 ‘널려’있다.

    메인이미지
    선배들과 속리산 산 중턱에서 마신 달달한 막걸리.

    또 많은 선배가 우리가 잘 커가도록 관심을 듬뿍듬뿍 주신다. ‘이거 한번 읽어보라’며 늘 살뜰히 챙겨주시는 선배, 전어가 제철이라고 손수 배달까지 시켜주시며 많이 먹으라고 권해주시는 선배, 우리가 잘 못 해도 늘 용기를 북돋아주시며 달달한 소주를 사주시는 선배, 편집국에 들리는 씩씩한 인사 소리가 듣기 좋다고 격려해주시는 선배, 더운 날 힘들게 발품 팔아 기사 썼다고 따뜻하게 등을 두드려주시는 선배, 수습 때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친형처럼 마음을 다독여주시는 선배, 쉬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우리 기사를 다듬어 주고 이렇게 쓰면 더 좋을 것 같다고 가르쳐주시는 선배, ‘희망을 안고 신문을 배달하는 사람들에게 계속 해서 희망을 주는 기자’가 되라며 나를 일깨워 주신 선배...

    일일이 다 적지 못하지만 수많은 선배의 관심과 사랑을 나는 받고 있다. 내일도 열심히 배우겠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나도 후배가 생긴다면 내가 받은 사랑을 다 전해주고 싶다.

    도영진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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