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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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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풍선효과와 입시정책의 실효성- 김경모(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15-10-1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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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강남 집값을 잡기 위해 이 지역 재건축 아파트 규제를 강화하자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이 지역의 일반 아파트로 몰려 강남의 집값이 오히려 올랐다. 정부가 가짜 휘발유의 주원료인 용제의 불법유통 차단을 위해 단속에 나서자 해당 거래는 줄었지만 정량 미달 판매와 등유를 혼합해 만든 가짜 경유의 판매가 늘었다.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권이 가계대출을 줄이자 서민들이 고금리에도 불구하고 제2금융권으로 몰려 대출을 받는 일이 많아졌다.

    위에 든 사례는 풍선효과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풍선은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튀어나오기 마련이다. 풍선효과란 이처럼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특정 사안을 규제와 같은 조치를 통해 억압하거나 금지할 경우 규제조치가 통하지 않는 또 다른 경로로 우회해 유사한 문제가 생기는 사회적 현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풍선효과는 정부의 규제나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며 정부실패의 논리로 작동할 수 있다.

    이달 초 2018년 수학능력시험에서 영어 절대평가 방안이 발표됐다. 영어는 그간 우리나라 사교육의 3분이 1이 집중돼 있는 과목일 뿐만 아니라 최근 쉬운 수능 기조에서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을 받게 돼 수학, 국어보다 사교육을 더 유발하는 과목으로 꼽혀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의 고1 학생들이 치를 수능에서 영어 과목을 절대평가하겠다는 방안은 기본적으로 영어 과목의 사교육비 지출을 줄이기 위함이고 나아가 영어 과목의 과도한 학습부담을 줄여 학교 수업을 정상화하려는 정책 의도가 담겨 있다.

    그럼에도 이 방안이 발표되자 많은 언론에서는 영어 절대평가 방안의 풍선효과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영어의 절대평가는 수능 영어 과목의 변별력을 떨어뜨릴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기존 영어과목에서의 사교육과 학습 부담이 수학과 국어 등 다른 과목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또한 영어 절대평가 방안의 풍선효과는 타 과목뿐만 아니라 중학교 이하의 영어 교육에 나타나 중학교 영어 사교육 시장은 지금보다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과 심지어는 영어 과목을 초·중학교 단계에서 마스터하고자 하는 선행학습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영어 과목 절대평가 방안에서 야기되는 이 같은 풍선효과를 막는 방법은 영어와 비슷한 영향을 가진 주요 과목의 절대평가화 방안이 장기적으로 추진돼야 하며 이를 위해 수능시험 체제 전반을 고쳐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그럼에도 영어 절대평가 방안과 관련한 언론의 풍선효과 논의를 관통하는 생각이 있다. 그것은 이 정책이 시행된다 하더라도 목표로 하는 사교육비와 학습자의 부담이 전체적으로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 ‘일반사람들의 신념’이다.

    1980년대 이후 다소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국가고사 체제와 관련한 많은 정책들은 기본적으로 사교육비 경감에 초점을 두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사교육비를 뚜렷하게 경감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하는 통계나 연구결과는 찾기 힘들다. 이제는 사교육비 부분은 정책을 통해서 변화시킬 수 있는 변수가 아니라 그 어떤 정책 실시에도 불구하고 거의 변화가 없는 상수라는 주장도 있다.

    여러 가지로 얽혀 있는 정책 관련 요인을 완벽하게 고려해 정책을 입안하고 실시하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할 수 있다. 어떤 정책도 그 정책으로 인한 편익에 수반되는 비용이 있다. 그럼에도 이번의 영어 과목 절대평가 방안이 목표로 한 사교육비 경감과 관련해서는 그간의 잦은 입시제도의 변화 자체가 상황의 불확실성을 초래해 비용을 증가시킨 때문이 아닌지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김경모 (경상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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