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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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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획취재] 소나무 재선충 (3) 피해현장을 찾아서-포항·경주를 중심으로

소나무 재선충, 국가적 재난 넘어 전 세계 산림 재앙
도심 공원 숲까지 ‘습격’… 감염목은 에너지원으로 활용

  • 기사입력 : 2015-10-1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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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8월 20일 오후 경상북도 포항시 남구 송도동.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사람들이 솔밭 근처에 모여 있었다. 방제복과 방독면을 찾아 쓰고, 부지런히 분무기계에 살충제를 채워넣는 사람들. 소나무 재선충 지상방제 작업을 위해 준비 중인 인부들이다.
     
    이날 약제처리를 할 곳은 인가와 인접해 있는 ‘솔밭공원’. 송도동 주민들이 산책을 즐기는 곳으로, 감염목과 민가 담벼락이 붙어 있을 정도로 인가에 근접해 있어 항공방제도 훈증도 모두 불가능한 곳이다. 따라서 이런 도심에 분포해 있는 소나무에는 지상방제를 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포항시의 설명이다. 방제복을 입은 인부들은 분무기계를 들고 솔밭 구석구석을 돌며 소나무 가지와 둥치에 직접 기화(氣化)된 약제를 뿜었다.
     
    분무기계 1대로 6㏊가량의 소나무 방제가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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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경북 경주시 양동마을. 이 부근의 야산 대부분은 극심한 재선충 감염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감염목 대부분이 훈증처리됐고, 지금은 한두 그루 정도가 고사한 채 남아 있다.

    ▲도심까지 침투한 재선충

    소나무 재선충병이 침투한 지역은 도심뿐만이 아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경주시 양동마을 주변 또한 소나무 재선충 극심지역이다. 양동마을에서 내려다보이는 인근 야산 대부분의 소나무는 재선충에 감염돼 훈증처리를 했다. 경북도 환경산림자원국 관계자는 “감염목에 대한 훈증처리를 지난해 9월부터 올해 4월까지 모두 마쳤다”며 “지금은 수간주사를 놓는 등 예방 방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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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대책단 꾸려 방제

    경북 도내에서도 포항시와 경주시는 소나무 재선충병 극심지역으로 분류된다. 2015년 10월 현재까지 포항시는 약 22만 그루, 경주시는 약 7만 그루가 재선충에 감염됐다. 이는 경북 도내 전체 감염목 수 33만 그루 중 88%를 차지한다. 경북도 환경산림국에 따르면 경북 도내에서 처음으로 소나무 재선충병이 발생한 것은 2001년 7월 구미시 오태동에서였다. 2015년 10월 현재 14개 시·군에서 발생했으며 포항과 경주가 극심지역, 안동, 구미, 청도가 2급, 칠곡이 3급으로 분류돼 있다. 2~3년 내 청정 가능지역은 경산, 영덕, 성주, 고령, 1~2년 내 청정 가능지역은 김천, 영주, 영천, 상주 등지다.

    경북 도내 거의 대부분의 시·군이 재선충 감염지역으로 분류되면서, 경북도는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특별대책단을 꾸려 운영 중이다.

    2015년 현재 방제 예산으로 219억원(국비 129억, 도비 26억, 시군비 64억)이 투입됐다. 고사목 제거(14개 시군· 33만 그루 4월 제거 완료), 예방주사 주입(7개 시군·615㏊ 36만9000그루 2월 말 완료), 항공방제(10개 시군·9650㏊ 7월 말 완료), 지상방제(9개 시군·2395㏊ 9월 완료), 매개충 페로몬 유인트랩사업(5개 시군·304㏊ 트랩 설치) 등을 마무리했다.

    경북도 소나무 재선충병 방제 특별대책단 관계자는 “예찰조사 강화와 철저한 사후관리로 2017년까지 완전방제를 실현하는 것이 1차적 목표다”며 “현재 소나무의 인위적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 단속초소 9개소(포항, 경주, 안동, 구미, 청도, 울진)를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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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북 포항시 남구 송도동 솔밭공원에서 재선충병 지상방제가 이뤄지고 있다.


    ▲대체수종을 고민하다

    포항시와 경주시 외곽 야산 등성이에는 군데군데 소나무를 훈증처리한 목재더미가 산재해 있다. 아울러 훈증더미 주변에는 건강한 소나무로 보이는 나무 둥치가 남아 있었는데, 바로 ‘모두베기’를 하고 남은 소나무 밑동이었다. 경북도는 재선충 발병지 내에 소구역을 설정해 인근 소나무를 모두베기하는 방제방법을 이용하고 있다. 고사목 주변지대에서 다시 집단적으로, 또 반복적으로 재선충병이 재발하는 비율이 30%를 넘는 데서 착안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당해 연도에는 예후가 없다가 1~2년이 지난 후 감염목 부근의 건강했던 소나무에 갑자기 재선충 감염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러한 위험을 계속 감수할 수 없어 일단 주변 나무들이 모두 감염됐다고 추정하고 나무를 솎아내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모두베기의 문제점은 주변의 산림환경이 급격히 달라진다는 점이다. 소나무가 주종을 이루던 산림보존이 불가능해진 것. 특히 감염목을 벌채한 자리에 다시 소나무를 심을 것인가, 혹은 재선충 감염 가능성이 낮은 수종을 식재할 것인가의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포항시 관계자는 “해안에 인접한 포항의 경우 감염목 대다수가 해송으로, 해송은 척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우세수종이라 할 수 있다”며 “땅이 척박한 포항에 해송 이외에 어떤 수종으로 숲을 조성할 수 있을지 관계당국의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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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항시 북구의 어느 야산. 훈증처리된 고사목이 비닐에 싸여 있다.


    ▲감염목을 재활용하다

    그렇다면 훈증처리가 끝난 감염목은 그대로 파쇄 또는 소각돼 버려질까?

    포항시 산림조합은 훈증처리가 끝난 감염목을 ‘펠릿’으로 재활용하고 있다. 펠릿(pellet)은 목재를 압착해 만든 난방용 또는 발전용 유류 대체연료로, 펠릿 보일러가 따로 있어 친환경 난방 방식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포항시 산림조합은 도로와 50m 이내에 인접한 야산에 적재된 감염목을 운반해 펠릿으로 가공한다. 포항시 산림조합에서 생산하는 펠릿은 연간 1만1000t으로, 나무 1.2㎥를 투입해 1t가량의 펠릿을 가공할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펠릿은 20㎏당 6800원에 판매된다.

    경북도 환경산림자원국 관계자는 “직경 30㎝ 이상의 감염목을 집재해 펠릿으로 재활용하고 있다”며 “오는 12월에는 펠릿 전용 제재소가 완공될 예정이다”고 말했다. 펠릿 제재소는 전국적으로 22개소로, 대부분이 감염목 운반 금지구역 내에 설치된다. 감염목이 재선충 청정지역으로 반출되는 위험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마찰도 있다. 방제특별법에 따라 소나무 반출 금지구역이 늘어나면서 임업 관련 피해가 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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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막 건조·성형돼 나온 목재를 압착해 만든 연료 펠릿(pellet).


    백영식 포항시 산림조합 상임이사는 “포항의 경우 감염목 운반비와 파쇄비를 조합에서 분담하고 있기는 하지만, 산주(山主)들은 재선충 피해를 입은 것도 억울한데 아무 보상도 없이 목재가 재활용되는 것에 불만이 많다”며 “조합 차원에서 정부에 재선충병을 재난으로 지정해줄 것을 지속적으로 요청 중이다”며 “구제역이나 산불처럼 폭발적인 피해가 보이지 않아 그렇지, 재선충으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는 가히 국가적 재난에 맞먹는다고 봐야 할 것이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유경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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