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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개취 갤러리 (2) 세잔의 3000억 짜리 그림

  • 기사입력 : 2015-10-15 11: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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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드놀이하는 사람들 /출처: 구글검색/
    수염을 멋지게 기른 두 남자가 좁은 식탁 위에 손을 얹고 자신에게 주어진 패를 살펴보고 있다. 어찌 된 영문인지 그들의 표정에서는 도박하는 이들의 치열한 탐색전이나 긴장된 표정을 엿볼 수 없다. 단지 손에 쥔 카드에 충실하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왼쪽 남성은 어두운색이 칠해져 칙칙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반면 오른쪽 남자는 밝은색 계열의 색이 칠해져 있는 게 두 사람의 '명암'이 뚜렷하다는 인상을 받을 수 있다. 게다가 오른쪽 남자는 팔을 앞쪽으로 쭉 빼고 허리를 구부정하게 하는 자세가 마치 "이 게임은 내가 앞서고 있다"라고 강조하는 것 같다. 반면 왼쪽 남성은 상대적으로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다. 손에 쥔 패도 상대방이 볼 수 없도록 수직적으로 세운 것이 뭔가 수세에 몰리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식탁 역시 전반적으로 오른쪽 남자에게 쏠려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이것은 작가인 폴 세잔(Paul Cezanne, 1839. 1. 19~1906. 10. 22) 특유의 취향이 적용됐기 때문이다. 세잔은 정물화를 많이 그렸다. 특히 사과를 유별나게 많이 그렸는데 그가 그린 사과를 보면 특징을 하나 찾을 수 있다. 그것은 바로 사과가 둥글지 않다는 것이다. 대칭을 정확하게 맞추기보단 자기 기분 내키는 대로 다소 '오버'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쪽을 늘이거나 더 기울여 그리는 것을 즐겼다. 또 대상을 잘표현하기 위해서 원근법과 현실성을 무시했다는 점에서 당시로써는 완전히 새로운 시각의 접근 방법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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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과와 비스킷 /출처:구글 검색/
    '카드놀이를 하는 사람들'이라는 제목의 이 그림은 사실 이미 비슷한 작품이 4점이나 더 있다. 세잔은 살아생전 카드놀이 하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 주제를 여러 번 그리면서 처음 작품에는 5명이던 등장인물이 나중에는 2명으로 줄고 색채나 구도 등 완성도도 높아지는 등 진화를 거듭해 나갔다. 이 그림은 그중 맨 마지막 작품이다.

    놀랄만한 점은 그림 가격. 그리스 선박왕 게오르게 엠비리코스라는 개인이 소장하고 있다가 지난 2011년 카타르 왕족에게 2억5000만 달러~3억 달러(한화:2622억~3267억)정도의 가격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올 초 고갱의 '언제 결혼하니?'라는 작품이 개인 거래로 3억달러(약 3267억원)에 팔리기 전까지 무려 4년 동안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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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빅투아르산 /출처:구글 검색/
    "세잔은 우리 모두의 아버지다" -파블로 피카소-

    세잔은 후기 인상파를 대표하는 화가다. 후기 인상파의 대표 작가로는 미술을 잘 모르는 사람도 거의 알고 있는 반 고흐라는 화가가 있다. 세잔과 고흐의 차이가 있다면, 클래식 음악 지휘의 거장인 푸르트벵글러와 토스카니니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이성과 정열의 차이라고 할까. 반 고흐의 그림이 화가 개인이 바라보는 심정 혹은 감정이 많이 들어간 것이라고 한다면, 세잔의 그림은 굉장히 이성적으로 분할된 차가운 그림으로 볼 수 있다.

    세잔은 입체 공간을 면과 선으로 나눠서 그리는 방식을 택했는데 이 때문에 그의 그림에서는 입체감을 살필 수 없다. 대신 세잔은 자연을 단순화시킬 때 기하학적 모양으로 변하는 사실에 흥미를 느꼈다. 세잔은 "자연을 원형 기둥, 공, 원뿔의 형태로 다루고 싶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는데 그의 생각이 반영됐는지 그의 그림에서 단순함을 느낄 수 있다. 또 그림을 여러 측면에서 쪼개서 분석하고 재구성하려고 노력했는데 이러한 관점은 입체파의 대표인 피카소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훗날 추상미술의 탄생에도 기여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미술사에서 세잔이 끼친 영향력은 대단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그의 그림이 3000억이라는 고가에 팔렸는지도 모르겠다. 고휘훈 기자 24k@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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