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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재선충 (4) 포르투갈 -지역산림협회가 직접 나서다

산주들 협회 결성해 예찰·벌채·파쇄 등 모든 활동 도맡아

  • 기사입력 : 2015-10-19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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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선충병 확산 대응 차원 2008년 결성
    2013년 정부 재정악화로 전면에 나서
    EU서 직접 지원금 받아 방제작업
     
    예찰활동서 감염목 페인트 표시하면
    산주나 협회서 처리 후 DB 구축
    대형나무는 가열 후 수출·가구 제조
     
    소나무 베어낸 자리 유칼립투스 심어
    생장기간 짧고 지역 토질에도 알맞아
    가구 등 제작용 소나무 수입량은 늘어


    소나무재선충이 이베리아 반도에 상륙한 것은 지난 1999년 포르투갈의 항구도시 세투발(Setubal)에서였다. 포르투갈 당국은 매개충이 중국에서 출발한 수출입 선박을 타고 이베리아 반도로 이동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로부터 16년이 흐른 지금, 포르투갈의 국토 대부분이 소나무재선충 극심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포르투갈의 국립농축산조사연구소(National Institution of Agrarian & Veterinarian Investigation)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화재와 재선충으로 포르투갈이 잃은 소나무 면적은 40만㏊에 달했다. 특히 포르투갈 국토의 3분의1가량이 숲인 데다, 그중에서도 소나무재선충에 매우 취약한 메리타인 소나무(Maritine Pine Tree)가 주종을 이루면서, 소나무재선충병은 포르투갈의 국가적 재난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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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갈 코임브라 지역 산림협회 직원이 벌목할 감염목에 페인트로 표시를 하고 있다.


    ▲EU 규약 따르다

    현재 EU에 가입된 나라들은 모두 소나무재선충 방제에 대한 EU의 규약을 따르고 있다. 이에 따른 금전적 지원도 이뤄진다. EU는 재선충 감염목이 발견될 경우 감염목뿐 아니라 감염목 주변 반경 3㎞ 이내에 있는 소나무는 무조건 모두 베어내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파쇄나 소각, 페로몬을 이용한 트랩을 설치하도록 권고한다.

    포르투갈의 경우 소나무가 대거 집적해 있는 스페인-포르투갈 국경 인근에서 감염목을 소각해왔으나 산불이 국경을 넘어 번질 위험 때문에 현재는 파쇄, 훈증, 트랩설치 방제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아울러 신규 감염 여부를 알아내기 위해 주기적으로 예찰을 하는 것도 EU가 규정한 주요한 활동이다.

    포르투갈 국립농축산조사연구소 페드로 나베스 주무관은 “포르투갈은 이미 재선충 감염이 심각한 수준이라, 새로운 감염목 발생을 막는 데 주력하고 있다”며 “아울러 나무 예방주사 개발, 저항성 소나무 육종 등 생물학적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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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임브라 지역 산림협회 직원이 감염목을 벌목하고 있다.


    ▲산주(山主)들이 직접 나서다

    현재 재선충 방제에 주도적 역할을 하는 주체는 포르투갈 정부가 아닌 ‘포르투갈산림협회(FNAPF·National Federation of Forest Owners Association)’다. 포르투갈산림협회는 지역 산주들이 결성한 비영리단체로, 2008년 설립됐다. 협회에 소속된 산주는 대략 1만5000명에 달한다. 이들이 협회를 결성하게 된 것은 세투발에서 처음으로 재선충이 발견된 후 EU의 규약에 따라 3㎞ 반경 안의 소나무를 모두 제거했음에도 2008년 코임브라에서 재발, 재선충병이 포르투갈 전체로 퍼져나가면서 더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산주들은 산림협회를 결성한 뒤 포르투갈 정부와 임엄협회 등과 네트워크를 결성해 직접적으로 방제활동에 나섰다. 포르투갈 산림의 90% 이상이 국유림이 아닌 개인 소유이기 때문에 정부의 통제가 어려운 점도 이들이 주도적 역할을 하게 되는 데 한몫했다.

    또 2013년부터 포르투갈이 재정악화로 IMF구제금융을 받으면서 재선충 방제비용을 마련할 수 없게 되자, 산림협회가 방제활동의 전면에 나서게 된 것도 또 다른 이유다. 2010년 포르투갈 정부가 주도적으로 재선충 방제 계획을 수립해 EU연합국들과 협력, 지역별 예찰, 감염목 벌채, 파쇄, 트랩 설치 등의 활동을 벌였지만 2013년 재정위기 이후부터는 이 모든 활동을 산림협회가 도맡아 하고 있다.

    바스코 데 캄포(Vasco de Campos) 포르투갈산림협회장은 “2013년부터 산립협회가 직접 EU로부터 지원금을 받아 방제작업을 벌이고 있다”며 “산림협회에 소속된 지역 협회가 해당 지역 산림을 직접 방제하고, 정부는 국경 반경 20㎞ 안에 감염목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타 국가를 통해 소나무가 반입 및 반출이 되지 않도록 규제하는 데만 주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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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임브라 지역 산림협회 직원이 감염목 가지를 파쇄기에 넣고 있다.


    ▲코임브라 지역 방제현장

    지난 9월 17일, 스페인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코임브라 지역 소나무재선충 방제현장. 코임브라 지역 산림협회 ‘카울(CAULE)’에서 나온 인부들이 둥치가 큰 메리타인 소나무 근처에서 모여 있다. 카울(CAULE)은 코임브라 지역 산주들이 결성한 산림협회로, 12곳에 달하는 산림지구를 관리하고 있다. 특히 2008년 이 지역은 재선충병이 재발해 포르투갈 전역으로 퍼져나간 곳이기도 하다.

    포르투갈 타 지역도 각 지역마다 이 같은 산림협회가 있어 직접 EU로부터 자금을 지원받아 방제활동을 벌인다. 현장을 방문했을 때 인부들은 감염목 둥치에 흰색 페인트로 표시를 남기는 예찰활동을 벌이고 있었다. 표시를 남긴 후 15일 동안은 벌목을 하지 않고 산주가 직접 목재를 처리할 시간을 준다.

    이후에도 감염목 처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카울에서 잘라 파쇄한다. 직경 10m 이하의 나무는 그 자리에서 즉시 파쇄하고, 10m 이상 나무는 따로 표시해 그루 수를 파악한 뒤 위치를 기록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직경 10m 이상 감염목은 56~100℃에서 가열한 뒤 수피는 북유럽으로 수출하고, 목재는 가구 제조에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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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갈에서 벌목한 소나무의 대체수종으로 심고 있는 유칼립투스 나무.


    ▲빠르게 달라지는 포르투갈의 산림

    현재 포르투갈 산림의 모습은 급속도로 달라지고 있다. 감염목을 벤 자리에 소나무가 아닌 유칼립투스를 심고 있기 때문이다. 대체수종으로 각광받고 있는 유칼립투스는 완전히 자라는 데 걸리는 기간이 12년으로, 소나무가 40년 이상이 걸리는 것에 비해 생장 기간이 짧고 포르투갈의 건조한 토질에 자라기에 알맞은 특성을 지니고 있다. 때문에 대체수종 비율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이로 인해 포르투갈 전역에 코르크 나무, 올리브 나무, 다음으로 소나무가 아닌 유칼립투스 나무가 많아진 상황. 소나무의 짙은 녹색으로 무성하던 숲 또한 유칼립투스의 청록색으로 바뀌고 있다.

    소나무의 멸절은 포르투갈 수출입에도 영향을 미쳤다. 재질이 좋은 메리타인 소나무가 고사하면서 가구 제작에 쓰이는 소나무를 수입해오는 비율이 높아졌기 때문. 페르난도 베일 산림협회 주무관은 “재선충병 발병 이후 미미하게 수입하던 소나무양이 점차 늘어 지금은 200만㎥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며 “소나무재선충은 포르투갈의 산림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범국가적인 문제로 인식되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유경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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