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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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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4) 절문근사(切問近思)- 절실하게 묻고 자기 가까이에서 생각하라

  • 기사입력 : 2015-10-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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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자(孔子)의 언행록인 ‘논어(論語)’에 “널리 배우고 뜻을 독실히 하고, 절실하게 묻고 자기 가까이에서 생각하라(博學而篤志, 切問而近思)”라는 구절이 있다. 또 “아래에서 배워 위로 통달하라(下學而上達)”라는 구절이 있다. 정자(程子)가 부연 설명하여 “아래에서 인간의 일을 배워, 위로 하늘의 이치에 통달한다(下學人事, 上達天理)”라고 했다.

    공부나 연구는 일생생활과는 관계가 없는 고차원적인 세계에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흔히 알고 있다. 그러나 공부나 연구도 일생생활을 떠나서는 될 수가 없다.

    우리가 무심코 만지는 물건도, 물리학자가 보면 그 속에 물리학 이론이 들어 있고, 화학자가 보면 화학활동이 계속되고 있고, 의학자가 보면 병균과 다른 균 사이의 투쟁과 화합이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우리가 무심코 하는 생활 속의 행동에서 철학자는 그 속에서 철학적 논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고, 심리학자는 심리적인 이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가까운 데서 생각한 대표적인 사례가, 금년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인 중국의 투유유(屠) 교수가 개똥쑥에서 추출한 말라리아 특효약인 ‘아르테미시닌’을 개발해 말라리아 치료에 기여한 일이다. 일상에서 늘 보는 개똥쑥을 연구해 노벨상을 탄 것이다.

    또 투 교수는 평생연구한 개똥쑥과 그의 이름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중국 최고의 시선집인 ‘시경(詩經)’ ‘녹명편(鹿鳴篇)’에, “매에 매에 사슴이 울며, 쑥을 뜯고 있네.(鹿鳴, 食野之)”라는 구절이 있다. 이 두 구절의 시에 이 여자 교수의 이름과 ‘들판의 쑥을 먹고 산다’며 평생의 연구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부모들이 이름을 지을 때, 마치 이 여자 교수의 일생을 예언한 구절 같다.

    이 여자 교수는 박사학위도 없고, 외국유학 경험도 없고, 사회과학원 등의 학문적 권위를 인정받는 원사(院士)도 아니다.

    그러면서도 개똥쑥을 평생 연구한 덕분에 노벨상을 받았다. 이 여교수는 중국 국적의 학자로는 최초로 노벨 의학상 수상자고, 중국 최초의 여자 노벨 수상자가 됐다.

    개똥쑥은 국화과 쑥속에 속하는 한해살이풀이다. 한자어로는 청호(菁蒿)라고 표기한다. 개똥쑥을 손으로 뜯어 비비면 개똥 비슷한 냄새가 난다 하여 개똥쑥이라고 부르게 됐다.

    몇 년 전에 우리 나라에서도 개똥쑥이 만병통치약처럼 유행한 적이 있었다. 실제로 항산화 및 항균 효과가 있다고 보고됐고, 암을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민간의약으로 사용할 줄만 알았지, 거기서 노벨상이 나올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않았다.

    이름난 약이라는 것도 결국은 식물이나 동물, 광물 등 자연물에서 나오는 것이니, 앞으로 우리나라 사람들도 약성분을 분석해 현대화할 필요가 있다. 무심코 넘기지 말고, 가까이서 정밀하게 탐구하는 것을 생활화하는 것이 좋겠다.

    *切 :절실할 절. *問 :물을 문.

    *近 :가까울 근. *思 :생각할 사.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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