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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생존기] 김재경 (6) 반드시 해야 하는 일

  • 기사입력 : 2015-10-20 14: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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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위안부 생존자인 김경애 할머니가 14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 인권자주평화 다짐비 앞에서 열린 '1200차 일본군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 연대시위'에서 다짐비를 쓰다듬고 있다. (김승권 선배의 사진. 선배님이 있어 너무나 든든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정확히 생각이 안나지만은 초등학교 마치고 고등반에 다니다가 억지로 끌려간 것은 확실하게 생각납니다. 내가 당한 것은 말로서는 다 할 수가 없고 또 생각하기도 싫습니다. 일본이 그렇게 못된 짓을 해놓고도 잘못했다고 안하고 거짓말이나 해서 더 분합니다. 나는 지금 다리도 아프고 만신이 쑤시고 정신도 자꾸 없습니다. 그래도 너무 억울하고 원통합니다. 일본이 하루라도 빨리 잘못했다고 하면 속이 좀 덜 아프겠습니다. 이 나쁜 놈들아. 거짓말 말고, 거짓말 그만하고 솔직하게 잘못했다고 빌고 물리내라'

    위안부 피해 생존자인 김경애 할머니가 도움을 받아 미리 준비한 종이를 보고 천천히 그리고 아주 또박또박 읽으셨다. 김경애 할머니는 일본말만 하라해서 한글을 유창하게 읽을 수가 없으시고. 또 평생을 누구와 의사소통을 못하고 살아오셨다고 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 1200회를 맞은 14일 경남에서도 일본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는 연대시위가 열렸다. 이날 집회는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광장 '인권자주평화 다짐비' 앞에서 열렸고 나도 그 자리에 한 켠에 자리했다.
     
    한시도 한눈을 팔 수가 없었다. 표정 하나, 말씀 하나 놓칠 수 없었다. 볼펜을 든 손이 점점 빨라졌다. 한 장면 한 장면 그 모습을 담는 것은 사진부 김승권 선배가 있어 너무 든든했다.
     
    집회가 끝나고 어떻게 기사로 옮길지 많이 고민했고 한참 동안 쓰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다음날 다짐비를 쓰다듬고 있는 김경애 할머니의 모습이 신문에 실렸다. 한 장의 사진이 모든 것을 뜻했다. 내가 적은 백 마디 설명보다 친절했고 가슴에 뭉클한 감동을 주는 사진이었다.
     
    수습교육을 받은 지 어느듯 두 달이 지나 수습 기간이 이제 한 주 남았다. 그동안 왜 기자를 선택했냐고 수없이 질문받았다. 하루하루 지나며 그에 대한 답도 달라졌다. '기자가 멋져 보여서', '뭐 하나 바꿔보고 싶어서…'에서 지금은'릫누군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 누군가를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하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처음엔 '잘해낼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에 앞으로 나아가는 길이 마치 안개로 뒤덮여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안개가 걷혀 앞으로 나아갈 길이 조금은 뚜렷해진 것 같다. 선배가 있어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이렇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다 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또 잘할 수 있는 일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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