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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구필숙(창원시 육아종합지원센터장)

  • 기사입력 : 2015-10-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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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여곡절 끝에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CCTV(폐쇄회로TV) 설치가 의무화됐다. 제15조4(폐쇄회로 텔레비전의 설치 등) ① 어린이집을 설치·운영하는 자는 아동학대 방지 등 영유아의 안전과 어린이집의 보안을 위하여 ‘개인정보 보호법’ 및 관련 법령에 따른 폐쇄회로 텔레비전을 설치·관리하여야 한다는 법령이다. 기본적으로 이제 모든 어린이집은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 개정안은 공포 후 4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효력이 발생하므로 9월 이후 신규 개원하고자 하는 어린이집은 반드시 CCTV를 설치해야 한다. 기존에 운영 중인 어린이집은 3개월의 유예기간을 거쳐 12월까지 CCTV 설치를 완료해야 한다.

    최근 들어 아이들을 보호하는 예방책들이 나오고 있고 아동학대 특례법까지 나온 만큼 부모 입장에서 마음이 한결 편한 건 사실이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법이나 잣대가 없어서 학대가 일어나는 건 아니다. 아동학대를 일삼는 사람은 법률이 있건 정책이 있건 학대를 하게 마련이기에 새로운 정책들이 학대를 100%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아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왜 학대하는가에 대한 이유를 알아내고 이것을 바로잡으려 노력해야 한다.

    CCTV가 아이들의 인권을 지켜주지는 않는다. 아동 인권을 지키는 것은 상호관계 속에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다. 반드시 사람이 지켜 줘야 하는 의무가 있다는 의미다. 이를 의무이행자라 하는데 아이들이 권리주체자라고 한다면 의무이행자는 국가이기도 하고 부모, 교사이기도 하다. 의무이행자인 교사에게도 인권이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교사의 인권이 보장되고 충분한 환경이 조성된다면 그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인권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인권이란 선순환돼야 보장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명감을 가지고 신나게 일해야 하는 교사들에게 제재가 가해지는 CCTV라는 매체가 안타깝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보육현장에서 애쓰는 교사들에게 어쩔 수 없이 위로를 전해본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그리고 CCTV를 활용해 보라고….

    그래서 몇 가지의 방안을 생각해보게 된다. 첫째는 보육실을 비추는 CCTV에는 수업장면이 고스란히 나타나는 만큼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좋은 연구자료가 된다. 원장과 교사가 함께 영상을 돌려보며 아이의 발달에 맞는 대응을 했는지, 더 효과적인 교육방법은 없었는지 의견을 나눠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둘째는 CCTV영상에는 아이들이 교사 뒤에서 몰래 하는 행동이 고스란히 나타난다. 친구들을 때려놓고 거짓말을 한다거나 교사 앞에서와 다르게 행동하는 모습 등을 파악할 수 있어 보다 세심한 행동지도가 가능하다. 또한 교사가 모르는 아이들의 동선을 파악해 안전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다.

    셋째는 부모가 찾아와 녹화 영상 열람을 요구할 땐 사전에 영상의 특징을 설명해 불필요한 오해를 막는 것이 좋겠다. CCTV는 소리가 나지 않으며 비추는 각도에 따라 달리 보일 수 있다는 점을 설명하고 부모들이 자신의 자녀와 다른 아이들을 민감하게 비교하지 않도록 당부할 필요도 있다.

    아동학대의 90% 이상이 가정에서 일어난다는 통계는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유아인권교육이 성과가 있으려면 부모들이 먼저 인권교육을 받아서 아이들에게 알려 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가정에서 먼저 인권교육을 받아들인 아이는 어린이집에서도 아무 문제가 없으며 교사들은 이런 아이를 대하는 것이 수월하다. 어린이를 둘러싼 인간친화적 환경이 준비될 때 원장, 부모, 교사, 시설 이 4조건이 충족돼 인권교육이 보장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절대 아동학대가 일어나지 않는다.

    구필숙 (창원시 육아종합지원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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