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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통일의 절차- 민태식(내외법무법인 변호사)

  • 기사입력 : 2015-10-2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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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핵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서 6자회담이나 미국-북한 사이의 관계가 변화가 없다 보니 남북 간에도 정치, 군사 면에서 평화체제 구축이나 긴장완화를 위한 진전이 부진한 상태이다. 그런데 정치, 군사 면은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해도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에 비해 남북 간에 경제, 문화 측면이나 인도적 지원 부문에서도 교류, 협력이 축소된 것은 전·현직 대통령이 이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가 없기 때문이라고 보이는데 그 이유는 북한이 곧 망할 것이라는 정보가 대통령에게 올라갔기 때문이라고 한다.

    북한 정권이 붕괴했을 때 우리 국민들은 당연히 통일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해방 후에 남북한에서 진행된 과정이나 독일의 통일 사례를 보면 북한 영토와 주민들이 곧바로 우리 정부의 지배 하에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1989년 동독 정부가 붕괴된 데에는 소련이 동독 내부 문제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했고 주 동독 소련대사는 동독 정부에 시민들을 강제진압하지 말라고 요구한 것이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동독 정부가 무너졌다고 해서 바로 동독이 서독 정부 관할에 들어간 것이 아니다. 다음 해인 1990년에 동독에서 새 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총선거가 실시됐다. 동독 지도자들은 통일은 나중 문제고 당장 동독을 이끌고 나갈 정부를 구성할 수 있으리라고 예상했는데 뜻밖에 당장 통일을 공약으로 내세운 정당인 독일연맹이 총선에서 승리하고 독일연맹이 주축이 된 새 정부는 서독 정부와 통일조약을 맺게 되었고 동독 정부를 해산함으로써 비로소 서독에 흡수통일되었던 것이다. 서독 정부 또한 동독에서의 진행상황을 손놓고 보기만 한 것은 아니고 미국에 대해서는 통일이 되더라도 NATO(북대서양조약기구)에 그대로 잔류한다고 약속했고, 소련에 대해서는 동독에 주둔하는 소련군의 철수비용을 부담하고 소련에 대해 경제원조를 하겠다고 약속함으로써 2차대전 4대 강대국들의 동의를 얻어냈다.

    우리도 통일을 하려면 주변 강대국들의 동의와 내부의 합의 등 2가지가 모두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은 북한 주민들의 의사일 것이다. 독일이 통일을 앞당긴 결정적인 요인은 동독 주민들이 선거를 통해 흡수통일되겠다는 의사를 표명했다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30여년에 걸쳐 서독은 동독에 경제적으로 원조를 하여 동독 주민들이 서독에 반감을 갖지 않았고 서독의 TV방송을 시청하면서 서독에 대해 동경하던 차에 결정적인 때가 되자 선거를 통해 서독에 흡수되겠다는 의사를 표시함으로써 주위 나라가 반대할 명분이 없게 되었던 것이다.

    통일 과정에서 선거 등의 절차가 필요한 이유는 동독이든 북한이든 별개의 국가로서 인정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한에서 소위 급변사태가 발생하고 북한 정부가 무너져도 법적으로 우리 군대가 휴전선을 넘어 북한 영토에 들어갈 수 없다. 북한이 무정부상태가 지속된다면 유엔평화유지군이란 명목으로 러시아군, 중국군, 일본군, 미군(한국군 포함) 등이 북한 영토 일부씩을 점령해서 치안을 유지하고 선거를 실시해서 새 정부를 구성하는 절차가 진행될 것인데, 해방 후에 미군과 소련군이 남북한을 점령한 것과 유사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절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북한 내부에도 친중국파, 친러시아파, 친남한세력 등 여러 분파로 쪼개질 수 있고 의견이 모아지지 않으면 혼란이 지속돼 이를 핑계로 중국이 흡수통일을 동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통일과정을 참고해 보면 우리가 북한을 흡수통일할 수 있느냐 여부는 북한 주민들이 흡수통일을 바라느냐에 달려 있지 북한 정권이 무너진다고 해서 자동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민태식 (내외법무법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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