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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생존기] 도영진 (7)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 기사입력 : 2015-10-26 15:0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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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습 기간에 선배 이름과 제 이름이 함께 몇 개 기사가 나갔습니다. 대체로 선배의 지시를 받고 취재해 (기사인 듯 기사 아닌 기사 같은) 기사 초고를 쓰면 선배가 다듬어 주는 과정을 거칩니다. 그러면 놀랍게도 진짜배기 기사로 거듭납니다. 다 죽어가는 기사를 심폐소생술로 선배들은 살려냅니다. 다음 날이면 신문에 실리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합니다.

    이런 기사의 탄생을 몇 차례 경험하며 저도 하나씩 배워나갑니다. 취재는 어떻게 하는지, 또 취재한 내용을 글로 어떻게 풀어내고 구성하는지 보고 배웁니다. 물론 내 취재가 충분하지 못하면 가차없이 '킬'당하기도 하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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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를 하고, 기사로 풀어나가는 과정은 여러번 반복하면 어느 정도 감이 잡힙니다. 물론 아직 턱없이 부족한 점투성이지만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과정을 더 반복하고 노력하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것입니다. 정작 어려운 것은 따로 있습니다.
     
    바로 '무엇'을 '왜' 취재할 것이냐는 것. 짧은 기간의 경험으로 이 '무엇'과 '왜'가 기사가 되느냐 안 되느냐의 출발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게 가장 어려우니 답답할 노릇입니다.
     
    지난주 기자회견 취재차 용호동 정우상가에 갔습니다. 그곳에서 우연히 (무서운) 한 선배를 만났습니다. 선배는 딱 세 마디 했습니다. '끝났나? 밥 무러 가자. 뭐 묵고싶노?' '밥이요..' 선배 기에 눌려 뭐가 먹고 싶은 줄도 모른 채 점심을 먹으러 갔습니다. 커피가 마시고 싶은 줄도 모른 채 커피도 마시러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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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편하게 있으라 할수록 편하지 않은 시간이 흘러갈 무렵이었습니다.
    저 멀리서 두 사람이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저 두 사람은 무슨 일 하는 사람 같노?'
    곧이어 선배는 호수를 지그시 바라봅니다. '여기 사람 빠지면 우째 구하겠노?'
    저희가 썼던 기자살롱 전편을 읽습니다. '임산부 주차장에는 임산부 말고는 주차 못하나?'
    캠퍼스 내 도로에서 차가 질주를 합니다. '교내 도로는 일반 도로랑 뭐가 다르노?'
     
    그리고는 말합니다. '우리는 이런 것만 보인다. 기자가 된 이상 사물이나 현상도 기자의 눈으로 봐야 한다.' 그러고는 한마디를 더 하고 자리를 뜹니다. '기사의 출발은 작은 관심에서부터다.'
     
    '무엇'을 쓰고 '왜' 쓰려고 찾으려 하기 전에 내 눈에 보이는 작은 것부터 관심을 갖고 사랑해야겠습니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제 눈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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