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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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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 재선충 (5) 스페인 - 조기 발견이 중요하다

포르투갈 재선충, 국경 넘어 스페인을 덮치다
[해외기획취재] 소나무 재선충, 국가적 재난 넘어 전 세계 산림 재앙

  • 기사입력 : 2015-10-26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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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스페인에 소나무 재선충병이 처음 발생한 것은 2008년, 포르투갈 국경과 500m 떨어진 에스트라두마주(Extremadura州) 야산에서였다. 스페인 정부는 포르투갈에서 반입된 소나무가 재선충에 감염된 채 접경지대의 가구공장에서 가공되면서 재선충이 인근 숲으로 확산된 것으로 파악했다.

    스페인 농림부는 감염목 반경 20㎞ 이내에 인력과 장비, 헬기를 동원해 예찰에 나섰고 EU 프로토콜에 따라 반경 3㎞ 이내의 소나무를 모두 벌목했다. 약 3만t에 달하는 소나무가 사라졌고 소나무 제거에 210만유로, 예찰에 34만5000유로가 소요됐다. 이후 스페인 정부는 연간 3~4회 예찰을 벌이며 재선충 확산을 감시하고 있다. 또 포르투갈에서 스페인으로 반입되는 목재는 열처리 후 검역검사를 거쳐야만 반입이 가능하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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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포르투갈과 접경지대인 스페인 에스트라두마주. 산 너머가 포르투갈 영토다. 지난 2008년 이곳에서 처음 소나무 재선충이 시작돼 스페인 국내로 확산됐다.
    ▲재선충, 국경을 넘어오다

    스페인 농림부 산림국 재선충 담당 제랄도 산체스 페나(Gerardo Sanchez Pena) 주무관은 “스페인 전체 산림 1400만㏊ 중 700만㏊가 소나무로 이뤄져 있다 보니 재선충은 스페인 산림에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EU에서 50%, 스페인 정부에서 25%, 해당 지자체에서 25%의 비용을 들여 연간 예찰에 50만유로, 방제에 200만유로 정도가 쓰인다”고 말했다.

    철저한 예찰에도 소나무 재선충병은 스페인-포르투갈 접경지대에서 모두 4차례에 걸쳐 거듭 발생했다. 2차 발생지역은 ‘갈릭시아’로, 포르투갈과 7㎞ 떨어진 지점. 목재 가공업체가 산재한 곳으로, 포르투갈에서 밀반입된 목재가 원인이었다. 검역을 통과하기 위해 소나무를 열처리할 경우, 목재가격이 원가보다 5~10% 상승하면서 열처리하지 않은 목재를 밀반입하는 업자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스페인 정부는 이러한 음성적 경로로 밀반입된 소나무가 매개충을 이동시킨 것으로 파악했다. 반경 1.5㎞ 이내의 소나무를 모두 제거하고 감염목을 소각해 약 2만t에 달하는 소나무를 제거했다.

    3차 발생지역은 포르투갈 국경과 580m가량 떨어진 곳이었다. 이 구역은 민가나 산업체, 차량이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없어 인위적 확산이 불가능한 곳으로, 스페인 당국은 솔수염하늘소에 의한 자연적 확산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반경 500m 이내의 소나무를 모두 베는 조치가 취해졌다.

    4차 발생지역은 ‘카스틸라 레온’으로, 조림한 소나무가 모여 있는 작은 소나무 숲이었다. 150㏊에 달하는 소나무 조림지역으로, 주위에 전이될 소나무가 없고 포르투갈 국경에서 40㎞나 떨어진 곳이었다. 역학조사를 벌인 결과 포르투갈 국경과 연결되는 고속도로가 인접해 있고, 목재를 실은 트럭이 주정차할 수 있는 휴게소가 있어 차량 이동 과정에서 재선충이 확산된 것으로 밝혀졌다. 소나무 100그루 이상이 감염된 것으로 조사돼 숲 전체를 제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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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매개충이 내뿜는 페로몬을 이용해 다중깔때기로 매개충을 포획하는 트랩. 스페인-포르투갈 접경지대에 대거 설치돼 있다.


    ▲조기 발견과 부분적 박멸 ‘액션플랜’

    스페인이 소나무 재선충병 대비책으로 내세우고 있는 액션플랜(Action Plan)의 주요 내용은 ‘조기 발견’과 ‘부분적 박멸’이다. 즉, 재선충 완전박멸은 불가능하다고 보고, 현상태에서 더욱 감염구역이 넓어지는 것을 막는 데 총력을 기울이는 것. EU 프로토콜이 기본이 되고, 스페인 국내 사정에 맞게 세부 지침을 정했다.

    스페인 농림부 산림국 제랄도 산체스 페나 주무관은 “EU가 가장 두렵게 여기는 것은 유럽 국가와 국가 사이에 연결된 산림을 따라 재선충이 확산되는 것이다”며 “매개충 이동과 소나무 관찰을 통해 징후를 조기에 발견해 부분적으로나마 재선충을 박멸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액션플랜은 크게 ‘관찰’-‘발견’-‘퇴치’ 3단계로 이뤄진다. 스페인 농림부는 스페인 전체 소나무 산림을 ‘고위험 지대(High Lisk)’-‘중간위험 지대(Medium Lisk)’-‘저위험 지대(Low Lisk)’ 3단계로 나눈다.

    이렇게 나눈 6000개의 산림 구역에 각각 관찰 포인트를 만들어 예찰활동을 벌이고, 감염목이 발생한 곳은 벌목과 파쇄 등 집중관리에 들어간다. 액션플랜에 따른 활동 결과는 각 언론사에 의해 대중에게 공개되고, 홍보도 이뤄진다. 액션플랜은 매년 업그레이드되어 웹상에도 공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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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포르투갈 접경지대 에스트라두마주 야산. 재선충 감염목을 벌목한 뒤 남은 밑둥이 군데군데 산재해 있다.


    ▲삼엄한 에스트라두마 접경지

    스페인 17개 자치주 중 하나인 에스트라두마는 산 너머가 바로 포르투갈 국토인 스페인 최단 접경지다. 2008년 이곳에서 처음 재선충이 시작돼 신속한 방제를 벌였고 그 결과 청정지역으로 환원됐으나 이듬해 재발했다. EU에서 솔수염하늘소 외의 다른 생물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항공방제를 금지하면서 스페인은 페로몬 트랩 설치와 감시단 운영을 접경지대의 주된 방제활동으로 정하고 있다.

    현재 포르투갈 접경지 20㎞ 안에는 페로몬 트랩이 집중적으로 설치돼 있다. 5㏊마다 1개씩, 총 500개의 유인트랩이 있다. 페로몬 트랩은 매개충이 다른 개체를 불러모을 때 쓰는 호르몬인 페로몬을 발생시켜 매개충을 유인, 다중깔때기로 떨어뜨려 포획하는 기구다. 500개의 트랩 중 100개는 매주 검사를 거쳐 솔수염하늘소의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데 쓰이고, 나머지는 3주마다 솔수염하늘소 개체 증감 측정에 쓰인다.

    아울러 접경지대 20㎞ 이내를 감시구역으로 정해 2인이 1팀으로, 모두 3팀이 돌아가면서 예찰활동을 벌인다. 또 소나무 1만 그루의 샘플을 채취해 수시로 상태를 점검하면서 재선충 감염목 조기 발견에 힘쓰고 있다.

    에스트라두마주 정부 재선충 책임자 과달루페 에스파라고 로딜라(Guadalupe Esparrago Rodilla)씨는 “재선충 발생지역이 모두 포르투갈 접경지대다 보니, 1년에 1회 두 나라 관계자가 만나서 재선충 방제에 관한 논의를 갖는다”며 “철저한 예찰을 통해 고사목과 감염목을 신속히 발견해 제거함으로써 재선충 재발 요건을 없애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글·사진= 김유경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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