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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3일 (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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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정산 바람 되어- 김정자

  • 기사입력 : 2015-10-2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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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 그림자처럼 서늘히 생명의 통증을 가셔주던

    오욕의 인생 천사의 삶이라 보듬어 주던

    그대 지금 어디서 살고 있나요

    금정산 꼭대기 바람 되어

    해와 달 노래하며 떠돌고 있나요

    들녘은 소리 없이 저무는데

    ‘무지개 저 너머’ 세상 그리워

    서둘러 먼길 떠난 맑은 혼이여

    새록새록 보고 싶은 눈물 도는 하늘가여

    ☞ 벽돌로 반듯하게 지은 집에 살다 보면 집이 늙는다는 사실을 잊는다. 벽돌 속에는 시간의 흐름이 들어오지 않기 때문이다. 들어온다 하더라도 매우 더디게 들어온다. 두문불출하고 벽돌집 속에서 평생을 사는 사람은 어쩌면 집이 불멸이라는 환상에 빠질 것이다.

    흙집은 다르다. 손보는 일을 조금만 소홀히 해도 집은 금방 낡아 버린다. 게다가 계절과 얼굴을 맞대고 지내다 보니, 연록을 몰고 왔다 가을 소국으로 흘러가는 시간이 피부에 소름을 돋게 한다. 몸은 분명 흙으로 지은 집이다. 활자와 영상들은 이 흙집을 벽돌집으로 만들었고, 사람들은 몸을 숭배하며, 몸을 위해 기도한다.

    하지만 이것은 분명 환상일 뿐이다. 무지개 너머 세상 그리워 서둘러 떠난 혼이 말한다. 몸은 그냥 흙집일 뿐이라고. 그러나 그 흙집에 담았던 사랑, 생명의 통증을 가시게 하던 그 사랑, 맑은 가을 하늘 돌아오면 눈물 돌게 하는 그 사랑…. 이중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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