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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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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국정교과서! 이런 문제들도 있다- 정정헌(마산대 외래교수)

  • 기사입력 : 2015-11-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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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온 나라가 교과서 국정화 논란에 휩싸여 시끌벅적하다. 교과서는 여느 국가에서나 국가가 추구하고자 하는 교육관이나 시대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지금껏 우리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나라에서 교과서가 처음 등장한 것은 근대적 교육제도를 수용한 갑오경장 때부터로 1895년 고종이 교육입국조서를 발표하고 지·덕·체의 조화로운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을 중시한 데서 출발했다. 그 이전 시기는 유교적 도덕관을 구현하기 위한 교육사조로 현재와 같은 교과서의 개념에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천자문, 사략, 통감절요, 사서삼경과 같은 유교 경전자료들이 교과서 구실을 했던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강점기에는 일본의 식민지화 교육정책이 교과서에 직접적으로 반영됐으며, 해방 이후 정부 수립 이전까지는 미군정이 실시돼 민주주의 교육 사조가 교과서 편찬과 사용면에서 일대 혁신을 이루기도 했다. 정부 수립 이후에야 비로소 현대 교육사조에 따른 교육제도가 확립됨으로써 현재와 유사한 교과서가 도입됐다.

    그러나 필자는 작금에 벌어지고 있는 교과서 문제와는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려고 한다. 기술한 내용을 수정하는 소프트웨어의 문제가 아니라, 교과서로서의 수용에 대한 하드웨어의 측면에서 문제를 제기하고자 하는 것이다. 다름 아닌 몇 차례의 교과서 개정과 수정 작업에서 번번이 뒷전으로 밀려난 한민족의 정체성에 대한 교육 여부의 문제이다. 이는 다른 민족과 우리 민족을 구별 짓는 중요한 준거임에도 전혀 교육의 대상이 되지 않았다. 정체성은 물론 국가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 국가가 처한 종교, 역사, 언어, 이념, 문화 등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행 교과서는 언어와 역사는 교육하지만 문화부분은 교육하지 않는다. 이와 같이 문화교육을 논외로 한 이유는 굳이 교육할 필요성을 깨닫지 못했거나, 우리가 당면했던 일제강점기와 미군정기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문화 전통을 경시한 데서 찾을 수 있다. 여기에 더해 학문·학자 간의 밥그릇 싸움 때문이었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진다.

    문화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다양하다. 우리의 경우 음양오행, 절기, 십간십이지와 같은 삶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요소들은 물론 복식, 음식, 주거, 세시풍속, 일생의례까지 포함할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하나같이 과거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민족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부분들이며 우리 민족을 이해하는 요인들이다. 이를 두고 혹자는 전통적인 교육관으로의 회귀라고 부정적으로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족의 정체성 문제보다 더 우선해 교육할 것이 무엇이 있겠는가? 그렇기 때문에 이는 국가가 앞장서서 국민들에게 교육할 당위가 있다. 우리 민족이 처한 특수한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해방 이후 지금까지도 교과서에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온전히 국가의 책임이다. 민족과 국민으로 봐서는 불행인 것이다.

    현재의 교과내용과 같이 교과서는 민주시민으로서의 자질함양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흔히 “문화가 국가의 힘이며 미래다.” 혹은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가진 문화국가이며 문화대국”이라고까지 말한다. 문화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말들이지만 정작 교육현장에서는 이를 교육하지 않는 모순의 시대를 살고 있다. 교육하지 않으면 그 중요성을 알 수 없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세계상황 속에서, 가치관의 혼란을 겪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면서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은 문화와 현재에도 이어지고 있는 가치관에 대한 교육이다. 온고지신을 통해 현대 교육이 내세우는 창조적인 사고도 생길 수 있다.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인문학이 죽어가고 소양교육이 부족하다는 것도 현대 산업사회의 구조적인 면과 무관하지 않겠지만 결국 이런 문화교육의 방기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정정헌 (마산대 외래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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