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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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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6) 포폄여탈(褒貶與奪)- 기리는 것과 깎아내리는 것, 인정하는 것과 부정하는 것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5-11-0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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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대한 기록을 모은 것이 아니고, 사관(史觀)에 따라 의미 부여를 하여 편찬한 것이다. 거기에는 칭찬과 비판을 통해서 교훈을 얻는 것이다. 그래서 역사를 ‘거울’이라고 하고 많은 역사책의 명칭에 거울 ‘감(鑑)’자가 들어가는 것이다.

    공자(孔子)가 수정보완했다는 춘추(春秋)가, 가장 공정하게 기릴 것은 기리고, 깎아내릴 것은 깎아내리고,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부정할 것은 부정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그래서 공정하게 사실대로 바로 기술하는 방법을 춘추필법(春秋筆法)이라고 해 오고 있다.

    후세에 와서도 역사가들이 역사를 바로 서술하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했고, 바르게 서술하려다가 희생된 사람들도 많았다. 그러나 절대권력을 가진 전제군주에게 대항하기는 사실 어려웠으므로, 당대의 역사는 집권자의 편에 서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역대로 당대의 역사는 편찬하지 않는 것이 관례가 되어 있다. 다만 사료(史料)만 정리해 두고, 다음 왕조에서 역사를 서술하는 것이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하나의 관례였다.

    조선 숙종 때 문인 학자 홍만종(洪萬宗)이라는 사람이 ‘조선의 역사를 편찬했다’는 죄목으로 평생 과거 응시도 금지당한 채 금고당했다. 그러나 이런 방식도 문제인 것이, 이런 식으로 하면 미국 같은 나라는 아예 역사를 편찬하지도 못할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너무 현재와 가까운 시대나 현재 정치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사람들과 영향이 있는 역사는 편찬해서 교육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검인정교과서가 옳으냐 국정교과서가 옳으냐를 두고 공방이 한창이다. 그 문제의 근원은 1945년 이후의 최근의 역사서술 때문이다. 당장 현정권에 영향이 있기 때문이다.

    100% 검인정이 옳고 국정이 틀렸다는 말은 되지 않는다. 검인정은 검인정대로 좋은 점이 있고, 국정은 국정대로 좋은 점이 있다. 검인정 교과서제도로 허용했을 때, 너무 지나치지 않았으면 국정을 주장하고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교육부 주도로 국정교과서로 편찬해서 교육한다고 하지만, 현 집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이 바뀌면 그 교과서를 그냥 두겠는가? 또다시 문제를 삼아 교과서를 바꾸려고 들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이러면 대한민국은 국사교과서 때문에 영영 편안할 날이 없을 것이다.

    지금은 교과서 내용보다는 세력 싸움을 하고 있다. 국정교과서를 반대하는 사람들을 무조건 ‘좌파 지식인’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지하는 사람들을 반대편에서는 ‘친일, 독재자의 후예’로 몰아가고 있다. 이런 식으로 가면 대한민국의 지식인 사회는 양분되지 않을 수 없다. 이러고서도 ‘역사교육 정상화’를 할 수 있겠는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올바른 후세를 키우기 위한 교과서는 필요한데, 지금 이런 식으로 해서는 올바른 교과서가 나오기 어렵다.

    국정교과서라고 무조건 나쁘다고 하는 것이 아니고, 정권의 입김이 들어갈 우려가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다. 과거에도 국정교과서 시절에 정권의 입맛에 맞게 기술된 게 사실이었다.

    어떻게 할 것인가? 1945년 이후의 사실은 역사과목에서 가르치지 말고 그 사회 교과서에 넣어 사실만 가르치도록 해야 한다.

    *褒 : 기릴 포. *貶 : 깎아내릴 폄.

    *與 : 줄 여. *奪 : 빼앗을 탈.

    경상대 한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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