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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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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사람이 사는 마을에서 축사를 옮겨라- 명형대(문학평론가)

  • 기사입력 : 2015-11-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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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공간적 존재이다. 인간 존재, 즉 사람이 살아 있음은 공간으로 표현된다. 특히 주거공간은 사람이 그 속에 깃들어 안주하는 곳으로 휴식과 안온함과 행복을 느끼는 곳이다. 몸에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쾌적하고 그 속에 안기어 있다는 느낌을 주는 집, 그래서 이 주거 마련은 모든 사람의 염원이기도 하다.

    사람들은 더 넓고 쾌적한 주거공간을 고르고 집을 짓고 정원을 꾸민다.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몸으로 인식한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으로써 주거의 조건들을 몸으로 받아들여 인식한다. 주거공간의 시각적 주거환경은 경관(景觀)이나 양적 크기가 중심이 되고 청각이나 후각 미각은 공간의 내면을 이루는 삶의 깊이를 인식케 한다.

    나날이 증가하는 인구는 우리가 원하는 주거 조건을 어렵게 만든다. 도회가 포화 상태가 되면서 변방이었던 주거지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마산, 창원, 진해가 경계를 더 넓히고 모두들 이에 맞추어 삶의 질을 높이는 공간의 조건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용원이 그렇고 장유, 북면, 현동, 진동이 그렇다. 대규모의 주거지는 주로 경관을 중심으로 관이 주도해 행정적으로 진행한다. 때로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행정기관을 옮기거나 공업단지를 조성하거나 대규모의 상업지를 허가하지만 이들 대부분이 주거에 대한 일차적으로는 공간 영역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새로운 주거는 단순한 인구의 이동을 뜻하는 이주(移住) 이전에 사람이 그곳에서 살아갈 참다운 삶이 이뤄지는 것이어야 한다. 몸에 맞는 새 옷은 시각적인 아름다움, 경관만으로 결코 행복한 삶의 조건을 만들어 내지 못한다. 그런데 새로운 집단 주거지는 대부분 이미 형성되어 있던 취락이어서 새 옷의 질감이나 향기나 쾌적함을 함께 만족시키기란 매우 어렵다. 최근 진동(진전, 진북)에서는 도시화가 진행되기 오래전에 이미 있어 왔던 축사(畜舍)의 악취 문제가 이슈로 떠올라 거리에는 축사 이전을 외치는 현수막이 나붙고 주민들 사이에 갈등과 논란이 분분하다. 날씨가 흐리거나 축사가 있는 산 쪽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때면 온 진동이 악취로 가득 진동한다. 또 밤이거나 비가 오는 날이면 냄새는 더하다.

    축사의 취약한 악취방지시설뿐 아니라 이에 대한 진동, 진전, 진북면과 합포구청, 창원시청, 경남도에서 축사의 악취방지에 대한 지속적인 지도와 감시가 미약했기 때문이다. 근원적으로는 진동의 대단지 아파트 조성이 이러한 조건들을 받아들이면서 이뤄졌고 주민들도 쾌적한 삶에 대한 욕망을 접고 이를 수용하면서 입주하여 십여 년을 코를 막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옛날 적은 수의 공동체에서는 주민들이 서로 인척간이거나, 안면에 부시어서 그냥 살다 보니 악취에 익숙해지고 그것이 습관화되어 살아왔지만, 이제 날로 늘어난 전입자들은 그들의 뒷덜미에서 풍겨대는 악취를 더는 견디기 힘들게 된 것이다.

    축사를 운영하는 주인의 입장에서는 옛날부터 이미 자리하고 있는 자신의 소유 축사를 옮기기가 어렵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마당에 축사의 악취방지시설을 강화하고 더 이상 이웃에 피해를 끼치지 않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 아니겠는가.

    주민들도 개인의 내부 주거공간에만 안착할 것이 아니라 항상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외부공간에 대한 관심과 방어와 위험을 극복하기 위해 축사 운영주와 행정관서와의 사이에서 이를 적극적으로 조율해야 할 것이다. 관할 행정관서에서는 축사 악취방지시설 설치나 이전을 위한 방향을 제시하고 모색함으로써 이를 해결하도록 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주민들은 모임을 만들고 새로운 삶을 위해, 주변 환경 관찰로 이를 기록, 조사함으로써 냄새뿐만 아니라 우리의 주거 외부에서 일어나는 모든 위험으로부터 우리의 삶을 쾌적한 행복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길러야 할 것이다.

    명형대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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