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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0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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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幼年 - 김바다

  • 기사입력 : 2015-11-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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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하는 사람이 청동 어깨를 빌려주었다

    뺨을 기대고 같이 텅 빈 운동장을 내려다보면

    담 너머 세병관洗兵館이 보였다



    아무도 몰래

    세병관洗兵館 흙바닥을 파보고 싶었다

    거대한 창과 칼이 묻혀 있다고 들었기에



    유년幼年의 한낮

    매미처럼 브론즈에 붙어

    챙챙 쇠붙이 소리를 들었다



    귓바퀴를 감으며 쏟아지는 비와 모래를

    어둠 속에 파묻었다

    ☞ 소녀! 환한 꽃을 머리에 꽂고, 윤기 흐르는 초원에 앉아 있는 이 푸른 낱말은 내 가슴을 데리고 옹달샘으로 걸어간다. 이 낱말은 공기처럼 가볍다. 하얀 손에 들려 있는 솜사탕은 둥실 떠올라 흰 구름이 되기도 하고, 구슬처럼 굴러 나온 웃음은 집 전체를 중력으로부터 해방시켜 샤갈이 꿈꾸던 풍경으로 만든다.

    그런데 여기 로댕의 ‘생각하는 사람’의 청동 어깨에 홀로 기대어 있는 소녀가 있다. 서늘한 브론즈에 매미처럼 오래 붙어 있으면, 천진한 유년이 누려야 할 찬란한 햇빛 모두 사라진다. 한 덩어리 묵직한 청동의 어둠이 소녀의 마음에 심연으로 고인다. 이 캄캄한 심연 속으로 비와 모래가 쏟아진다.

    이 소녀, 벌써 생을 앓고 있다. 나이 들어 마음 질겨지면 스스로 무심해질 슬프고 공허한 것을 연록의 가슴으로 앓고 있다. 이중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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