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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포럼] 세종대왕의 한글정신에서 찾는 교훈과 지혜- 이배용(한국학중앙연구원장)

  • 기사입력 : 2015-11-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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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현배 선생이 작사한 한글날 기념절 노래 가사를 보면 제1절은 문화의 터전, 2절은 민주의 근본, 3절은 생활의 무기라고 한글의 정신을 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다. 나아가 이 글로 나라의 힘을 기르자고 마무리한다.

    한글은 세종대왕의 위대한 창제물이다. 그 힘으로 우리나라가 교육강국 시대를 열었고 한류시대도, IT시대도 열 수 있었다. 인류 최고의 8000개 발음을 표기할 수 있는 읽기 쉽고 배우기 쉬운 과학적이고 창의적인 문자로서 자랑도 있지만 더 큰 의미는 세종의 따뜻한 인간애에 있다. 길을 잃은 아이도 눈에 보여 부모를 찾을 때까지 관에서 잘 보호하라는 세심한 배려, 1426년 아이를 출산한 여종에게 산후 100일의 휴가를 내리라고 당부하는 약자에 대한 연민, 이후 노비 출산휴가는 1430년에는 산전 휴가 한 달이 더 추가되더니 1434년에 아내를 돌보던 남편에게도 산후 휴가 한 달을 주어 부부합산 160일의 산전산후 휴가가 내려졌다. 동서고금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는 시대를 뛰어넘는 복지정책은 세종대왕의 따뜻한 가슴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종은 우리 것을 존중하는 깊은 바탕에서 독창성과 자긍심을 갖추는 일에도 주력했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고, 비록 중국에서 발생한 유교를 도덕국가를 만들기 위해서 국시로 정했지만 세종은 부단히 우리 것 찾기 운동에 심혈을 기울였다. 의학서인 ‘향약집성방’, 농법서인 ‘농사직설’, 우리 음악으로 구성한 ‘종묘제례악’, ‘용비어천가’ 등 우리 문화의 독자적 영역을 넓혔다. 가장 큰 민족적 성과가 한글창제로 이어진 것이다.

    세종은 역사 속에서 얻은 혜안을 통해 즉위하자 집현전을 궁궐에 설치하고 인간으로서나 지도자로서 해야 할 일, 해서는 안 될 일에 대한 엄격한 도덕적 규범을 세움으로써 절제와 자정 능력을 스스로 키워나가는 사회 분위기를 만들었다. 왕조 초기 과거를 정리하고 미래의 비전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이어받아야 할 유산과 과감하게 변화해야 할 과제를 정확하게 진단함으로써 나라의 기반을 굳건하게 다졌다.

    세종의 한글창제는 말과 글이 다른 모순을 합리적으로 정리하려는 의지와, 더 소중한 것은 백성들과 소통하고 역지사지 배려의 뜻에서 비롯됐다. 아무리 좋은 정책을 베풀고 세제를 감면해주고 혜택을 주려해도 글을 몰라 지나쳐 버리고 어두운 세월을 사는 백성들에게 삶의 통로를 열어줘 희망과 용기를 준 것이 한글이었다. 억울한 일이 생겨도 글을 쓸 줄 몰라 호소할 길이 막혀 있는 백성들이 가엾고 안타까워 직접 자음·모음을 개발해 그들에게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게 광명을 찾아준 글이 한글이다.

    만일 세종의 한글창제가 없었다면 우리는 얼마나 부끄러운 민족이 되었겠는가! 어느 나라에 임금이 이러한 직접 창제한 글을 찾아볼 수 있는가? 이러한 의미에서 1446년 반포된 10월 9일 한글날은 우리 민족이 대대로 기려야 할 특별한 의미를 가진 날이다. 5월 15일을 스승의 날로 정한 것도 이날이 바로 한글을 창제하여 지식의 나눔을 통해 우리 민족에게 자존심을 찾아주고 밝은 길을 펼친 영원한 민족의 큰 스승 세종의 탄신일이기 때문이다.

    세종은 인간을 중심에 놓고 가치를 창조했으며 스스로 그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진정성을 가지고 노력했다. 세종은 따뜻한 인간애로부터 출발하여 합리적인 국가운영, 균형 잡힌 인재 등용, 포용과 조화, 화합의 리더십을 보여줬다. 이와 함께 세종은 역사의식에 기반을 둔 시대적 통찰력으로 고유하고 자주적인 민족문화의 정립을 위해 노력했으며 그 결과 한글창제라는 찬란한 업적을 남기고 문화부흥의 초석을 마련했다. 높은 이상과 넓은 가슴으로 민족과 미래를 품고 앞날을 열어간 세종의 리더십은 우리 후손들에게 역사교육을 통해 자긍심과 창의성을 가슴에 새겨주고 이어가야 할 위대한 교훈의 메시지다.

    이 배 용

    한국학중앙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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