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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기자] 김유경기자의 스페인·포르투갈 편 (5)

  • 기사입력 : 2015-11-06 14:5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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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제1편_방송인터넷부 김유경 기자/스페인·포르투갈 편
     
    (5)이베리아 반도에서의 일주일, 그 시시콜콜한 뒷 이야기

     
    '꽃보다 기자'라는 테마로 모두 4편의 글을 썼다. 첫회가 9월 말에 나갔으니, 개월수로 치자면 3개월이나 이어진 셈이다. 각 편마다 하나의 소재를 엄선했고, 일천한 견문으로나마 밋밋한 글에 맛깔스러움을 더해보려 노력했다.(그러나 많이 미흡했다는 거 안다. 인내하고 끝까지 읽어주신 독자 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하트뿅뿅.)
     
    사실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좀 더 남아있긴 하다.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 이베리아 반도 사람들의 축구사랑에 대해. 독재자로 악명 높았던 프랑크 총통과 살라자르 수상에 대해. 카스티야의 이사벨 공주와 아라곤의 페르난도 왕자, 그리고 이들이 출정시킨 무시무시한 스페인 무적함대에 대해. 그러나 이쯤에 그만 자판에서 손을 떼고 시리즈를 마치고자 한다. 나보다 훨씬 뛰어난 감각과 필력을 지닌 선후배 기자들이 써내려갈 또다른 여행기가 뒤를 든든하게 받쳐 줄 것이기에.
     
    스페인 역사도 잘 모르고 포르투갈어도 배워본 적도 없는 내가, 내 스스로에게 뭇 독자들을 만족시킬만한 일정 정도 이상의 깊이를 요구하는 건 무리였다. 이보다 더 나가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지껄여대는 거짓말쟁이가 될 거 같았다. (그렇다. 나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을 경계하는, 중도(中道)를 아는 기자다.) 아아! 가야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그 얼마나 아름다운가! (욕심만큼 글을 쓰자니 공부해야할 것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나는 회사에서 팔자 좋게 여행기만 쓰고 앉아 있을 사정이 못 된다. 맞다. 지금 난 독자들 앞에 무릎 꿇고 능력부족에 대해 고해성사 중이다.)
     
    마지막 편에 대해 나름대로 고민을 많이 했다. 무엇을, 어떻게 써야할지. 여러가지 생각들이 떠올랐지만 어느 것도 마음에 쏙 드는 게 없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 오는 어느 오후, 노트북에 저장된 취재사진을 한장 한장 정리하다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잡다한 사진들을 실어보는 건 어떨까. 그리고 간단하게 코멘트를 달아보면 어떨까. 내가 무엇을 보았고 그것을 통해 무엇을 느꼈고, 궁극에는 그것이 내게 어떤 의미로 다가왔는지에 대해.
     
    알랭 드 보통(Alain de Botton)의 '여행의 기술'에는 이런 문장이 나온다. '아름다움을 만나면 그것을 붙들고, 소유하고, 삶 속에서 거기에 무게를 부여하고 싶다는 강한 충동을 느끼게 된다. "왔노라, 보았노라, 의미가 있었노라"라고 외치고 싶어진다.' 나도 그러고 싶다. 갔고, 봤고,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됐으니까. 다만 그것을 나 혼자가 아닌 독자와 함께 외치고 싶을 뿐. (기레기니 뭐니 해도 어쨌든 난 기자니까. 훗.)
     
    때문에 이번 편에 싣는 사진과 이야기들은 사소하다 못해 시시콜콜하고 통일성이 없다 못해 무척 너저분해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 또한 부족하고 어줍잖은 시리즈를 열독해주신 많은 독자들께 큰 즐거움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마지막 바람이다. 그리 멀지않은 시일 내에 더 흥미진진하고 유익한 여행기를 쓸 수 있는 기회가 내게 벼락처럼 찾아오기를 바라며(부장님. 국장님. 제 글 읽고 계시죠? 해외취재 또 가고 싶어효…) 잠시나마 작별을 고하고자 한다.
     
    꽃보다 아름다운 '꽃보다 기자' 독자분들! chau!(헤어질 때 쓰는 스페인 말이다. 흔히 adios를 작별인사로 알고 있는데, adios는 다시 만날 확률이 적을 경우에 쓰는 말이라고 한다. 그래서 adios는 쓰고 싶지 않았다. 영영이별은 너무 슬픈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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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취재 첫날, 스페인 마드리드 솔 광장(Petra del Sol)에서 한 컷. 광장 분수 주변에는 사람들이 빙 둘러 앉아 나른한 오후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스페인은 낮잠 시간인 시에스타(Siesta)를 가지는 나라 중 하나다. 도착한 첫날, 밤 9시까지 해가 떠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었다. 스페인 사람들은 점심을 먹고 낮잠을 잔 뒤, 저녁에 밖으로 나와 유흥을 즐겼다.(퇴근하고 저녁밥을 먹었는데도 아직 해가 중천에 떠 있으니 얼마나 놀고 싶을까.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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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마요르 광장(Plaza Mayor)에 있던 마임 예술가. 처음엔 진짜 석고상인 줄 알았다. 온 몸에 토분 같은 것을 바르고 햇살 아래서 꼼짝없이 앉아 있는 고행을 이어가고 있었다. 가이드에 의하면 마드리드에는 이러한 마임 예술가들이 많고, 이를 통해 생계를 잇는다고 했다. 가이드는 다른 나라 사람들은 사진을 찍은 후 적은 돈이라도 놓고 가는데, 한국사람들은 사진만 찍고 재빨리 자리를 떠버린다며 에티켓이 없다고 쓴소리를 했다.(그 말 듣고 지갑을 뒤져 5유로를 꺼내 이 분 앞에 고이 모셔두고 왔다. 부자 되시라고 덕담까지 했다.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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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마드리드 거리에서 마주친 레알 마드리드(Real Madrid) 멀티샵. 각종 레알 마드리드 용품을 파는 가게가 몇 있긴 했지만 공식 판매처는 이 곳 한 곳 뿐이라고 했다. 여성용 유니폼도 있었는데, 마음에 들어 한벌 사고 싶었다.(그런데 입이 쩍 벌어지도록 비쌌다. 그래도, 이왕이면, 호날두 오라버니 이름 박힌 걸로 하나 갖고 싶다는 생각에 하염없이 옷감을 만지작거렸으나, 나이 서른 넘은 여자가 축구 유니폼 입고 어딜 돌아다니겠나 싶어 정신차리고 돌아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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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뚫고 둘러본 스페인-포르투갈 국경지대. 스페인과 포르투갈은 겨우 산 하나를 국가간 경계선으로 두고 얼굴을 맞대고 있었다. 스페인이 60년 동안 포르투갈을 지배했던 어두웠던 역사 때문에 두 나라 사이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처럼 앙금이 남아있다고 했다.(한일전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스페인과 포르투갈 간 에이매치는 두 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빅이슈라고 했다.) 사진 속 두 사람은 스페인 농림부 산림국 제랄도 산체스 페나(Gerardo Sanchez Pena) 씨와 과달루페 에스파라고 로딜라(Guadalupe Esparrago Rodilla) 씨. 야산에서 고생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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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페인 국경지대로 이동하면서 찍은 스페인의 고속도로 휴게소 풍경. 스페인 교통법은 운전자가 고속도로에서 차량을 운행할 시 1회에 30분 이상 무조건 휴식을 취하도록 강제하고 있었다. 때문에 한번 휴게소에 들어가면 무조건 30분을 쉬어야 했다. 커피 등 간단한 식음료를 팔고 주유소가 있는 퇴락한 느낌의 휴게소가 많았다. 또 비교적 오래 쉬다보니 당구대 같은 오락시설도 있었다. (사진을 찍고 있는 내 뒤편으로 과음으로 인한 숙취를 해소하기 위해 컵라면을 먹고 있는 기자들이 있었다. 휴게소 전체에 라면냄새가 진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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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 술 이야기가 나왔으니 한 컷 올려본다. 매일 술을 마셨다. 전국 일간지 기자들이 모이다보니 참이슬, 잎새주, 처음처럼, 한라산, 시원, 쏘달 등등 전국구 소주들이 다 튀어나왔다.(해외 공동취재를 나갈 때 각 지역 소주를 가져오는 것은 기자들 사이에서 일종의 관례이자 전통이다. 나는 좋은데이 블루베리 맛과 석류 맛을 몇 병 가져갔다.) 각 지역 소주에 스페인, 포르투갈 맥주를 섞어 먹었다. (나는 일주일 중 3일 정도 술을 먹었고 나머지 4일은 완전히 지쳐 뻗어버렸다. 다들 어찌 그리 말술인지. 오빠야들, 천상 기자 맞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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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 이야기가 나왔으니 담배 이야기가 안 나올 수가 없다. 커피향이 첨가된 시가. 포르투갈 리스본 길거리의 한 담배가게에서 사봤다. 기사 쓰다가 막힐 때 한번 피워 보려고 샀다…고 하면 혼삿길 막히려나? 사실 이건 애연가이신 우리 부장님 선물로 산 거다. 흡연실 들어갔다 나오신 부장님, 담배 맛이 좋다고 엄치를 치켜 세우셨다. (부장님! 저 유럽 또 보내주시면 한 보루 사올게요. 다른 맛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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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식 이름을 모르겠다. 한국에서 기자단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포르투갈 코임브라 지역사회가 들썩였나 보다. 코임브라 산림협회에서 우리를 초청해 거나한 점심을 샀다. 엄청나게 많은 요리들이 나왔는데, 그 중 하나다. 긴 철제꼬치에 새우와 치즈에 감은 베이컨이 구워져 나왔다. 사진엔 담지 못했는데 철판에는 훈제한 돼지 등심과 닭고기도 나왔다. (맛이 어땠냐고? 당연 맛있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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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부(大夫)의 풍모를 풍기는 저 배 나온 포르투갈 남자가 바스코 다 캄포스(Vasco de Campos) 산림협회장. 그는 코임브라 지역 산주(山主)들의 모임을 이끄는 유지 중의 유지였다. 우리를 위해 만찬을 준비하고, 취재차량이나 인력 등을 아낌없이 지원했다. 일정이 빡빡해 어서 이동해야 하는데 그는 '더 있다가 가라'며 그 넉넉한 품으로 우리를 유혹했다.(하도 붙잡아 포르투갈에 아예 눌러앉아야 할 분위기였다.) 얼마나 카리스마 넘치는 남자였는지, 그가 와인 잔을 들고 일어나 건배사를 시작하자 식당 전체가 쥐죽은 듯 조용해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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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청받은 이야기를 하자면 이 분을 빼놓을 수가 없다. 주포르투갈 대한민국 대사 이윤 대사님. 기자단이 리스본에 오는 것을 아시고 대사관 근처 중국식당에 만찬을 준비하셨다. 내가 창원에서 왔다고 하자, 포르투갈에서도 K-POP 열풍이 대단하다고, 창원에서 열리는 'K-POP 월드 페스티벌'에 참가할 포르투갈 팀 심사를 했었다며 반가워했다. (그저 그런 평범한 관료라고 생각했는데 굉장히 인자하고 재치있는 분이셨다. 대사님. 그날 만찬 감사했어요! 또 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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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사관에서 마련한 만찬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 쇼핑몰 전광판에서 라파엘 나달(Rafael Nadal)을 만났다. 그는 토미 힐피거 속옷 광고를 하고 있었다. 테니스 채 잡고 있는 것도 섹시하지만 벗겨 놓으니 이루 말할 수 없이 수려했다.(딱 그 차림으로 한달만 같이 살자하고 싶었으나… 음… 여기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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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라시아 대륙의 최서단 로카 곶(Cabo da Roca)에서 한 컷. 넘실대는 대서양 바다를 핸디캠으로 찍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뒤에서 나를 불렀다. 뒤돌아본 순간 찍힌 것 같다. 전혀 꾸미지 않은 즉흥적인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 실어본다.(표정이 왜 저렇게 불만스러운지 모르겠네요. 죄송합니다, 독자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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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취재를 마치고 찍은 마지막 단체 사진. 포르투갈 국립농축산조사연구소 앞이다. 이 사진을 찍고 점심을 먹고 바로 공항으로 이동했다. 출국할 땐 파리를 경유했는데, 입국할 땐 암스테르담을 경유해 인천으로 돌아왔다. 그렇게 이베리아 반도에서의 일주일이 막을 내렸다. 다음을 기약하며 chau.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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