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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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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기획취재] 경남에 독립·예술영화를! (4) 지역의 독립영화관- 대구 오오극장

시민에 의한, 시민을 위한, 시민의 극장

  • 기사입력 : 2015-11-2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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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월, 대구에는 작은 ‘사건’ 하나가 일어났다. 지역에서는 처음으로, 시민들의 모금으로 만든 첫 독립영화전용관이 문을 열었기 때문이다. 예술영화전용관도 아닌, 독립영화를 주로 상영하는 영화관은 전국에서도 주목했다.

    개관 기획전에 찾은 후로부터 8개월 뒤, 다시 오오극장을 찾았다. 커뮤니티 카페인 삼삼다방의 공간이 넓어진 외형적인 모습에서부터, 운영 조직까지 변화가 있었다.

    우리지역에 첫 예술영화전용관이 개관을 앞두고 있는 이때, 먼저 민간의 힘으로 독립영화전용관으로 지역민들에게 다가서고 있는 오오극장을 살펴봤다. 이름만큼이나 하나부터 열까지 좋은, 지역민을 위한 극장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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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8월 오오극장에서 열린 대구단편영화제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하고 있다.

    ▲지역 최초 독립영화전용관

    오오극장은 지난 2월 11일에 개관했다.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와 대구민예총, 미디어 핀다가 2012년부터 계획해 온 것으로 2013년 11월 대구독립영화전용관 설립추진모임이 결성됐고, 2014년 본격적으로 추진해 1년여 만에 개관했다. 오오극장의 이름은 오오극장의 좌석수에서 비롯됐다. 안락한 55석으로 된 상영관이 오오극장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좋은’ 영화관으로 1부터 10을 더한 의미도 함께 담고 있다. 입구에 들어서면 보이는 커뮤니티 카페·매표·갤러리 공간인 삼삼(33)다방과 ‘삼삼오오’ 짝을 이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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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극장 입구에 있는 커뮤니티 카페 삼삼다방. 매표소 겸 관객들의 휴식 공간인 곳. 지난 10월 이 공간을 넓히는 리모델링 작업을 했다.


    하루에 보통 5회 상영을 하고 있는 이곳은 일주일에 4~5편의 영화를 상영하는데 멀티플랙스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독립영화, 예술영화들이 내걸린다. 지난 주말에는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와, ‘택시’, ‘해에게서 소년에게’, ‘아스타 라 비스타’ 등이 상영됐다. 도내에서는 상영관이 한 곳도 없는 영화들이다. 기획전 등을 통해 예술영화도 상영하고 있지만 국내 독립영화에 대한 비중을 더 두고 있다. 어떤 영화는 20번을 틀었는데, 관객이 모두 17명이 든 적도 있다. 그래도 시의성이 있고 상영을 해야 하는 영화라면 꼭 소개하고, 상영 기회와 관람 기회를 보장한다.

    이런 노력 덕에 관객들로부터 특정한 영화를 보고 싶다는 문의도 들어오고, 독립예술영화전용관 개관을 시도하는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오기도 한다.

    ▲지역영화관의 운영

    오오극장은 처음부터 ‘자생력’을 목표로 했다. 시민들로부터 설립 후원을 받아 개관한 이곳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예술영화전용관 지원사업 기금을 받지 않더라도 운영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해왔다. 좌석수를 소규모인 55석으로 한정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 결과 개관 9개월에 다다르고 있는 지금까지 적자를 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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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극장 입구에 상영 예정인 영화 포스터가 걸려 있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티켓 수익과 대관료, 카페 수익으로 꾸려간다. 인건비를 줄이며 최소한의 비용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여전히 재정적으로 빠듯하다.

    지난 9월에는 운영조직을 변경했다. 지역의 영화공동체를 꾸리려던 처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다. 영화관을 설립했던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대구민예총, 미디어 핀다에서 신설법인인 대구경북영화영상협동조합으로 운영주체를 이관했다.

    김창완 프로그래머는 “처음부터 관객과 지역사회 모두가 운영주체로 참여할 수 있는 협동조합 형태로 영화관 조직을 만들기로 계획돼 있었으나, 영화관 설립이 너무 급박하게 진행되면서 얼마 전 협동조합으로 태어났다”며 “지금은 일단 13명의 조합원들로 구성돼 있지만 홍보를 통해 더 많은 조합원들을 모을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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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5석으로 이뤄진 오오극장에서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있다.


    다양한 지역 공동체들과 함께 상영프로그램을 만들고, 시민들의 제작물을 상영하는 등 지역 중심의 영화관이라는 모토와 마을기업이 잘 어울리는 덕분에, 9월에는 마을기업에도 선정됐다. 다른 마을기업들과 함께 성내2동 복지희망만들기 가운데 하나로 영화 5편을 보면 한 편을 무료관람하는 쿠폰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영화관이 만든 변화

    극장이라는 공간은 지역을 변화시켰다. 가장 큰 변화는 영화제다. 오오극장에서는 다채로운 영화제가 줄줄이 이어졌다. 영화제를 진행할 수 있는 적절한 인프라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영화로 보는 통일 한반도를 주제로 열리는 ‘통통 영화제’, 대구 여성 영화제, 대구 단편 영화제 등 지역민들이 선택할 수 있는 영화제가 이어지면서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그동안 카페나 강당에서 진행했던 영화모임도 극장으로 옮겨왔으며 대관도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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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극장 입구에 한반도 통일을 다룬 영화를 상영하는 통통영화제 홍보물이 있다. 지역극장이 생기고 다양한 영화제들이 활발히 생겨났다.


    또한 오오극장과 지역 예술가·문화공간·상권과의 연대가 생겨났다. 대구에서 자립문화예술공간을 운영하는 다섯 단체(오오극장, 클럽헤비, 소셜마켓, 더폴락, 내마음은 콩밭)는 무가지 ‘1/N 각출 롤링페이퍼-구르는 종이’를 만들어 배포하면서 지역에서 일어나는 단체들의 이야기와 문화 공연·전시 소식을 알리고 있다. 여기서 오오극장의 기획전이나, 공지사항도 실린다. 시민들은 이 무가지를 통해 문화공간에 대해 이해하고, 소식을 접하고, 문화예술공간을 운영하는 단체끼리는 연대감을 키우고, 교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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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극장의 온라인 플랫폼 ‘팝업시네마’ 사이트.


    ▲오오극장의 바람

    오오극장은 지난 10월 1일부터 25일까지 약 한 달간 삼삼다방의 확장과 장애인화장실, 경사로 확보 등의 공사 진행을 위해 휴관했다. 동시에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사무실을 3층으로 이전하고 3층에는 강의실과 레지던시 공간을 만들었다. 영화를 상영하는 공간뿐 아니라 영화를 제작하고, 가르치고, 배우는 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다. 대구경북영상위원회가 사라지고, 대구영상미디어센터가 방송작업을 위주로 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화인들에게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독립영화 창작레지던시 프로젝트 ‘3인용’은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시나리오 기획개발, 프리 프로덕션, 포스트 프로덕션 작업 중에 있는 독립영화인에 책상과 무선인터넷, 프린터, 회의실 등 작업환경을 월 관리비 7만원에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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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오극장 매표소에 영화 팸플릿과 무가지 등이 비치돼 있다.


    프로그램도 좀 더 차별화하고 싶은 것이 오오극장의 꿈이다.

    김창완 프로그래머는 “독립예술영화전용관끼리도 상영영화가 겹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오오극장의 차별성을 갖기 위해 개봉하지 않은 외국의 좋은 독립영화 등을 가져와 지역민에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면서도 “큰 비용이 한꺼번에 들어 쉽게 진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슬기 기자 good@knnews.co.kr



    공동체 상영을 위한 공정영화협동조합 -모두를 위한 극장

    시민에 다양한 영화, 제작자엔 수익 제공

    영국의 ‘시네마 포 올’처럼, 국내에서도 공동체 상영을 돕는 단체가 있다. 모두에 ‘某(아무개 모)’자를 쓰는 ‘모두를 위한 극장’은, 누구나 영화를 틀 수 있고 볼 수 있다는 생각을 갖고, 2013년 5월부터 활동한 공정영화협동조합이다. 대기업이 독점적으로, 수직적으로 스크린을 장악한 한국영화산업의 불공정, 불균형을 공동체 상영 등 대안적인 영화유통방식으로 깨트리기 위해 주기적으로 영화관이 없는 지역에 영화상영회를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에게는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영화제작자에게는 적게나마 수익을 줄 수 있는 대안을 찾는 것이다.

    지난 9월에는 모극장이 자랑하는 온라인 플랫폼 ‘팝업시네마(popupcinema.kr)’를 열었다. 영화 배급사와 시민을 이어주는 매개 플랫폼이다. 영화 공동체 상영을 하고 싶어도 시민들에게는 영화배급사의 연락처를 알아내는 것도 어려운 일인 만큼, 팝업시네마는 그 중간 다리를 놓아 시민들이 공동체 상영에 좀 더 가까이 느끼도록 했다. 시민들이 자체적으로 영화를 구성해, 영화제를 만드는 일도 기대하고 있다.

    모두를 위한 극장 공동체·미디어 교육 담당 김재형(28) 씨는 “현재 베타서비스 단계로 영화 100편 정도가 올라가 있는데, 소비자가 영화를 담고 관람인원을 설정한 뒤 결제하면, 저희가 배급사와 가격을 협상해 파일을 보내드리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며 “마치 쇼핑몰처럼 손쉽게 공동체 상영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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