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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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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줄임말 ‘ㄱㅊ’- 이창섭(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 기사입력 : 2015-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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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일상생활에서 줄임말을 어느 정도 사용하고 있는지 부쩍 많이 생각하게 한다. 회상해보니 요즘에만 줄임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대학생 시절, 우리는 학생증을 ‘쯩’이라고 줄여 말했다. 학교 정문에 서 있던 전경(이것도 ‘전투경찰’의 줄임말)들이 학내 집회에 타교생들의 진입을 막기 위해 학생증 검사를 했는데 그때 ‘학생증 내놓으라’는 긴 말 대신에 그냥 ‘쯩’이라고 하면 통용이 됐다.

    요즘 ‘직관’이라는 줄임말이 유행이다. 스포츠경기를 TV가 아닌 경기장을 찾아 직접 관전한다는 ‘직접 관전’의 줄임말이다. 야구광인 어느 기자가 만나기만 하면 쓰는 말인데 처음엔 어느 팀이 이길지 직관으로 맞출 때 쓰는 말인지 알았다. 비슷한 경우가 또 있다. 바로 ‘솔까’라는 줄임말이다. ‘옷이 솔다’라는 표현인 줄 알았는데 ‘솔까’는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라는 뜻이다.

    학생들이 쓰는 줄임말은 기성세대가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다. 앞에서 이야기한 사례처럼 글자를 압축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 단어를 대표하는 자음 한두 개로 의사소통하는 경우도 많다. 어느 선배의 형수님이 아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다 보면 두 글자 답문이 자주 온다고 한다. 그 중에 ‘ㅇㅇ’과 ‘ㄴㄴ’은 긍정의 답인 ‘응응’과 부정의 의미인 ‘노노(No, No)’인 줄을 알겠는데 ‘ㄱㅊ’은 도저히 알 길이 없어 우리 부부에게 물어보았지만 우리라고 알 길이 있을까. 아들에게 물어보니 ‘괜찮다’란 말의 앞에 두 자음인 ‘ㄱㅊ’이라고 답을 해주었다.

    메신저를 통한 소통이 많은 요즘, 줄임말 사용은 ‘경제적’이다. 허나 기성세대들이 모르는 줄임말을 너무 많이 사용해 부모 세대와의 소통이 어려워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다.

    어느덧 ‘꼰대’가 된 것은 아닌지 걱정하면서도 자녀세대가 줄임말 사용을 조금만 줄여준다면 소통이 더 원활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자녀분들께서 오늘 저녁엔 평소보다 조금 더 길고 따뜻한 메시지를 부모님에게 보내 보면 어떨까.

    이창섭 (중소기업진흥공단 홍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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