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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괴물과 싸우는 테러방지법- 김창윤(경남대 경찰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5-11-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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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악의 테러리즘 중 하나로 기록될 2015년 11월 13일 ‘파리테러’의 후폭풍으로 국내에서는 테러방지법 제정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001년 미국 9·11 테러의 여파로 현재의 테러방지법과 비슷한 내용의 법안 제정을 2001년에는 김대중 정부가, 2003년에는 노무현 정부가 추진했으나 시민단체와 당시 여당과 야당인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의 일부 의원들이 반대해 실패했다.

    2008년 ‘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이라는 이름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다시 발의됐지만 실패한 후 지금까지 국회에서 계속 계류 중이다. 14년째 국회에서 동면에 들어가 있다.

    주된 내용은 첫째, 국가정보원이 테러 대응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 둘째, 테러 용의자에 대한 감청을 실시한다. 셋째, 테러용 금융거래를 차단한다. 마지막으로 사이버테러 대응태세를 강화하는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것이다. 국정원 산하에 테러통합대응센터를 신설해 테러활동을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영국과 독일은 1974년, 이탈리아는 1975년, 스페인은 1980년, 프랑스는 1986년, 미국은 2004년에 테러방지 관련 법령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북한의 끊임없는 테러공격과 위협, 알카에다와 IS(이슬람국가) 등 이슬람 테러조직의 표적국가가 이미 돼 있는 우리나라는 왜 테러방지법에 대해서 국론이 분열돼 정쟁으로 치닫는 걸까? 논란의 핵심은 “국정원이 테러대응 핵심 컨트롤타워로서의 자격이 있는가?”라는 문제다.

    테러리즘은 기존의 법질서와 가치체계를 완전히 뒤바꾸는,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오는 범죄다. 국민안전처, 경찰과 검찰, 국방부 등으로 대응이 가능했다면 선진국이 테러방지법령을 제정하지 않았을 것이다.

    니체는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괴물을 닮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테러방지법이 제정되면 국정원이 홉스가 말한 괴물 ‘리바이어던’이 되고, 우리 사회는 벤담이 말한 ‘판옵티콘’의 감시사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국정원 수뇌부가 과거에 저지른 과오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일리 있는 주장이다.

    하지만 대다수 국정원 직원들은 오늘도 국가의 이익과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서 음지에서 소리 없이 희생과 헌신을 하고 있다. 국정원이 괴물을 닮지 않도록 하는 것은 또 다른 법령의 제정과 국회의 정보위원회, 국방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등과 같은 국회의 통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와 시민단체 및 언론의 감시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

    북한은 말할 것도 없고, 이슬람 테러집단의 공격력은 국민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다. 알카에다와 IS는 수조원의 비밀자금과 핵무기 및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려 하고 있다.

    또한 IS테러리스트가 우리나라를 포함해 전 세계 62개의 ‘표적국가(십자군 동맹)’에 퍼져 나가 있다. 우리는 34년 전인 1982년에 제정된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이라는 대통령 훈령 하나만을 가지고 테러방지활동을 하고 있다. 테러 관련법 하나 없이 무방비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최근 영국의 캐머런 총리는 테러 위협에 맞서기 위해 향후 10년간 1780억 파운드(약 312조원)를 편성하겠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에도 9·11테러와 파리테러 같은 ‘팔당호 수원지 테러’가 발생해야만 테러방지법이 제정되는가? 대한민국의 안전과 국민의 생명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일단 정쟁을 멈추고 ‘테러방지법’부터 제정해야 한다.

    김창윤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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